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무거운 책가방이 실은 헬스장이었다. ≪러킹≫
딸내미가 매일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가방끈에 눌린 어깨를 볼 때마다 짠했다.
저러다 허리라도 상하는 거 아닌가 싶어 몇 번이나 짐을 덜어줄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데 ≪러킹≫ 읽고 나서, 그 무거운 가방을 다시 봤다. 어쩌면 내가 걱정할 게 아니라 응원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러킹≫은 짐을 메고 걷는 행위 하나로 시작한다.
전쟁터에서 군인이 배낭을 메고 행군하던 훈련이 어쩌다 현대인의 운동법으로 건너왔는지, 책은 그 오해부터 풀어낸다.
무거운 걸 짊어지고 힘들게 걸어야만 효과가 나는 게 아니다. 몇 킬로미터를 걷는 데 지장이 없는 나만의 무게, 딱 그만큼이면 된다.
체중의 10~20%짜리 배낭 하나만 메면 유산소와 근력을 동시에 챙긴다는 대목에서 솔직히 좀 흥분했다.
귀찮음에 절어 사는 사람에게 이보다 친절한 운동이 또 있을까.
부작용도 무섭지 않다. 디스크도 관절염도 아니고, 가장 흔한 부상이 고작 발에 잡히는 물집 하나다.
등에 가깝게, 무게 중심을 위쪽으로만. 이 한 줄로 배낭 메는 법의 기본은 다 넘었다.
읽으면서 자꾸 거실 한켠에 세워둔 사이클이 떠올랐다.
가족들은 곧잘 타는데 나는 사놓은 첫날만 올라탔다가 그대로 방치했다.
어제 이 책을 덮고 30분을 탔다.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문장이, 방치됐던 그 기계를 다시 굴리게 만든 셈이다.
오늘도 탈 생각이다. 시도하지 않을 거면 책을 읽은 의미가 없으니까.
책의 진짜 핵심은 더 무거운 걸 메라는 게 아니었다. 삶의 무게를 다 덜어내려 애쓰기보다, 나를 키우는 무게 하나쯤은 기꺼이 짊어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체력이 쌓이면 몸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현실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딸내미에, 그 무거운 가방을 보고 좀 짠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너는 이미 매일 러킹 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