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와 나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사이다 글.그림 / 다림 / 2019년 11월
평점 :
고구마구마 책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6살 난 아들이 그 책을 5살 처음 읽었는데,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고구마구마를 이야기한다. "맛있구마, 다 탔구마..."를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들. 그렇게 고구마와 잘 어울리는 그림책 작가 사이다를 만났다. 사이다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들과 읽을 생각에 책을 펼치게 되었다.
너와 나.. 제목이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네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존재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물음을 나에게 무겁게 던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너 보다 내가 더 인정 받아야 했고 더 사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가벼운 그림책을 본 다는 생각 보다는 작가가 던져 놓은 너와 나.. 우리의 의미를 찾아가는 다소 어렵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그램책. 딱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개미도 되었다가 얼룩말도 되었다가... 너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너를 사랑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할까?
멀고 먼 길, 돌고 돌아 나를 만나러 와 준 너. 연어와 가문비 나무를 보면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가문비 나무는 연어가 돌아오는 그 길목, 길목에서 얼마나 간절한 기다림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기다린 다는 것... 우리 삶에서 너를 맞이하기 위한 나의 자세가 아닐런지...
예쁜 그림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그림 속에 5분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몇 번을 곱씹어 곱씹을 때 마다 새로운 맛을 음미하게 되는 '너와 나' 당분간 이 책을 가지고 지하철을 타야겠다. 스마트폰의 전자파 속에 묻혀서 나 이외에는 관심없는 군중 속에서 나는 너를 기다린다. 가문비 나무가 연어를 기다리듯... 그리고 나, 너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