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야 - 불안한 시간을 건너는 너에게 들려주는 35가지 다정한 말
윤지영(오뚝이샘)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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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오뚝이샘 인스타그램 20만 명 윤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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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하지 않는 법

감정을 다루는 법

친구와 갈등을 풀어 가는 법

상처보다 나를 키우는 법

감사하는 마음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마음

​

흔들려도 넘어져도 괜찮다. 시험을 망친 날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 인정하는 말, 긍정의 말을 건네면 된다.

넌 괜찮은 사람이야.



인상 깊은 구절

그때 깨달았어요. 아무리 예쁜 정원도 돌보지 않으면 순식간에 잡초로 덮일 수 있다는 것을요. 우리 마음도 비슷해요. 마음에도 잡초가 자라나요.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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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는 자기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아.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 때, 그 관계를 나를 지켜줘.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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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한계를 직면하고 다시 해보는 경험을 하면 그 과정에서 버티는 힘이 조금씩 자라요. p215

총평

『너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야』

불안한 시간을 건너는 나에게 들려주는 서른다섯 개의 말. 읽는 내내 마음이 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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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너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야』 책을 읽으면서 그 문장이 계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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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중한 존재고, 원래 괜찮은 사람이고, 내 안엔 이미 좋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그걸 꺼내 쓰는 연습을 안 하면 손해다. 외부 평가에 나를 맡길지, 그 평가와 상관없이 나를 소중히 여길지는 내가 고를 수 있는 문제였다. 인정의 말, 긍정의 말, 다정한 말. 저자는 이 세 가지를 매일 나에게 건네보라고 한다. 어색함이 사라질 때까지, 아니 사라지지 않아도 계속해야 하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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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마다 나오는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에서 소리 내어 읽으며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대목이 오래 남았다. "그럴 수 있어." "다 배우는 과정이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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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걱정 없이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의 눈금을 다시 0으로 맞추는 일은, 연습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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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자기조절하는 방법도 유익했다. 1등보다 완주가 중요한 세상에서 왜 이렇게 완벽을 원했는지, 반성했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 없다. 그냥 하는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그게 대단한 거다. 태도와 습관은 하루아침에 안 만들어진다.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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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없는 일인가.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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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저자는 의지만 믿지 말고 환경을 바꾸라고 말한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의지가 특별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의지를 덜 써도 되게끔 환경을 짜놓은 사람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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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툭 던지는 말에 무너지기 전에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이 나를 잘 아는가. 이 말에 나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는가. 둘 다 아니라면, 날아온 벽돌을 굳이 받아 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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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싸우지 않는 게 아니다. 싸운 뒤에 어떻게 하느냐다. 갈등이 생기면 직면하고, 말로 풀어내는 과정과 용기가 필요하다. 싸운 뒤 다시 마음을 건네는 일, 그게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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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언제나 불편한 곳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공부를 즐기라는 말도 남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를 수 있다는 문장. 어려운 문제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힘, 하기 싫은 날에도 해야 할 일을 다시 붙잡는 힘. 배움은 즐기며 살아야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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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억지로 좋은 척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걸 발견하는 일이다.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어떤 삶을 만들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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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작가의 글에는 스토아 철학이 엿보인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중,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을 가르는 자기 극복의 힘,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까지. 가치를 뒤집어주는 위로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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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쉽다. 좋은 책을 읽다가도 너무 어려워서 덮게 되는 책이 많은데, 『너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야』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도 읽고 이해할 문장으로 쓰였다. 그걸 보고 내공이 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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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건네는 말, 속으로 내게 건네는 말. 둘 다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이 깨우쳐줬다.

인정의 말, 긍정의 말, 다정한 말. 하나만 건네도 되고 셋 다 건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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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신이 머문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책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

나와 맞는 것들만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이 나의 세계를 더 넓혀 줘요. p209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이 딱히 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계속 걸리는 질문이 있었다. 왜 나는 자꾸 익숙한 것만 고르려 하는 걸까. 나와 잘 맞는 것들만 골라 먹으면 당장은 배가 부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걸, 마흔을 넘기고서야 알게 되었다. 성장에도 한계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

한 우물만 파라는 말도 있고, 넓게 보라는 말도 있다. 둘 다 맞는 말 같고, 둘 다 어딘가 반쪽짜리 같기도 하다. 정답을 찾으려 애쓸 때마다 매번 헛수고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한쪽으로 완전히 쏠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감각 정도가 남는다. 균형이란 결론이 아니라, 매일 다시 잡아야 하는 습관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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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익숙한 자리에서 오는 법이 없다. 늘 불편한 자리에서 왔다. 나와 안 맞는 사람, 안 맞는 상황, 안 맞는 책. 딱 그런 지점에서부터 시작되곤 했다. 거기 부딪히고 나서야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걸 깨닫는데, 그것도 늘 한참 지난 뒤였다. 성과라는 건 그다음에야 조용히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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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많이 쌓인 사람은 어딘가 다르다. 불평을 앞세우기보다,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을지부터 들여다본다. 갑자기 닥친 일 앞에서 표정이 달라지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새로운 걸 많이 겪어본 사람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묻는 여유가 남아 있는 듯하다. "이건 또 나한테 뭘 가르쳐 주려는 걸까." 나는 아직 그 여유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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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쩌면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직접 겪지 않고도 겪게 해주니까. 안목이라는 게 꼭 몸으로 부딪혀야만 넓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독서라는 간접경험이 시야를 미리 넓혀두면, 정작 불편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망치지 않고 받아들일 여력이 조금은 남아 있다. 내가 계속 책을 붙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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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맞는 것만 파고들면 당장은 안전하다. 안전한 만큼, 사람은 그만큼 굳어간다. 고정마인드셋이라는 게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성장마인드셋을 가지고 싶다면, 가끔은 나와 다른 결이나 아예 정반대에 있는 것들을 일부러 찾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그러다 보면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갑자기 깨닫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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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험 없이는 좀처럼 완성되지 않는 것 같다. 역지사지라는 마음도 아마 그런 자리에서 생겨나는 것이리라. 진리는 대체로 불편한 곳에 놓여 있다. 편한 것만 골라 살다 보면, 결국 내가 만들어놓은 방 안에서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 방을 이제 좀 나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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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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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러킹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 4가지

무게 늘리기, 속도 높이기, 거리 늘리기, 지형 다양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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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킹은 배낭을 메고 걷는 단순한 운동이지만 이 운동을 통해 우리는 삶의 무게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

배낭 속 무게를 짊어지고 걸으면서, 정작 내려놓고 싶었던 삶의 다른 무게들을 견디는 법도 함께 배우고 있었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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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절망스럽지는 않을 정도의 무게가 핵심이다. p135

총평

딸의 무거운 책가방이 실은 헬스장이었다. ≪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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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가 매일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가방끈에 눌린 어깨를 볼 때마다 짠했다.

저러다 허리라도 상하는 거 아닌가 싶어 몇 번이나 짐을 덜어줄 방법을 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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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러킹≫ 읽고 나서, 그 무거운 가방을 다시 봤다. 어쩌면 내가 걱정할 게 아니라 응원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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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킹≫은 짐을 메고 걷는 행위 하나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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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군인이 배낭을 메고 행군하던 훈련이 어쩌다 현대인의 운동법으로 건너왔는지, 책은 그 오해부터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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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걸 짊어지고 힘들게 걸어야만 효과가 나는 게 아니다. 몇 킬로미터를 걷는 데 지장이 없는 나만의 무게, 딱 그만큼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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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의 10~20%짜리 배낭 하나만 메면 유산소와 근력을 동시에 챙긴다는 대목에서 솔직히 좀 흥분했다.

귀찮음에 절어 사는 사람에게 이보다 친절한 운동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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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도 무섭지 않다. 디스크도 관절염도 아니고, 가장 흔한 부상이 고작 발에 잡히는 물집 하나다.

등에 가깝게, 무게 중심을 위쪽으로만. 이 한 줄로 배낭 메는 법의 기본은 다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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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자꾸 거실 한켠에 세워둔 사이클이 떠올랐다.

가족들은 곧잘 타는데 나는 사놓은 첫날만 올라탔다가 그대로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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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책을 덮고 30분을 탔다.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문장이, 방치됐던 그 기계를 다시 굴리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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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탈 생각이다. 시도하지 않을 거면 책을 읽은 의미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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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진짜 핵심은 더 무거운 걸 메라는 게 아니었다. 삶의 무게를 다 덜어내려 애쓰기보다, 나를 키우는 무게 하나쯤은 기꺼이 짊어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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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쌓이면 몸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현실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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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딸내미에, 그 무거운 가방을 보고 좀 짠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너는 이미 매일 러킹 중이었으니까.

책이 던지는 질문

"신발을 신고 책 몇 권을 넣은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갔어요.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그냥 동네를 걸었죠." p86

"완벽한 준비, 그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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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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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신고, 책 몇 권을 쑤셔 넣은 배낭을 메고, 목적지도 없이 동네를 걷는다. 별거 아닌 이 장면 하나가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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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수건 몇 장, 물통 하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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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은 대개 편안함으로 위장한 핑계다. 몸이 움직이기 전에 머리가 먼저 백 가지 이유를 만들어낸다. "날씨가 좀 그렇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서 그냥, 일단 나가본다.

​

배낭을 현관문 옆에 걸어두면 실내화 주머니처럼 손이 저절로 간다. 나가기 전에 다시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것. 이 사소한 장치 하나에, 나는 완전히 설득당했다.

​

방법은 이렇다. 실천력도, 그릿도, 결국 몸에서 나온다. 머리로 다짐한 결심은 사흘을 못 넘기지만, 몸이 익힌 습관은 무의식중에 굴러간다. 일터 가방을 문 앞에 던져두면 출근 때 손과 발이 먼저 그쪽으로 향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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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스템을 짜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다.

완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나가면, 길이 알아서 맞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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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 책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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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독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고명환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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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었다고 다 변하는 건 아니다. 전투로 읽어야 변한다는 사실.



인상 깊은 구절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가시란 글자 그대로의 가시가 아니라 비유였다.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과 사람을 향해 '가시 돋친 말', 즉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는 뜻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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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으면 그 일은 중단되고 온도의 차이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작년 연말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에서 읽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가장 선두에서 내 생각을 이끌어낸다. '아, 죽는다는 것은 주변과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구나.'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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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단순화한다는 것은 이미 그 문제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오늘 <인간이 대지>를 다시 읽고 '내 삶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단순하게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세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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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어떻게든 독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p237

총평

3년간 매일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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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하루 한 권씩, 1,000권 이상을 읽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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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했다. 3년 안에 1,000권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을 믿고 진짜로 그렇게 살았는데, 열린 건 새 세상이 아니라 그냥 다음 책 표지였다. 읽고, 서평 쓰고, 또 읽고. 성실했다. 근데 성실하기만 했다. 책을 삶에 연결하지 않고 그냥 읽기만 한 바보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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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 3년이 다시 떠올랐다. 8년째 독서를 이어오며 2,000권 넘게 읽은 지금도, 이 책의 문장들은 남 얘기가 아니라 정확히 내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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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챕터가 특히 좋았다. 보이는 대로 살다 죽으면 억울하다. 생각한 대로 살려면 읽어야 한다는 것. ≪위험 예찬≫이 고통을 사랑하라고 말했다면, 고명환은 한발 더 나간다. 인생에 찾아오는 고통과 역경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그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그냥 삶이 된다고.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라 했던 그 장면과도 이어졌다. 부딪치고 싸우고 고통을 직면해야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 같은 결의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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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나에게 닥쳐오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닥쳐온 고통'이 아니라 '흘러나오는 고통'. 그리고 그 뒤에 행복이 따라온다. 존재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으니,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축복이라는 문장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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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용접공 유영만 교수도 겹쳐 보였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 종착역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들르는 간이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결과를 좇으면서도 과정을 즐겨보려 애쓰던 요즘의 나에게, 같은 말을 하는 저자를 만난 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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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간접 경험이다. 직접 겪지 않아도 무수한 세상을 살아볼 수 있고, 그렇게 자란 안목으로 기회를 알아본다. 그런데 고명환저자는 여기서 선을 긋는다. 취미 독서 말고, 전투 독서를 하라고. 생존 독서로 내 안의 거인을 깨우라고. 취미로 읽던 3년과 전투로 읽기 시작한 그 이후가, 내 안에서도 정확히 그렇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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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되는 일은 절반으로 줄이고, 뿌듯한 일은 두 배로 늘려라. 다리가 떨리는 일은 줄이고, 심장이 뛰는 일을 늘려라. ≪독서의 기술≫ 문장에서 유영만 교수 향기가 난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필사해두고 곱씹었을 깨달음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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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꾸준히 반복하면 비범이 된다.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좋은 습관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몸이 지쳐도 저절로 굴러가는 상태. 그게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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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책은 실전적인 독서법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한 시간 강제 독서, 빨리 읽는 법, 식스 투 나인(6 to 9) 독서법, 핸드폰으로 읽는 법, 끝까지 안 읽어도 되는 독서법, 친구 만나기 전 20분, 벽돌 책 읽는 법, 하루 10쪽. 독서를 막 시작한 사람에게 특히 유용할 방법들이다. 나에게 더 와닿았던 건, 독서 따분해질 때 벽을 뚫는 팁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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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는 문장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라고 한다. ​나중에 다시 찾으려 하면 못 찾는다. 나는 폰 카메라로 먼저 찍고 나중에 필사한다. 그런 문장을 만난 날은,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읽은 걸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결국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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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요식업에서 실패할 때마다 해답의 길을 책에서 찾았다는 저자. 일이 막힐 때마다 책에서 멘토를 만나고 새 관점을 얻어온 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독서가 세계를 넓혀준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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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틀에 한 권씩 읽는다. 그런데도 가끔 책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고명환 저자는 그 따분함이 깊어져야 내 안의 위대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엔 늘 지루함이 먼저 온다. 그 구간을 견디고 넘기면, 몰랐던 내 안의 능력이 슬며시 올라온다는 걸 8년 차가 되어서야 체감했다. 이 미묘한 감각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내공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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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에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내가 삶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답이 올라온다. 그게 독서의 힘이고, 생각하는 인간만 누리는 특권이다. 질문하고 답을 받았으면, 이제 동사에 집중할 차례다. 실행. 책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이유를 고명환저자는 자기 깨달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증명한다. 위기 속에서 답을 찾게도 하고, 버틸 힘을 주기도 한다. 전화위복을 몸으로 깨닫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남보다 나 자신을 먼저 귀하게 여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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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고명환, 아니 이제는 작가 고명환. 웃음을 주던 그 가벼움만큼 내면은 무겁다. 외유내강.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독서를 통해 기회를 잡고 실천해 나가는 그의 힘을 빌려보자.

책이 던지는 질문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 p198

책 한 권에 한 달 걸리던 내가, 지금은 90분이면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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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는 데 한 달이 걸린 적이 있다. 직장 3년 차, 힘들어서 도망치듯 책을 집어 들었을 때다. 지금, 250쪽짜리 책은 90분이면 정독하고 350쪽짜리는 2시간이면 끝낸다.

​

비법이 있었냐고 물으면 없다. 그냥 많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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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된다고 했다. 도야마 시게히코도 ≪생각의 도약≫에서 구양수의 '삼다(三多)'를 꺼낸다. 글을 잘 쓰는 세 가지 비결. 많이 읽을 것, 많이 쓸 것, 많이 궁리하고 고칠 것. 결국 답은 하나로 수렴한다.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그냥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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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쌓이면 어느 순간 질이 바뀐다. 양질 전환. 많이 읽다 보면 속도도 저절로 붙는다. 좋은 글을 쓰는 법도, 빨리 읽는 법도 신기하게 같은 원리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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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슴이 떨리는 문장을 만나면 사진부터 찍는다. 나중에 필사 공책에 옮긴다. 괜찮은 문장엔 인덱스를 붙인다. 사색을 부르는 문장을 만나면 책을 덮고 잠깐 멈춘다. 1분쯤. 그렇게 뜯어읽는데도 2시간이면 다 읽는다. 저절로 빨라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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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법 책도 읽어봤다. 독서법을 다룬 책만 200권 넘게 읽었다. 방법은 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결론은 하나였다. 많이 읽어본 분야는 60분 정도면 다 정독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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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겹친다. 이미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면 문장이 한 줄씩 읽히지 않는다. 세 줄씩 한 번에 들어온다. 처음 겪었을 때는 신기했다. 좋아하는 분야는 저절로 속도가 붙는다. 고전은 지금도 느리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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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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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완벽한 안전은 왜 죽은 삶인가.

위험을, 부드러움을, 환대를 읽는 법.

고통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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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책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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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쉽지 않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혼연일체라는 개념 하나를 붙잡고 며칠을 헤맸다.

​

이번엔 위험, 부드러움, 환대, 비밀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가 서로 뒤엉킨 채 몰려온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이해하기 전엔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고통을 통과해야, 그제야 진짜가 된다고.



인상 깊은 구절

야생초와 수선화가 뒤엉켜 자라는 한 뙈기 땅에 열중하는 정원사 견습생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탐색하고, 바라보라. 손을 뻗기 전에 먼저 잘 보고 일말의 판단이라도 해보는 위험을 무릅쓰라. 사랑을 품고 관찰하라. 그러면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빛깔은 띤다. 계시 같은 것이 아니라, 아니고 말고, 그냥 일종의 끌림이다. p240~241

총평

기억한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

이 한 줄 앞에서 나는 며칠째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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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완전히 익어서 저절로 되는 상태를 기억이라 부르는 걸까. 아니면 무의식이 대신해주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그걸 잊었다고 착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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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은 문장 하나하나가 진도를 막는다. 사전을 찾아도 뜻이 손에 안 잡히고, 넘겼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저자의 강연 자료를 찾아 나섰다. 안 뒤푸르망텔은 왜 이 책을 썼을까. 그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어느 순간 안 풀리던 문장이 툭 풀렸다. 어렵던 개념 하나가 이해되는 순간, 통쾌할 정도로 강렬한 통찰이 밀려왔다.

​

그 통찰의 출발점은 두려움이었다.

​

책은 이렇게 말한다. 두렵다는 건 애착이 있는 무언가가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안다.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뒤푸르망텔은 여기서 방향을 튼다. 끝이 닥치기 전 남는 몇몇 순간, 그 강렬한 순간을 제대로 살아낼 때 시간은 오히려 무한히 늘어난다고. 그녀는 이걸 은총이라 부르고 자비라 부른다.

​

유혹도 마찬가지다. 의지력만으로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은 헛되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참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그 앞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

그 다른 방식이 바로 보류 상태다.

​

숨을 죽이고, 그저 거기 있는 것. 눈앞의 것을 가능한 주의를 다해 바라보는 것. 감정이 일렁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두고,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관찰하며 화평케 하는 것. 그렇게 생각이 펼쳐져 편견이 떨어져 나가면, 세상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진다고.

​

이 대목에서 강연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

강연에서 그녀는 완전한 존재는 욕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욕망은 결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안전한 상태, 제로 리스크는 결핍을 없애려는 시도이고, 결핍이 사라지면 욕망도 함께 사라진다. 욕망 없는 삶은 관 속에 누운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 책에서 만난 두려움과 유혹, 보류 상태는 결국 그 진단의 각론이었던 셈이다. 두려움을 없애려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두려움과 함께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을 배우라는 것.

​

저자는 여기서 동사를 하나 바꿔치기한다. 목숨을 걸다에서 삶을 걸다로.​

​

목숨을 건다는 건 희생의 수사학이다. 극적이고 일회적인 결단. 반면 삶을 건다는 건 매일의 태도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위험이 스며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강연 속 리어왕이 왕관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주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겹친다. 주권도 삶도, 붙잡을 때가 아니라 놓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

『위험 예찬』 책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부드러움이다.

​

뒤푸르망텔은 부드러움을 약함으로 읽는 시선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부드러움은 바위를 부수는 대신 감싸고 돌아가는 물의 힘이다. 타인의 취약함을 밀어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무너지지 않는 유연성. 앞서의 보류 상태,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고 관찰하며 화평케 한다는 그 문장과 정확히 같은 결이다.

​

환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이 책의 환대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매너가 아니다. 이방인에게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질서와 안전이 흔들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여는 행위다. 자아라는 원이 타자라는 낯선 폭발점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넓어진다. 두려움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던 보류 상태의 태도가, 여기서는 타자를 향해 문을 여는 윤리적 결단으로 확장된다.

​

그런데 다 열어두지는 않는다.

​

'비밀의 방어'는 반대쪽에서 균형을 잡는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시대의 압력 앞에서, 비밀은 부끄러움을 감추는 장막이 아니라 주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금고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같은 새로운 토템이 우리의 욕망을 붙잡으려 든다는 강연 속 대목과 맞닿는다. 자본과 플랫폼이 노리는 건 결국 우리의 내면이고, 비밀은 그 침입 앞에서 지켜야 할 최후의 진지다.

​

환대로 열고 비밀로 지킨다. 그 사이에서 부드러움이 균형을 잡는다. 세 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몸에 붙은 세 관절 같다.

​

저자는 2017년 여름, 리비에라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아이들을 구하려다 바다로 뛰어들었고, 아이들은 구조되었지만 숨지고 만다. 이론으로만 남았다면 이 책은 잘 짜인 사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문장을 몸으로 마저 썼다. "두렵다는 건 애착이 있는 것이 위협받는다는 것"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자기 철학이 말한 그대로, 애착이 위협받는 순간 몸을 던진 셈이다.

​

기억한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두려움과 유혹 앞에서 억지로 버티는 대신 그 자리에 온전히 머무는 법을 몸이 익히고 나면, 더 이상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 그게 무의식이 되고, 삶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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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어떤 위험을 환대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남기고 책을 덮는다.

책이 던지는 질문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렇게 썼다. "무엇인가가 기억에 남으려면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한다. p64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기억에 남는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렇게 썼다.

​

"무엇인가가 기억에 남으려면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한다."

끊임없이 고통을 주는 것만이 기억에 남는다는 뜻이다.

​

니체답다. 고통 없는 삶은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아니, 그는 고통을 사랑한 철학자였다.

​

삶은 애초에 위험한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고통은 시련이라는 이름의 방문객이 아니라, 나를 두드려 더 단단한 모양으로 벼려내는 대장간이다.

​

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붉게 달군 쇠라는 문장 하나가 계속 그렇게 되묻는다.

​

니체가 말하는 창조자와 안 뒤푸르망텔이 말하는 환대는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

욕망을 가진 이상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욕망과 결핍이 번갈아 드나들면서 고통은 저절로 몸집을 불린다. 그런데 니체도 뒤푸르망텔도 여기서 등을 돌리지 않는다. 고통을 부정할 대상이 아니라 끌어안을 조건으로 본다.

​

고통은 성장의 기회를 품고 있다.

​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그 위태로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계속 서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자라게 하는 환경이고 동시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

고통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가 된다.

​

붉게 달군 쇠는 상처가 아니라 낙인이다.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나라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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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상식 - 삶의 기반을 다지고 경제 보는 안목을 키우는 최소한의 투자상식 떠먹여드림 ㅣ 모르면 호구 되는 상식 시리즈
이현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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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몰라서 흑우가 되는 게 아니다. 안다고 착각해서 흑우가 된다.

『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 상식』은 그 어둠 속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밝혀주는 가로등 하나다.

​

은행, 주식·펀드·보험·부동산 등 투자 전반의 기초를 짚어준다.



인상 깊은 구절

존 템플턴, "모두가 절망에 빠져 주식을 팔 때 사들이고, 남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매수할 때는 파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래에는 엄청난 수익으로 보답할 것이다." 즉 주식시장에서 위기는 더 큰 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92

​

조지 소로스, "경제학은 자연과학을 닮으려고 한다. 완벽한 이론 구성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원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경제학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며, 균형이란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p120

​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순서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p242

총평

몰라서 흑우 되는 게 아니라, 알고도 흑우가 된다

​

표지에 흑우가 그려져 있다.

웃음이 픽 터진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 웃음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자본주의라는 판에 이미 올라탄 이상 통장 쪼개기도, 주식도, 보험도, 부동산도 모르고는 못 배기는 시대인데, 정작 우리는 옆 친구가 뭘로 얼마 벌었다는 소리에나 반응하고 진짜 공부는 매번 미뤄왔기 때문이다.

결국 표지 속 흑우는 남이 아니라 나였다.

​

《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 상식》은 시드머니 - 주식 - 펀드/ETF - 금리·환율·원자재·암호화폐·P2P·절세 - 보험·연금 - 부동산까지, 투자를 시작할 때 거쳐야 할 여섯 개의 문을 순서대로 열어준다. 깊이를 파고드는 책은 아니다. 대신 어디서 다치는지, 뭘 놓치면 호구가 되는지를 콕 집어준다.

​

가장 눈에 밟힌 건 부동산 파트였다. 건설사가 지역 언론의 지분을 쥐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2019년 기준 지역신문사 17곳 중 7곳, 지역 방송 11곳 중 5곳의 대주주가 건설사였다는 수치를 보고 나니, 그동안 봐온 부동산 기사 절반은 광고를 정보로 착각해온 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유가가 오르내리면 부동산 사이클도 따라 움직이고, 아파트값이 꺾이면 사람들 관심도 같이 식어버린다. 마음 급해진 매도자가 가격을 낮추면 매수자는 한 술 더 떠 버틴다. 이 밀당을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

보험은 수비다. 주식과 펀드가 공격이라면, 아무리 공격이 좋아도 수비가 무너지면 경기가 끝나듯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던진 팁은 실용적이다. 보험은 월급 10%를 넘기지 않고,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보도자료 검색으로 직접 조회할 수 있다는 것. 퇴직연금도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IRP), 삼총사 구조부터 파악해야 나한테 뭐가 맞는지 보인다.

​

주식 파트에서는 의외로 힘을 뺐다. 첫 투자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2~3개 종목을 소량만 사보라는 것. 사고 나서 공부하라는 순서다. 이 회사가 돈은 벌고 있는지, 어디로 수출하는지, 경제가 좋아지면 같이 좋아질 회사인지. 대박을 노리지 말고 경제 공부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라는 태도가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 원자재는 장기보다 단기로 보라 한다. 전쟁이나 무역분쟁 한 방에 가격이 튀니까. 환율은 외국 돈이 국내로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에 따라 부동산부터 버스비까지 다 흔든다. 그 흐름을 읽는 나침반이 금리다. ETF는 세금과 레버리지·인버스 구조까지 알아야 진짜 아는 거고.

​

책을 덮으며 남은 건 결국 통장 관리였다. 지출통장과 체크카드, 신용카드부터 제대로 못 굴리면 아무리 벌어도 가난은 그대로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이 바뀌듯, 투자도 습관이 전부다. 매일 조금 저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쳐내고, 월급의 일정 비율을 정해 투자하는 반복이 쌓이면 그게 자산이 된다.

​

이현우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활활 타는 빛이 아니라 그저 등불"이라 부른다. 정확한 비유다.

어두운 밤길을 대낮으로 만들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발밑에 뭐가 있는지는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이 판에서, 그 정도만 알아도 흑우는 면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

피터 린치는 투자 기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먼저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 p252

냉장고 문을 열면 답이 있었다, 나는 안 열어봤다

​

피터 린치는 투자 기회가 저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쇼핑몰 계산대, 냉장고 안, 손에 든 휴대폰. 거기 다 있다는 거다.

그 말을 2026년에서야 곱씹어 보니, 나는 답을 보고도 안 산 사람이었다.

​

쿠팡에서 물건을 고르고, LG와 삼성 가전을 쓰고, 주변 사람들은 죄다 아이폰을 들고 다니고, 라면 하면 삼양이 먼저 떠오른다. 피터 린치식으로 말하면 이건 이미 답안지다. 문제는 답안지를 보고도 다른 칸에 마킹했다는 것.

​

코로나 시절, 내 주변에는 LG 제품이 유독 많길래 LG 계열 주식 하나를 크게 담았다. 그런데 2026년 지금 보니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LG 들어간 종목은 사는 게 아니라고. LG유플러스 대신 SK텔레콤을 샀더라면 지금쯤 최소 3배는 벌었을 거란 계산이 나온다. 3배. 이 숫자를 계산기로 두드려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

익산엔 삼양 공장이 있다. 불닭면이 맛있다는 것도, 그게 잘 팔린다는 것도 진작 알았다. 그런데 투자는 안 했다.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현상을 데이터로 못 옮긴 셈이다.

​

2007년엔 아이폰이 나왔다. 그 이후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애플 1주를 130달러에 사봤다. 딱 1주. 그러고는 해외 주식은 그걸로 끝이었다. 지금 애플 주가를 떠올리면 그 1주가 자꾸 아른거린다.

​

금테크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조금 사다가 그만뒀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엔 늘 이 정도 거리가 있었다.

​

이쯤 되면 원칙은 이미 안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 대중이 좋아하는 브랜드, 자주 먹는 음식 이걸 사 모으면 된다는 거. 그런데 요즘 장을 보면 이 원칙을 적용할 마음이 쏙 들어간다. 주식 사이드카는 원래 대공황급 충격에나 걸리는 안전장치인데, 한 달 사이에 23번이 걸렸다. 23번이면 그건 안전장치가 아니라 그냥 상시 경보음이다. 이런 판이면 종목 하나하나를 골라 담기보단, 주식 밖에서 원자재나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피터 린치의 말은 여전히 맞다.

답은 늘 일상 안에 있다.

다만 나는 그 답을 알아보는 눈과, 그걸 실행하는 손이 따로 놀았다.

다음번엔 안 놓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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