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 수없이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용의자 숫자를 줄이기는 커녕 모두가 의심스러워져서
등장인물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는 긴박한 정황,
거기에 마무리로 가족애가 담긴 끈적한 감동까지 전해준다면?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때 그 엄청난 두께에 일단 놀랐다.
2권으로 출간했어도 충분했을 분량.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재미가 보장된 책이라면 2권으로 출간했으면
훨씬 이익이었을텐데 싶기도 했지만
독자입장에서야 2권이 아닌 1권으로 출간해준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여자 손아귀로는 잡고 읽기가 힘들 정도로 두꺼워서 솔직히 그립감은 별로다.
허리가 안좋아서 누워서 책 읽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팔목이 아플 정도로 두껍다.
그립감도 별로인데다 재미도 없는데 두껍기만 했다면 
아무리 2권으로 출간할 책을 1권으로 출간해줬다해도 용서하기 힘들었겠지만 
책, 한마디로 무지 재밌다. 아주 순식간에 읽힌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중간중간 할일이 많아 읽는데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새벽에만 틈틈이 읽었는데도 순식간에 읽었고 새벽잠을 쫓아버릴 정도로 재밌었다.

"신학자들에 따르면 하나님은 대홍수 전에 아담에게 책을 하나 만들라고 하셨다. 
 그리고 거기다 속세의 모든 지식을 써서 채운 후, 그 보물을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라고 하셨다. 아담이 아벨을 택하자 질투심이 폭발한 카인이 그걸 잡아채서 아벨을 죽인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살인무기인 그 책은 카인이 죄를 뉘우치며 회개를 구했을 때 하나님이 용서의 징표로 카인에게 내린 것이기도 하다. 이 카인의 징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칼과 아버지를 뒤쫓기 시작한다." 
- 카인의 징표 출판서 서평 中 에서 -


전직 ICE(미국 이민 세관 집행국) 요원이었던 칼은
전직 목사인 루즈벨트와 함께 노숙자들을 쉼터로 데려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한 공원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 노숙자를 발견하는데
그사람은 바로 칼의 아버지다.
칼의 아버지는 19년 전에 쌍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죽이는 바람에
8년형을 살게 됐었고 징역을 살고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에도 단 한번도 칼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밤 19년만에 재회를  하게 되다니. 그것도 아들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발견된 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운반하던 물건을 보류시킨 곳(ICE)에 아들이 전화 한통만 하면 그 보류통보를 풀어줄 수 있다니~ 우연을 가장했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버지의 수상한 행동. 그걸 다 알면서도 칼은 아버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버지를 도와주게 되고 아버지가 운반하는 물건을 가로채려는 전직 경찰 엘리스와 맞닥뜨려 아버지의 목숨까지 구해준다.
복잡한 문제에 연루된 아버지. 그를 외면하고 싶지만 부자간의 정에 이끌려 자꾸만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칼 하퍼. 그와 아버지는 카인의 징표를 찾을 수 있을까? 카인의 징표는 대체 무엇일까? 카인의 징표를 최후로 차지하는 사람은 누구?

어렸을적, 처음엔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정말 어쩔수없이 다녔던 피아노학원을 
군말없이 다니게 된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하얗고 이쁜 강아지 5마리였고 
또 하나는 성경에 등장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낸 그림책이었다.
우리집은 불교였고 나 역시 불교학교까지 다녔지만
동물들을 종류별로 한쌍씩 배에 태우자 홍수가 나서 온세상이 물에 잠겼다는 노아의 방주, 
바다가 둘로 갈라져서 모세 일행이 무사히 바다를 건너자마자 다시 바다가 됐다는 
모세의 기적 이야기 등등 어찌나 신기한 이야기가 많던지 
그 책들을 읽느라 피아노레슨시간이 끝나고나서도 집에 가지 않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아벨이 올린 제물만 받자 질투심 때문에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야기를 읽고 
섬뜩했던 기억도 나는데 바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이런 놀라운 미스터리물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다. 거기에 슈퍼맨의 원작자인 제리 시걸의 아버지인 미셸 시걸이 살해된 사건을 카인의 징표를 찾는 이야기와 결부시켜 이렇게 매끄럽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두가지 이야기가 어설프게 결합된게 아니라 너무도 완벽하고 매끄럽게 게 이어져서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팩션이 아니라 사실일 것만 같다. 이정도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제리 시걸의 생부, 미셸 시걸을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미스터리를 2년간 투자해 조사했다니 그 대단한 열정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난 드라마 하나를 볼 때도 결말을 미리 점쳐보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 결말 맞추는데 또 귀신이다. 
내가 예상한 결말과 결말이 똑같으면 맥빠져하면서도 이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나쁜 버릇이 또 고개를 들길래 
엘리스와 통화하는 예언자가 누구인지 맞추지 않아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결국엔 맞추고 말았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맞추기까지의 시간이 정말 꽤나 오래 걸렸다.  처음에 이사람이다 확신했던 사람이 아니다 싶자 다른 사람을 의심해보고 
그 사람이 또 아니다 싶자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해보고 
결국엔 등장인물들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그 시간에 엘리스와 통화가능한 사람을 추리해보고 또 해보다 
겨우겨우 예언자를 유추해보고 그 예언자가 내가 유추해본 사람과 일치했을때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맞추기 쉽지 않아서 더 재밌었고 예언자가 누군지 다 밝혀졌는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그 뒤에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정말 최고의 반전이었고 
헐리우드식 영화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해피엔딩이라 더 기분 좋았다. 
이야기를 점점 더 크게 벌려놔서 처음은 재밌지만 
마지막 뒷마무리가 어설픈 소설도 수없이 봐왔기에 
이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카인의 징표 하나를 위해 죽고 죽이는 광신도들 이야기가 섬뜩하긴 했지만 
그들이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아주 조근조근 설명해줘서 
미친 그들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미친 행동에 연민을 느끼고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갈 정도로 설득력까지 갖췄고 
거기에 마지막엔 감동적인 가족애까지 느끼게 해준다.
한마디로 숨막히게 재밌었고 지루할 틈이 없었던데다 아주 깔끔하게 갈무리되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최소한 내가 읽어본 미스터리 소설 중에선 최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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