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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솔로지 - 믹솔로지스트 김봉하의 칵테일 레시피
김봉하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술을 못 마신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태어날 때부터 탑재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못 마시고 그러다 보니 안 마시는 건데, 누구는 '안 마셔서 못 마시는 거'라고 자꾸 꼬신다. 그래봤자 넘어갈 리 없지만.
그런데 이 책을 보다 보니 살짝 억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라, 난 술을 못 마시니까 이런 칵테일도 못 마시는 거잖아'. 한참 뒤늦은 깨달음이다. 가끔 칵테일 한 잔 정도는, 단 몇 모금 정도라도 마실 수 있다면 유달리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내 식탐이 조금은 해결될 텐데 말이다.
믹솔로지에는 믹솔로지스트 김봉하가 소개하는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가 가득하다. 믹솔로지스트란 바텐더의 개념을 넘어 ‘음료와 음료 그리고 음료와 사람, 음악, 공간, 문화를 혼합하는 전문가’를 뜻한다고 한다. 음료를 마시는 한 공간 안에 있는 사람과 사람을 섞고, 그 사람들과 신선한 음료를 섞고,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과 문화를 섞는 사람으로 한 잔의 음료 안에 현재의 문화가 나타내는 트렌드를 함께 연출하고 연구하는 음료 스타일리스트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거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믹솔로지스트 경력 10년차인 김봉하가 색상 화려한 칵테일 대신 신선한 칵테일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이렇다. 어느 날 트로피칼 칵테일을 마시고 거울을 봤는데 혀가 파랬다고 한다. 색소가 많이 들어간 걸 마셨기 때문이었다. 물보다 못한 걸 마시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신선하고 건강한 음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임산부가 찾아와도 자신있게 칵테일을 건넬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술은 빼고.
이 책에는 그런 그의 결실이 가득하다. 초보자도 따라하기 쉽도록 믹솔로지스트에 필요한 도구, 기본적인 술,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법, 과일을 자르는 방법과 사용 방법, 기본 기술을 차근차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요구르트를 이용한 음료를 비롯해 다양한 시럽 만드는 방법, 비타민 음료 만드는 법, 요기 티까지 소개한다. 매 쪽마다 실린 사진은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담음새까지 배울 수 있으니 1석 2조다. 나처럼 술은 음료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조차 아름다운 색감에 호기심이 생길 정도니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실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날 거 같다.
여기에 나온 재료를 처음부터 모두 갖출 생각은 하지 말자. 우선 만들어 보고 싶은 몇 가지 음료부터 정한 뒤에 그것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 본 뒤, 하나씩 메뉴를 늘려보도록 하자. 집에서 자신이 먹을 칵테일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카페나 바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