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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은재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0
강경수 외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강경수, 오하림, 전성현, 진형민, 최나미, 황선미, 모예진 작가가 모여서 만든 단편집 '정의로운 은재'
사계절출판사 편집부에서 만든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째 해당하는 책이다.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사계절아동문고 100권과 101권을 준비하며, 어린이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님들께 물었습니다.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그에 대한 응답으로 나온 책이라고 한다. 이 동화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내일을 가늠해 보면 좋겠다고 한다.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라? 팬데믹으로 인해 달라진 일상은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코로나 19에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무감각해지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상을 살지만 그 일상이 내가 알던 일상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나에게 묻게 된다. '이전과 다른 나를 만드는 계기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고 다 읽고 난 후에도 내게 묻게 될 질문인 것 같다. 이런 화두로 100권째 책이 탄생했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도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꼴뚜기' 때부터 팬이 되어서 진형민 작가님의 글이라면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유쾌하면서도 뭔가 가슴 속을 울리는 글이어서 읽고 또 읽고 싶게 만드는 진형민 작가님.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지만, 그래도 내 마음 속의 1번은 진형민 작가님의 글이었다.
"옛날 옛적 앞산에 호랑이가 살던 때 일이야." 아! 이 익숙한 이야기의 시작이 왜 이리 반갑고 유쾌하다고 느껴지는지. 선녀가 나오고 나무꾼이 나오고 그들의 아이 열살이 된 홍이, 그리고 동네 친구 길동이도 그리고 물론 사슴도 나온다. 이들의 이름 설정부터 낯익어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가 될지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제가 묵직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읽고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물론 결말이 비극적이지 않고 희망이 있고 해학이 있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어른의 입장에서 글을 읽어서 그런가 보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되는 이야기 속의 어른은 이야기 속에서만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씁쓸했다.
'정의로운 은재' 안의 6개의 이야기는 모두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와서 조용히 말을 건낼 뿐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