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을 거닐다 - 김경옥 작가와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
김경옥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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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소설을 끊은지 20여 년이 된 자신이 추천사를 쓴다는게 
참 뻔뻔하다고 이야기하는 배철수 씨 추천사에 적힌 한마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저는 김경옥의 말은 못 믿어도 김경옥의 글은 무조건 믿습니다."

그녀와 일한 시간이 19년이나 됐다지만 겉보기에도 꽤나 까다로워 보이는 배철수씨가 
이렇게 대책없는 믿음을 주는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렸을때부터 책 읽기를 즐겼던 그녀는 열 살 무렵, 
자신의 독서취향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소설이었다고 한다.
어른이 되니 방해받지 않고 대하소설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노후에 부디 소설책을 원 없이 쌓아놓고 읽으면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그녀는
소박하지만 참 멋진 꿈과 직업(방송작가)을 가진 여자다.
취미도 직업도 노후대책도 모두 책과 관계가 깊다.
책 없으면 하루도 못살 것 같은 그녀가 
소개하는 25편의 소설은 어떤 것일지, 또 어떤 식으로 소개할지 모두 궁금했다.

25편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무엇일까 찬찬히 살펴봤는데
읽은 것은 고작 향수 한 편뿐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집에 있지만 다른 책들 읽느라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사막도 소개돼있길래 우리집에도 있는 책이네 하고 반가운 맘에 살펴봤더니
이번엔 저자가 다르다,
집에 있는 사막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인데 
저자가 소개한 사막은 르 클레지오의 소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소설을 다 읽었건 읽지 않았건 이 책을 읽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소설을 다 읽었다면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그녀의 생각에 반박해보기도 하면서 더 깊은 재미를 느꼈겠지만
나같이 딱 한편만 읽어본 독자라 해도 저자가 소개해준 소설을 읽어보고
나도 한번쯤 읽어봐야겠다 다짐해보게 될 것이다.

책의 형식은 이렇다.
먼저 책 제목을 소개하고 저자에 관해 간단히 소개한다.
그 후에 대체적인 줄거리와 책에 대한 그녀의 생각, 그녀의 경험들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미처 읽어보지 않은 책이 많아서 
이것이 저자의 경험인지, 책의 내용인지 헷갈릴 때도 종종 있었지만 
조금 읽다보니 저절로 구분할 수 있었다.
역시 소설을 많이 읽어본 저자인만큼 책 한 권을 소개하면서도
소개한 책 저자의 다른 작품을 끄집어내 조금씩 소개해주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작품도 간간이 소개해주어서 
표면상으론 25편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제론 25편 그 이상의 소설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 아직까지 저자처럼 확실한 나만의 독서취향을 찾지는 못했다.
소설만 읽자니 왠지 무식해보일 것 같아 
인문교양서도 좀 읽어줘야겠다 생각하는 편이고
에세이는 남이 늘어놓는 자랑을 내 돈 내고 들어주는 것 같아 싫어하는 편이다.
단 얼마전 읽은 에세이, 
김호* 씨의 내 인생, 안단테 **** 만큼은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고 
어렵게 이룬 그 꿈이 한번 좌절됐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꾸고 결국 그 꿈을 이뤄낸 그녀의 이야기가 
자랑이 아니라 참 살아낸 친언니 이야기같아 푸근하고 감동적이었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설을 가장 좋아하고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지만
아직까지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선택하는 정도의 경지밖에는 오르지 못했다.
남이 좋다니까 진짜 좋은가보다. 남이 싫다니까 별로인가보다.
아직까지는 이런 식으로밖에는 책을 보지 못한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끝도 없이 이어진 소설 속을 숲 속 거닐듯이 천천히 거닐다보면 
그 끝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단어들로 이루어진 강줄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국경선이나 장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인 나를 소설 속 마음의 형제자매에게 데려다줍니다. 
 소설 속으로 여행을 떠나면 아름다운 풍경에 홀려 
 나도 모르게 "아하, 그렇구나!",  "그게 이런 거였구나!"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소설책은 그 어떤 철학책보다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깨달음을 줍니다." 
- 소설 속을 거닐다 서문 中 에서 -

경제서적을 읽고 주식에 투자해보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사회에서 더 잘 살아내는 사람들도 멋지겠지만 
노후대책 하나 세우지 않고 있단 저자 김경옥 역시 정말 멋졌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 소설 속에서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맛볼 줄 아는 감수성 풍부한 여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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