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안개, 절벽, 그리고 내면의 불꽃
짐 콜린스 지음, 고영훈.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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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아무도 안 알아줘도, 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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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코딩(타고난 성향)을 발견하고 활용했다.

2. 돈의 방향을 뒤집었다.

3. 내면의 불꽃에 집중했다.



인상 깊은 구절

단일 고슴도치든 연속 고슴도치든, 핵심은 같다. 인코딩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 돈의 방향을 뒤집는 것, 그리고 내면의 불꽃을 키우는 것이다. 이 연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모두 이 세가 가지 요소를 활성화해서 '하나의 큰일'로 모아 오랜 시간 강하게 밀고 나갔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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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운명의 룰렛이 어디에 멈추든, 우리는 자신을 넘어서는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책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한 책임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 그 자체다. p419

총평

상사의 말 한마디가 주말을 갉아먹었다.

상사가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주말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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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퇴근길부터 일요일 현재까지,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자꾸 되감기됐다. 별거 아닌 척 넘기려 해도 자꾸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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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로이킴의 노래(살아가는 거야) 한 소절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그 가사. 이상하게 그 한 줄에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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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책장에서 다시 꺼낸 책이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1,453개 기업을 해부했던 그 사람이, 이번엔 메스를 사람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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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34명. 저자는 삶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이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추적했다. 500개 후보 중 34명을 추려낸 작업에, 10년 동안 28명의 연구팀이 붙었다. 2만 건 넘는 기사와 10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훑었다고 하니, 취미로 쓴 책은 확실히 아니다. 55세에 기획을 시작해 67세에야 집필에 들어갔다는 대목을 읽으며, 요즘처럼 한 달 만에도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시대에 이런 우직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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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람마다 지닌 '인코딩', 즉 타고난 성향을 먼저 발견하라고 말한다. 여우는 많은 걸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큰 것을 안다는 그리스 시인의 말을 빌려, 저자는 그 '단 하나'를 찾아낸 사람들이 결국 오래 타오른다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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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코딩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대부분은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 속도에 맞춰 걷다가 지친다. 그걸 알아채고 내면의 불꽃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릿과 회복탄력성을 둘 다 가진, 말하자면 버티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읽어내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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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또 하나,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고 말한다. 돈을 좇는 대신 자기 재능을 꽃피우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돈이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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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얼간이>의 란초가 떠올랐다. 경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그저 좇았던 란초는, 결국 부와 명성을 손에 쥔다. 애정하고 즐기다 보니 성과는 부산물처럼 따라왔다는 그 서사가, 이 책이 말하는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문장의 가장 쉬운 번역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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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안개라는 표현도 오래 남았다. 절벽은 삶을 뒤흔드는 위기의 순간이고, 안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불투명한 시간이다. 저자는 여기에 짐 콜린스 특유의 개념인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다시 꺼내 든다. 결국은 이겨낼 거라는 믿음은 놓지 않되, 지금 당장의 혹독한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것. 안개 속에서는 멀리 보려 할수록 불안해지니, 그저 눈앞의 한걸음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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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나를 태우는 렌즈로 바꾸는 과정. 이 사색이 유독 머릿속에 맴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주말을 통째로 내주고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혹은 나를 갈아 넣는 연료로 되돌려놓을 수도 있었다.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절벽을 마주하고, 안개를 헤쳐 나가며, 내면의 불을 다시 지피는 절대적인 법칙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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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쪽. 작은 벽돌 한 장 같은 두께.

절벽은 나이도, 성취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안개를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

책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당신은 어떤 책임을 짊어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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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 멈춰 섰다. 짐 콜린스가 34명의 인생을 절벽과 안개로 나눠 들여다본 책,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은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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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코딩과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책임은 무엇인가. ​제한된 시간 안에서 당신은 어떤 책임을 선택할 것인가.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거울 앞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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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화재 경보에 놀라 깨는 순간과 닮았고, 안개는 알람 없이 서서히 눈을 뜨는 과정과 닮았다고 책은 말한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전환도 늘 그런 식이었다. 언제 바뀌었는지는 나중에도 짚어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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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는 삶에 안주하는 순간, 불꽃은 이미 사그라들기 시작한다는 문장도 오래 맴돌았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결국 책임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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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화려하게 조명된다. 그 뒤에 남는 책임의 무게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정권을 얻은 두 여성 운동가도, 결국 길을 갈랐던 건 재능도 운도 아닌 자기 안의 인코딩을 얼마나 책임지고 써냈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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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심어두고 돌보지 못한 씨앗에 다시 물을 주는 회귀. 그게 다음 불꽃을 찾는 실마리라던 대목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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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지금 짊어진 책임들을 다시 세어본다. 무겁다고만 여겼던 그것들이, 어쩌면 내 불꽃을 꺼지지 않게 붙잡아온 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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