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로 서기, 그리고 나는 몇 번이나 넘어졌는가
학교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미운 사람을 어떻게 거리를 둬야 하는지, 번 돈을 어떻게 지키는지, 저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 살아보니 과장이 아니었다.
임홍택의 《1로 서기》를 읽으며 자꾸 옛날 생각이 났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부끄러운 이야기다.
몇 년 전, 친한 친구가 사정이 급하다며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거절하면 우정이 깨질까 봐 결국 빌려줬다. 갚겠다던 날짜는 몇 번이나 미뤄졌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 자체가 끊겼다. 차용증 한 장 안 써둔 게 뼈아팠다. 책에서 말하는 "계약서 제대로 보는 법", "경찰서나 병원과의 인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내 삶을 지키는 법"이라는 문장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 뒤로 나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이 오가면 반드시 글로 남긴다. 인간관계와 돈은 별개라는걸, 돈을 잃고 나서야 배웠다.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동료가 귀띔해 준 종목에 목돈을 넣었다. 추월차선을 타보고 싶었다. 정속 차선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답답해 보였던 시절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반 토막이 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남의 급행열차를 부러워하다 내 정속 차선마저 놓칠 뻔했다는걸.
임홍택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핵심은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지지 않는 싸움에 있다고. 2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도 결국 같았다. 화려하게 이기는 사람보다 조용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오래갔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목도 마음에 걸렸다.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이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을 찾으라는데, 현장에서 20년을 버틴 지금도 그 교집합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있다. 눈앞의 일을 내 것처럼 해낼 때, 그 안에서 의미가 생긴다는 것. 거절할 수 있을 때는 악착같이 거절하고, 맡게 됐다면 주인의식으로 붙잡는 것. 그 균형을 못 잡아서 몇 번이나 번아웃 직전까지 갔었다.
가장 뜨끔했던 문장은 이거였다. 인생의 복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아니라 빌런을 적게 만나는 데 있다는 것. 되돌아보니 내 20~30대의 실패들은 전부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가 아니라 나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었다.
AI 시대, 오래 버틴 사람보다 바르게 진화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도 낯설지 않다. 자본이 자본을 벌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머리로는 안다. 여전히 몸이 안 따라준다.
《1로 서기》 책이 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착하게 사는 것과 만만하게 사는 것은 다르다는 것. 거절하지 못해서, 정 때문에, 우정 때문에 치른 대가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는 걸 책 한 권이 대신 가르쳐 준 셈이다. 이번 생이 1회차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다음번엔, 적어도 돈 문제만큼은 정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