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 책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6년 7월
평점 :
품절


'라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독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고명환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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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었다고 다 변하는 건 아니다. 전투로 읽어야 변한다는 사실.



인상 깊은 구절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가시란 글자 그대로의 가시가 아니라 비유였다.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과 사람을 향해 '가시 돋친 말', 즉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는 뜻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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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으면 그 일은 중단되고 온도의 차이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작년 연말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에서 읽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가장 선두에서 내 생각을 이끌어낸다. '아, 죽는다는 것은 주변과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구나.'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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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단순화한다는 것은 이미 그 문제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오늘 <인간이 대지>를 다시 읽고 '내 삶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단순하게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세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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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어떻게든 독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p237

총평

3년간 매일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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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하루 한 권씩, 1,000권 이상을 읽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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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했다. 3년 안에 1,000권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을 믿고 진짜로 그렇게 살았는데, 열린 건 새 세상이 아니라 그냥 다음 책 표지였다. 읽고, 서평 쓰고, 또 읽고. 성실했다. 근데 성실하기만 했다. 책을 삶에 연결하지 않고 그냥 읽기만 한 바보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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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 3년이 다시 떠올랐다. 8년째 독서를 이어오며 2,000권 넘게 읽은 지금도, 이 책의 문장들은 남 얘기가 아니라 정확히 내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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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챕터가 특히 좋았다. 보이는 대로 살다 죽으면 억울하다. 생각한 대로 살려면 읽어야 한다는 것. ≪위험 예찬≫이 고통을 사랑하라고 말했다면, 고명환은 한발 더 나간다. 인생에 찾아오는 고통과 역경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그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그냥 삶이 된다고.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라 했던 그 장면과도 이어졌다. 부딪치고 싸우고 고통을 직면해야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 같은 결의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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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나에게 닥쳐오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닥쳐온 고통'이 아니라 '흘러나오는 고통'. 그리고 그 뒤에 행복이 따라온다. 존재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으니,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축복이라는 문장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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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용접공 유영만 교수도 겹쳐 보였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 종착역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들르는 간이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결과를 좇으면서도 과정을 즐겨보려 애쓰던 요즘의 나에게, 같은 말을 하는 저자를 만난 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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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간접 경험이다. 직접 겪지 않아도 무수한 세상을 살아볼 수 있고, 그렇게 자란 안목으로 기회를 알아본다. 그런데 고명환저자는 여기서 선을 긋는다. 취미 독서 말고, 전투 독서를 하라고. 생존 독서로 내 안의 거인을 깨우라고. 취미로 읽던 3년과 전투로 읽기 시작한 그 이후가, 내 안에서도 정확히 그렇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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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되는 일은 절반으로 줄이고, 뿌듯한 일은 두 배로 늘려라. 다리가 떨리는 일은 줄이고, 심장이 뛰는 일을 늘려라. ≪독서의 기술≫ 문장에서 유영만 교수 향기가 난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필사해두고 곱씹었을 깨달음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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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꾸준히 반복하면 비범이 된다.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좋은 습관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몸이 지쳐도 저절로 굴러가는 상태. 그게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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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책은 실전적인 독서법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한 시간 강제 독서, 빨리 읽는 법, 식스 투 나인(6 to 9) 독서법, 핸드폰으로 읽는 법, 끝까지 안 읽어도 되는 독서법, 친구 만나기 전 20분, 벽돌 책 읽는 법, 하루 10쪽. 독서를 막 시작한 사람에게 특히 유용할 방법들이다. 나에게 더 와닿았던 건, 독서 따분해질 때 벽을 뚫는 팁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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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는 문장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라고 한다. ​나중에 다시 찾으려 하면 못 찾는다. 나는 폰 카메라로 먼저 찍고 나중에 필사한다. 그런 문장을 만난 날은,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읽은 걸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결국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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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요식업에서 실패할 때마다 해답의 길을 책에서 찾았다는 저자. 일이 막힐 때마다 책에서 멘토를 만나고 새 관점을 얻어온 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독서가 세계를 넓혀준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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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틀에 한 권씩 읽는다. 그런데도 가끔 책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고명환 저자는 그 따분함이 깊어져야 내 안의 위대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엔 늘 지루함이 먼저 온다. 그 구간을 견디고 넘기면, 몰랐던 내 안의 능력이 슬며시 올라온다는 걸 8년 차가 되어서야 체감했다. 이 미묘한 감각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내공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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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에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내가 삶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답이 올라온다. 그게 독서의 힘이고, 생각하는 인간만 누리는 특권이다. 질문하고 답을 받았으면, 이제 동사에 집중할 차례다. 실행. 책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이유를 고명환저자는 자기 깨달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증명한다. 위기 속에서 답을 찾게도 하고, 버틸 힘을 주기도 한다. 전화위복을 몸으로 깨닫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남보다 나 자신을 먼저 귀하게 여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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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고명환, 아니 이제는 작가 고명환. 웃음을 주던 그 가벼움만큼 내면은 무겁다. 외유내강.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독서를 통해 기회를 잡고 실천해 나가는 그의 힘을 빌려보자.

책이 던지는 질문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 p198

책 한 권에 한 달 걸리던 내가, 지금은 90분이면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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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는 데 한 달이 걸린 적이 있다. 직장 3년 차, 힘들어서 도망치듯 책을 집어 들었을 때다. 지금, 250쪽짜리 책은 90분이면 정독하고 350쪽짜리는 2시간이면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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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이 있었냐고 물으면 없다. 그냥 많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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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된다고 했다. 도야마 시게히코도 ≪생각의 도약≫에서 구양수의 '삼다(三多)'를 꺼낸다. 글을 잘 쓰는 세 가지 비결. 많이 읽을 것, 많이 쓸 것, 많이 궁리하고 고칠 것. 결국 답은 하나로 수렴한다.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그냥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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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쌓이면 어느 순간 질이 바뀐다. 양질 전환. 많이 읽다 보면 속도도 저절로 붙는다. 좋은 글을 쓰는 법도, 빨리 읽는 법도 신기하게 같은 원리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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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슴이 떨리는 문장을 만나면 사진부터 찍는다. 나중에 필사 공책에 옮긴다. 괜찮은 문장엔 인덱스를 붙인다. 사색을 부르는 문장을 만나면 책을 덮고 잠깐 멈춘다. 1분쯤. 그렇게 뜯어읽는데도 2시간이면 다 읽는다. 저절로 빨라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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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법 책도 읽어봤다. 독서법을 다룬 책만 200권 넘게 읽었다. 방법은 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결론은 하나였다. 많이 읽어본 분야는 60분 정도면 다 정독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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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겹친다. 이미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면 문장이 한 줄씩 읽히지 않는다. 세 줄씩 한 번에 들어온다. 처음 겪었을 때는 신기했다. 좋아하는 분야는 저절로 속도가 붙는다. 고전은 지금도 느리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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