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없던 소년에서 구국의 신념을 가슴 깊이 품은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희미해 지는 
 애국의 참 의미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애국은 특별한 사명감도 아니고 타고난 성품도 아닌,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시대적 양심’ 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머리말 中 에서-

바로 어제가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어느 포털 사이트 상단을 장식하고 있어서 알았지 
솔직히 어제가 그날인줄 꿈에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때마침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 도서로 나온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을 
아들과 함께 읽게 돼서 나름대로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안중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관 단어는 이토 히로부미다.
우리 민족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항소 한번 하지 않고 의연하게 최후를 맞이한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은 어렸을때는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불 같이 급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무관을 일곱 명이나 배출한 안씨 집안의 장손답게 총과 활 쏘기에는 능했으나
과거에 급제하고 문무 모두에 능한 아버지(안태훈)와는 달리 
사냥만 열심히 하고 학업은 뒷전이라 
부모님과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 자랐던 철부지였다고 한다. 
성격은 또 어찌나 급한지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을 고비도 넘겼고
총알이 손바닥을 뚫고 나오는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큰 사고 이후에도 ’나는 왜 이럴까?’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이 나를 도와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하는 담대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
후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 책은 세가지 칭찬하고픈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첫째, 화자가 바로 안중근이다.
위인전이라고 하면 흔히 제 3자가 위인에 관한 업적과 일생을 이야기하는게 대부분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화자가 바로 안중근이다.
앞서 ’회고’ 라고 말했는데 회고라고 말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중근, 당신 스스로 태어나서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서 
위인전을 읽는게 아니라 한편의 회고록(자전적 에세이)을 읽는 듯했다.
위인전하면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회고록을 읽는 기분이라 신선했고 또 독특했다. 
화자만 달리했는데도 이렇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둘째, 주석을 따로 달지 않고 괄호 속에서 바로바로 설명해줘서 편리해 좋았다.
예를 들자면 ’독선생’ 이란 단어를 설명할때 
흔히 * 표시를 해놓고 하단에 설명을 하거나 
* 달린 어려운 단어만 따로 모은 페이지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독선생(한 집의 아이만 맡아서 가르치는 선생) - P 27 中 에서-. 이런 식으로 
어려운 단어 바로 뒤에 괄호를 만들고 괄호 속에서 바로바로 그 뜻을 설명해줘서
어려운 단어를 따로 찾아봐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줘서 좋았다.

셋째,  동학농민운동, 을미사변, 러일 전쟁, 아관파천, 갑신정변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줘서 
위인전을 읽으면서 국사공부까지 저절로 돼서 참 좋았다.
역사적 사건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설명해줘서 굳이 공부한단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줘서 더 좋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 불 같은 성정에 얼마나 견뎌내기 힘들었을까?
밤낮으로 계획을 짜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는데도
고작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면 그 기분은 어땠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애국심이 뭔지도 몰랐고, 사냥만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게을리 했던 철부지 소년이
더러운 세상과 맞서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을 몸소 실천했던 이야기.
불편부당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 한 몸 기꺼이 바쳤던 애국 청년 안중근의 이야기가
애국심이 뭔지조차 잊고 살았던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과 가르침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 수없이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용의자 숫자를 줄이기는 커녕 모두가 의심스러워져서
등장인물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는 긴박한 정황,
거기에 마무리로 가족애가 담긴 끈적한 감동까지 전해준다면?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때 그 엄청난 두께에 일단 놀랐다.
2권으로 출간했어도 충분했을 분량.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재미가 보장된 책이라면 2권으로 출간했으면
훨씬 이익이었을텐데 싶기도 했지만
독자입장에서야 2권이 아닌 1권으로 출간해준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여자 손아귀로는 잡고 읽기가 힘들 정도로 두꺼워서 솔직히 그립감은 별로다.
허리가 안좋아서 누워서 책 읽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팔목이 아플 정도로 두껍다.
그립감도 별로인데다 재미도 없는데 두껍기만 했다면 
아무리 2권으로 출간할 책을 1권으로 출간해줬다해도 용서하기 힘들었겠지만 
책, 한마디로 무지 재밌다. 아주 순식간에 읽힌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중간중간 할일이 많아 읽는데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새벽에만 틈틈이 읽었는데도 순식간에 읽었고 새벽잠을 쫓아버릴 정도로 재밌었다.

"신학자들에 따르면 하나님은 대홍수 전에 아담에게 책을 하나 만들라고 하셨다. 
 그리고 거기다 속세의 모든 지식을 써서 채운 후, 그 보물을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라고 하셨다. 아담이 아벨을 택하자 질투심이 폭발한 카인이 그걸 잡아채서 아벨을 죽인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살인무기인 그 책은 카인이 죄를 뉘우치며 회개를 구했을 때 하나님이 용서의 징표로 카인에게 내린 것이기도 하다. 이 카인의 징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칼과 아버지를 뒤쫓기 시작한다." 
- 카인의 징표 출판서 서평 中 에서 -


전직 ICE(미국 이민 세관 집행국) 요원이었던 칼은
전직 목사인 루즈벨트와 함께 노숙자들을 쉼터로 데려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한 공원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 노숙자를 발견하는데
그사람은 바로 칼의 아버지다.
칼의 아버지는 19년 전에 쌍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죽이는 바람에
8년형을 살게 됐었고 징역을 살고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에도 단 한번도 칼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밤 19년만에 재회를  하게 되다니. 그것도 아들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발견된 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운반하던 물건을 보류시킨 곳(ICE)에 아들이 전화 한통만 하면 그 보류통보를 풀어줄 수 있다니~ 우연을 가장했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버지의 수상한 행동. 그걸 다 알면서도 칼은 아버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버지를 도와주게 되고 아버지가 운반하는 물건을 가로채려는 전직 경찰 엘리스와 맞닥뜨려 아버지의 목숨까지 구해준다.
복잡한 문제에 연루된 아버지. 그를 외면하고 싶지만 부자간의 정에 이끌려 자꾸만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칼 하퍼. 그와 아버지는 카인의 징표를 찾을 수 있을까? 카인의 징표는 대체 무엇일까? 카인의 징표를 최후로 차지하는 사람은 누구?

어렸을적, 처음엔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정말 어쩔수없이 다녔던 피아노학원을 
군말없이 다니게 된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하얗고 이쁜 강아지 5마리였고 
또 하나는 성경에 등장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낸 그림책이었다.
우리집은 불교였고 나 역시 불교학교까지 다녔지만
동물들을 종류별로 한쌍씩 배에 태우자 홍수가 나서 온세상이 물에 잠겼다는 노아의 방주, 
바다가 둘로 갈라져서 모세 일행이 무사히 바다를 건너자마자 다시 바다가 됐다는 
모세의 기적 이야기 등등 어찌나 신기한 이야기가 많던지 
그 책들을 읽느라 피아노레슨시간이 끝나고나서도 집에 가지 않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아벨이 올린 제물만 받자 질투심 때문에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야기를 읽고 
섬뜩했던 기억도 나는데 바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이런 놀라운 미스터리물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다. 거기에 슈퍼맨의 원작자인 제리 시걸의 아버지인 미셸 시걸이 살해된 사건을 카인의 징표를 찾는 이야기와 결부시켜 이렇게 매끄럽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두가지 이야기가 어설프게 결합된게 아니라 너무도 완벽하고 매끄럽게 게 이어져서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팩션이 아니라 사실일 것만 같다. 이정도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제리 시걸의 생부, 미셸 시걸을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미스터리를 2년간 투자해 조사했다니 그 대단한 열정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난 드라마 하나를 볼 때도 결말을 미리 점쳐보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 결말 맞추는데 또 귀신이다. 
내가 예상한 결말과 결말이 똑같으면 맥빠져하면서도 이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나쁜 버릇이 또 고개를 들길래 
엘리스와 통화하는 예언자가 누구인지 맞추지 않아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결국엔 맞추고 말았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맞추기까지의 시간이 정말 꽤나 오래 걸렸다.  처음에 이사람이다 확신했던 사람이 아니다 싶자 다른 사람을 의심해보고 
그 사람이 또 아니다 싶자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해보고 
결국엔 등장인물들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그 시간에 엘리스와 통화가능한 사람을 추리해보고 또 해보다 
겨우겨우 예언자를 유추해보고 그 예언자가 내가 유추해본 사람과 일치했을때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맞추기 쉽지 않아서 더 재밌었고 예언자가 누군지 다 밝혀졌는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그 뒤에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정말 최고의 반전이었고 
헐리우드식 영화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해피엔딩이라 더 기분 좋았다. 
이야기를 점점 더 크게 벌려놔서 처음은 재밌지만 
마지막 뒷마무리가 어설픈 소설도 수없이 봐왔기에 
이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카인의 징표 하나를 위해 죽고 죽이는 광신도들 이야기가 섬뜩하긴 했지만 
그들이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아주 조근조근 설명해줘서 
미친 그들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미친 행동에 연민을 느끼고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갈 정도로 설득력까지 갖췄고 
거기에 마지막엔 감동적인 가족애까지 느끼게 해준다.
한마디로 숨막히게 재밌었고 지루할 틈이 없었던데다 아주 깔끔하게 갈무리되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최소한 내가 읽어본 미스터리 소설 중에선 최고였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속을 거닐다 - 김경옥 작가와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
김경옥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도 소설을 끊은지 20여 년이 된 자신이 추천사를 쓴다는게 
참 뻔뻔하다고 이야기하는 배철수 씨 추천사에 적힌 한마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저는 김경옥의 말은 못 믿어도 김경옥의 글은 무조건 믿습니다."

그녀와 일한 시간이 19년이나 됐다지만 겉보기에도 꽤나 까다로워 보이는 배철수씨가 
이렇게 대책없는 믿음을 주는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렸을때부터 책 읽기를 즐겼던 그녀는 열 살 무렵, 
자신의 독서취향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소설이었다고 한다.
어른이 되니 방해받지 않고 대하소설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노후에 부디 소설책을 원 없이 쌓아놓고 읽으면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그녀는
소박하지만 참 멋진 꿈과 직업(방송작가)을 가진 여자다.
취미도 직업도 노후대책도 모두 책과 관계가 깊다.
책 없으면 하루도 못살 것 같은 그녀가 
소개하는 25편의 소설은 어떤 것일지, 또 어떤 식으로 소개할지 모두 궁금했다.

25편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무엇일까 찬찬히 살펴봤는데
읽은 것은 고작 향수 한 편뿐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집에 있지만 다른 책들 읽느라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사막도 소개돼있길래 우리집에도 있는 책이네 하고 반가운 맘에 살펴봤더니
이번엔 저자가 다르다,
집에 있는 사막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인데 
저자가 소개한 사막은 르 클레지오의 소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소설을 다 읽었건 읽지 않았건 이 책을 읽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소설을 다 읽었다면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그녀의 생각에 반박해보기도 하면서 더 깊은 재미를 느꼈겠지만
나같이 딱 한편만 읽어본 독자라 해도 저자가 소개해준 소설을 읽어보고
나도 한번쯤 읽어봐야겠다 다짐해보게 될 것이다.

책의 형식은 이렇다.
먼저 책 제목을 소개하고 저자에 관해 간단히 소개한다.
그 후에 대체적인 줄거리와 책에 대한 그녀의 생각, 그녀의 경험들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미처 읽어보지 않은 책이 많아서 
이것이 저자의 경험인지, 책의 내용인지 헷갈릴 때도 종종 있었지만 
조금 읽다보니 저절로 구분할 수 있었다.
역시 소설을 많이 읽어본 저자인만큼 책 한 권을 소개하면서도
소개한 책 저자의 다른 작품을 끄집어내 조금씩 소개해주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작품도 간간이 소개해주어서 
표면상으론 25편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제론 25편 그 이상의 소설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 아직까지 저자처럼 확실한 나만의 독서취향을 찾지는 못했다.
소설만 읽자니 왠지 무식해보일 것 같아 
인문교양서도 좀 읽어줘야겠다 생각하는 편이고
에세이는 남이 늘어놓는 자랑을 내 돈 내고 들어주는 것 같아 싫어하는 편이다.
단 얼마전 읽은 에세이, 
김호* 씨의 내 인생, 안단테 **** 만큼은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고 
어렵게 이룬 그 꿈이 한번 좌절됐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꾸고 결국 그 꿈을 이뤄낸 그녀의 이야기가 
자랑이 아니라 참 살아낸 친언니 이야기같아 푸근하고 감동적이었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설을 가장 좋아하고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지만
아직까지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선택하는 정도의 경지밖에는 오르지 못했다.
남이 좋다니까 진짜 좋은가보다. 남이 싫다니까 별로인가보다.
아직까지는 이런 식으로밖에는 책을 보지 못한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끝도 없이 이어진 소설 속을 숲 속 거닐듯이 천천히 거닐다보면 
그 끝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단어들로 이루어진 강줄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국경선이나 장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인 나를 소설 속 마음의 형제자매에게 데려다줍니다. 
 소설 속으로 여행을 떠나면 아름다운 풍경에 홀려 
 나도 모르게 "아하, 그렇구나!",  "그게 이런 거였구나!"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소설책은 그 어떤 철학책보다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깨달음을 줍니다." 
- 소설 속을 거닐다 서문 中 에서 -

경제서적을 읽고 주식에 투자해보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사회에서 더 잘 살아내는 사람들도 멋지겠지만 
노후대책 하나 세우지 않고 있단 저자 김경옥 역시 정말 멋졌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 소설 속에서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맛볼 줄 아는 감수성 풍부한 여자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술~ 읽는 영문법 소설책 4 - 문장의 형태와 시제
김하경.이다미 지음, 박승원 그림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들이 영어학원을 다닌지도 벌써 2년반이나 됐네요.
덕분에 영어실력도 많이 늘었고 안좋던 발음도 요즘 들어 좀 좋아지고.
말하기 듣기 실력은 확실히 많이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법 실력만은 영 늘지 않고 있다는거예요.
저희 때만 해도 성문**영어와 맨*맨으로 문법 위주로 공부했었는데
(중고등학교부터는 문법 위주로 공부하는데 
 우리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라 문법 공부를 아직 많이 안하는걸까요?? ^^;;)
요즘 아이들은 일단 듣기가 돼야한다면서 문법은 거의 배우질 않더라구요.
숙제로 내주신 문제를 풀려면 문법을 알아야 푸는 것들이 많길래
영어학원 선생님께 문법 공부를 따로 시켜주셔야하는거 아니냐고 여쭤봐도 
일단은 통문장으로 외우고
지금 이시기엔 문법은 중요하지 않으니 먼저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교육시키는게 
중요하단 이야기만 하셔서 엄마인 제 입장에선 솔직히 좀 답답했거든요. 
역시나 며칠전부터 문법을 집중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제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답니다.
어디에 주어를 놓아야할지, 어디에 동사를 놓아야할지 많이 헷갈리나봐요.
뒤죽박죽 엉켜버린 단어들, 제자리를 찾아줘야할텐데 
일반동사의 의문문 - Do(Does) + 주어 + 동사원형 
이런 식의 딱딱하고 지루한 설명은
영어를 10년 이상 배운 제가 봐도 쳐다보기도 싫을만큼 재미도 없고 
이해도 잘 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일만큼 정말 반가운 책을 만났답니다.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영문법을 확실히 공부해둬야 성적도 잘 나오니
영문법을 초등학교때부터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하신 책이라 하셔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도 
제 기대에 100%가 아니라 110%  부응하는 고마운 책이었으니까요.
학습만화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히지만
학습만화에서는 공부할 내용을 조금밖에 다루지 못하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영문법을 정말 많이 다뤄주셨다는것도 참 맘에 들었습니다.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영문법의 기초가 전혀 없는 주인공들이 워드 몇 마리를 주워와 문장 틀 안에 끼워넣고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된 문장을 완성해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영문법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나갈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부정문, 의문문, 명령문, 권유문, 과거형, 미래형까지 다루고 있지만
지루할 틈은 없습니다.
우리 아이와 똑같이 영문법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문장을 조합해보는동안
이게 공부라 생각지 않고 우리 아이도 같이 저절로 공부가 되거든요.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붕어빵을 찍어내는 듯한 문장 제조틀이 실린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워드 몇마리를 주워와서 문장 틀에 끼워넣고 문장 제조틀 밑에 있는 장작에 불을 지핀뒤
세번 뒤집고 나서 문장 제조틀의 뚜껑을 엽니다. 
그러면 뭉게구름같은 영어문장이 틀에서 나와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고 
그때 아이들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꺼내들면 
구워진 영어문장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다이아몬드를 통과한 문장은 비로소 효력을 나타내서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주곤 합니다.
단 워드의 순서가 올바르지 않은 경우엔 문제를 해결해주긴 커녕 
워드빵 몬스터가 땅 위를 튕기며 일행들을 마구 공격하죠.
정말 재미난 설정 아닌가요?? ^^

두리몽, 얌샘, 차칸노무스키 등등 등장인물의  인물도 재미납니다.
두리몽은 뭐든지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딪쳐가며 얼렁뚱땅 해결하려고 해서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타입이라 두리몽인가봅니다. 
얌샘은 강한 자에게는 비굴하고 약한 자는 한없이 깔보는 얌생이 같은 스타일이고
차칸노무스키는 처음 봤을때 영락없는 나쁜 놈의 새X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쌍둥이 형을 걱정할 줄 아는, 이름 그대로 착한 놈의 새X더라구요. ^^

한가지 더, 아주 재미난 설정도 있답니다.
꼬마 "코난 도일" 이 등장하는데 영국 추리소설의 대표작가인 그가
탐정 셜록 홈즈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나와서 명탐정 노릇은 톡톡히 해내면서도 
영문법은 전혀 모른다거죠~ ^^
영국 사람이 영문법을 하나도 몰라서 추리를 해서 문장조합을 해내다니요~ ^^
하지만 영문법은 전혀 모르면서도 추리로 재대로 된 영문장을 완성해내는 걸 보면 
(시험 문제) 찍기의 달인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아이들의 신나는 모험과 함께 하면서 배운 영문법들을 
코난 도일 경의 추리 노트에서 한번 더 간단히 정리해보고 
바로 뒷페이지에서 자세한 예문과 함께 제대로 된 설명을 한번 더 들은뒤
2,3 페이지 분량의 문제를 풀어보고 제대로 공부가 됐는지 점검할 수 있단 점도 
이책의 특장점중 하나랍니다.

현재시제의 일반동사를 과거시제로 만들때 
"동사의 뒤에 "~ ed"를 붙여주면 된다!  
 단, 동사의 철자가 ’e’로 끝날 땐 ’~d’만 붙여준다!" 란 설명을 보고
 ’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하고 제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려는 순간, 
그 바로 뒷장에 과거시제로 바뀔때 뒤에 ’~ed’ 나 ’~d’ 가 붙지 않고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동사들이 외워! 란 제목하에 2페이지 가득 실려있어서
역시 영어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책이라 다르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

톡톡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하는 스릴 넘치고 재미난 판타지 소설에 
다수의 문제까지 수록해 꼼꼼한 영문법 공부가 가능하고
한페이지나 두페이지 전체를 할애한 풀컷 삽화로 
보는 이의 눈을 시원하고 즐겁게 해주고.
사실 이것만 가지고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제가 보기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영문법을 어느정도 아는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영문법을 아주 전혀 모르는 아이 입장에 서서
아이의 눈높이로 바라보고 영문법을 아주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준데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의문문을 만들때 
주어와 be동사의 위치를 바꾸는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위치를 바꾸든, 안바꾸든 모든 문장이 똑같게만 보이는 아이들에게 
주어와 be동사의 위치를 바꾸란 식의 주입식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만큼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여러번의 시행 착오를 거치고
워드 몬스터들의 숱한 공격을 받아가면서 어렵게 깨우치는 동안
우리 아이들 역시 등장인물들에 동화돼 
시행착오를 같이 거치면서 저절로 외울 수 있으니 말이죠. ^^

책 한 권 속에 이렇게 많은 영문법을 다룰 수 있다니 놀랍고 기대이상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여러권을 읽은것만큼의 효과를 누리길 바라는 부모님들께,
영문법이 어렵단 생각에 지레 겁부터 먹고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쉽고 재미난 판타지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영문법 공부가 되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옆에 있는 아이가 진짜 내 아이일까? 
혹시 숲 속 파에리(fairy)들이 바꿔치기한 아이는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우리 아들을 흘끔거리게 됐다.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 우리 아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갑자기 우울해졌다거나 갑자기 밝아지진 않았는지 곰곰이 떠올려보기도 했다.
(파에리들의 말에 따르면 
영아는 바꿔치기 더없이 좋지만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게 쉽지 않고
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이 복잡해지고 방대한 정보를 암기하고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예닐곱 살이 바꿔치기하기에 딱 적당한 나이라고 한다
따라서 입학전 수상한 점이 없었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가 내 진짜 아이라 믿어도 좋겠지~ )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아 휴~ 가슴을 쓸어내려본다.

기발한 상상력 - 기괴한 분위기, 우울한 생활의 연속 - 
작가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한 결말까지.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상상력이 정말 뛰어나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게 만들기고 했고
우리 아들이 혹 파에리들이 계획적으로 바꿔친 아이이고
내 진짜 아들은 
숲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하게도 만들었다.
또 애니 데이와 헨리 데이의 생활이 둘다 너무 암담해서 나까지 우울해지기도 헀다. 
결말은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해피엔딩이어서 책장을 덮으면서도 흐뭇헀다.
시작은 멋졌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가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 소설도 종종 봐왔는데
이 책은 시작보다 결말이 더 멋지다고 말한다해도 무리가 없다.

책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숲속에 사는 도깨비들(파에리)이 인간세상에 사는 행복하지 않은 아이를 물색한다.
파에리들이 서로 분담해서 그 아이의 정보를 최대한 캐낸뒤 
아이를 납치해서 바꿔치기하고 
파에리는 인간 세상에서 인간아이로 살고, 인간아이는 숲속에서 파에리로 산다.
파에리는 뼈를 녹이고 늘려 인간아이와 똑같은 생김새를 가질 수도 있고
목소리도 바꿀 수 있으니 아이의 부모만 완벽히 속일 수 있다면 
인간세상에서 행복하게 인간의 삶을 살 수가 있다.

반면 파에리들에게 납치당해 숲속에서 살게 된 인간의 아이는
거미줄로 꽁꽁 묶인채 일단 물속에 던져진다.
조금 뒤 건져낸 아이는 이제 숲속에서 파에리들과 함께 살게 되는데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려면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면서 족히 100년은 기다리며
자기보다 앞서 납치된 파에리들이 다시 인간의 아이가 되길 고대하면서
순서를 기다려야한다..

인간 세상에 간 파에리는 안락한 인간의 삶을 살 수 있지만 
대신 육신이 늙고 병들고, 파에리란걸 들키지 않기 위해 늘 불안한 삶을 살아야하며
숲속에서 파에리로 살게 된 원래 인간 아이는 늙지도 병들지도 않지만
다른 인간 아이와 바꿔치기 하기전엔 아이 모습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한다.
게다가 예전엔 숲속 생활이 그럭저럭 지낼만했지만
숲속이 점점 인간에 의해 개발돼 시끄럽고 더러운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어
숲속 생활이 더이상 안전하지도, 아늑하지도 않다.

이 책은 납치당해 숲 속 파에리로 살게 된 원래는 인간아이였던 애니 데이와
파에리였다가 이젠 인간 아이로 살게 된 헨리 데이, 
이렇게 두사람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애니 데이와 헨리 데이는 서로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지만
묘하게 서로 닮아있다. 
애니 데이는 스펙이라는 여자아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스펙이 데려가준 도서관에서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 
자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고
헨리 데이는 테스란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테스의 독려로 교향곡을 완성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 덕분에 꿈에 도전하고 새로운 희망에 눈뜨게 되고
자기의 본래모습을 알기 위해 과거를 더듬으며 애쓰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애니 데이와 헨리 데이가 너무도 닮아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울하지만 
판타지 소설인만큼 기발한 상상력이 곳곳에 숨어있다.
키가 왜 자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아버지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가짜 헨리 데이가 밤마다 몸을 조금씩 늘여 성장한다든지, 
진짜 헨리 데이(숲속에 간 애니 데이)가 파에리가 된뒤로
세상이 휙휙 지나갈 정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몸을 늘였다 줄였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건 물론이고 
차에 치여 쓰러진 사슴 주둥이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신비한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건 정말이지 신비롭고 흥미진진했다. 

인간 세상에 사는 파에리는 늘 이 행복함을 빼앗길까 불안해하고
숲속에 사는 파에리들은 인간 세상의 불행한 아이를 찾아 
인간아이와 바꿔치기해 지옥같은  숲속에서 벗어나려 하고.....

숲속이든 인간세상이든 늘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과거를 더듬고 현재에 만족 못하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참 닮아있어서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판타지지만 초현실적세계라기보다는 너무도 인간다운 이야기가 가득했고
인간적 고뇌도 가득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책장을 덮으면서 한동안 우울했을 것 같다.
요즘 들어 계속 기분이 안좋았던게 돌이켜보니 이 책 탓인 듯도 싶다.
내가 애니 데이라면, 내가 헨리 데이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느라
책 읽는 내내 나도 같이 우울했고 
책장을 덮으면서는 최고의 결말에 같이 기뻐했으니 말이다.

정말 멋진 판타지성장소설을 만나 기쁘다.
지금 당장 또 한번 읽기엔 또 우울해질까 겁이 나지만
시간이 지나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한장 한장 음미해보며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다.
허황된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적인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