상사의 말 한마디가 주말을 갉아먹었다.
상사가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주말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목요일 퇴근길부터 일요일 현재까지,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자꾸 되감기됐다. 별거 아닌 척 넘기려 해도 자꾸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그러다 로이킴의 노래(살아가는 거야) 한 소절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그 가사. 이상하게 그 한 줄에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책장에서 다시 꺼낸 책이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1,453개 기업을 해부했던 그 사람이, 이번엔 메스를 사람 쪽으로 돌렸다.
10년, 34명. 저자는 삶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이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추적했다. 500개 후보 중 34명을 추려낸 작업에, 10년 동안 28명의 연구팀이 붙었다. 2만 건 넘는 기사와 10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훑었다고 하니, 취미로 쓴 책은 확실히 아니다. 55세에 기획을 시작해 67세에야 집필에 들어갔다는 대목을 읽으며, 요즘처럼 한 달 만에도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시대에 이런 우직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책은 사람마다 지닌 '인코딩', 즉 타고난 성향을 먼저 발견하라고 말한다. 여우는 많은 걸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큰 것을 안다는 그리스 시인의 말을 빌려, 저자는 그 '단 하나'를 찾아낸 사람들이 결국 오래 타오른다고 짚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코딩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대부분은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 속도에 맞춰 걷다가 지친다. 그걸 알아채고 내면의 불꽃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릿과 회복탄력성을 둘 다 가진, 말하자면 버티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읽어내는 눈이었다.
책은 또 하나,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고 말한다. 돈을 좇는 대신 자기 재능을 꽃피우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돈이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세 얼간이>의 란초가 떠올랐다. 경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그저 좇았던 란초는, 결국 부와 명성을 손에 쥔다. 애정하고 즐기다 보니 성과는 부산물처럼 따라왔다는 그 서사가, 이 책이 말하는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문장의 가장 쉬운 번역본처럼 느껴졌다.
절벽과 안개라는 표현도 오래 남았다. 절벽은 삶을 뒤흔드는 위기의 순간이고, 안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불투명한 시간이다. 저자는 여기에 짐 콜린스 특유의 개념인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다시 꺼내 든다. 결국은 이겨낼 거라는 믿음은 놓지 않되, 지금 당장의 혹독한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것. 안개 속에서는 멀리 보려 할수록 불안해지니, 그저 눈앞의 한걸음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함께였다.
시련을 나를 태우는 렌즈로 바꾸는 과정. 이 사색이 유독 머릿속에 맴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주말을 통째로 내주고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혹은 나를 갈아 넣는 연료로 되돌려놓을 수도 있었다.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절벽을 마주하고, 안개를 헤쳐 나가며, 내면의 불을 다시 지피는 절대적인 법칙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다.
507쪽. 작은 벽돌 한 장 같은 두께.
절벽은 나이도, 성취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안개를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