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토끼사육
프레스노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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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저도 디에나와 같은 경우랍니다."

"네?"

디에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어야만 했다. 친절하게도 타르한은 그것을 알기 쉽게 풀이해주었다.

"저도 작위가 있긴 합니다만 정식으로 물려받은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아."

묘하게 편했던 것이 이러한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곤란함을 아는 듯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이 나이를 먹도록 친구를 사귀지 못했답니다."

"아, 아니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나와 디에나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는 겁니다."

디에나는 교역 상인 아버지를 따라 10년을 배 위에서 보냈습니다. 부친이 막대한 부를 축적해 귀족의 작위를 샀고 마침내 디에나도 수도의 저택에 살게 되었죠. 무도회를 앞두고 그녀는 인생에 처음으로 친구를 갖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도회에서 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작위를 샀다며 비웃음을 듣게되지요. 


상처받고 훌쩍이던 디에나의 귀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요. 자신을 타르한이라고 밝힌 미남자. 디에나는 순진하게 경계를 풀고 맙니다. 그녀에게 연유를 물은 타르한은 답을 듣고 동병상련이라고 말하죠. 디에나는 그의 친구 제안에 들뜨고 맙니다. 그가 준 주소를 찾아가며 기대감에 어쩔 줄 몰라하죠. 타르한은 호랑이 굴로 들어온 토끼 같은 디에나에게 친구 사이에 하는 토끼놀이라며 나쁜 짓을 합니다...


디에나가 배에서 귀여움만 받고 보호속에 살아온 터라 사람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게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남자인데 너무 순진하다 싶었어요. 경계심이 너무 없어서 문제. 타르한은 무신 가문의 둘째이자 실질적인 후계자로 영악하기 그지 없죠. 디에나의 백치미가 조금 지나치다 싶어요. 속도감 있고 가벼운 내용이라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해요.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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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토끼사육
프레스노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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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고 가벼운 내용이라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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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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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혼의 소리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영혼의 웅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건 오로지 지나치게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 헬블링이 비판적이고 화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자신의 일상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황새가 호저를 사랑하는 마음, 주인과 고용인의 차이, 천재와 세계에 대한 두 개의 이야기, 한 시인이 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의 끝을 찾아나선 아이, 강도에게 납치당해 강도로 길러졌다는 티투스, 문의에 대한 답변, 시인들, 아무것도 아닌 것, 괴짜 블라디미르 등.. 

모두 단편이지만 그 중 무척 짧은 글들은 한 편의 시처럼 보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세잔에 대한 비평도 흥미롭네요.  


가장 좋았던 글은 

한 아이,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도 누이도 없는 아이,그 누구의 가족도 아니며 그 어디에도 집이 없는 한 아이가 어느 날 문득 계속 걸어서 세상의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세상의 끝입니다. 아이는 수많은 사람을 보고 어떤 것도신경쓰지 않고 걷기만 해요. 아무리 가도 세상의 끝은 나오지 않아 지친 그에게 한 청년이 "10분만 더 가면 돼."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따른 아이는 커다란 농가를 발견해요. 풍요로운 그곳에서 그는 농부의 아내로부터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는 답을 얻습니다. 그는 그곳에 머물러 일하고 그곳의 사람들이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죠. 그렇게 아이는 자신이 바라던 곳을 찾았습니다.


모든 글들이 단순한 주제로 심리 묘사가 상세합니다. 동화같기도 한 내용에 시적인 문장이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배수아 님의 번역이라 깊이 있는 내용도 어색하지 않고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많은 분량이라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 좀 아쉬웠어요. 긴 호흡의 장편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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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다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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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어두운색 공들 사이에 밝은색 공을 던져 넣어 여러 진실을 뒤섞어야 한다. -서문에서


조용히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이 진실임을 증명하라. 모든 것은 결국 가능성이다. 

거짓말 같은 것은 세상에 드러나길 바라는 위태로운 욕구다 

- 그의 작품, 토인비 컨벡터 중에서


레이 브래드버리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화성 연대기'였다. 사실 그의 작품은 국내 번역본이 그리 많지 않고, 줄거리가 뚜렷한 필립 k.딕이나 아시모프에 비해 좀 모호한 감이 있었다. 그가 단편에 강한 작가였다는 것과 그가 상당히 다작했다는 건 잘 모르는 사실이었다.


25세기의 벅 로저스라는 만화를 좋아해 수집한 소년시절부터 글쓰기를 시작하여 하루에 1000단어를 매일 쓰고 양이 질보다 낫고 외과의사처럼 경험이 쌓일수록 실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의 문장은 상당히 시적이었고 은유로 가득했다. 문장보다 스토리쪽을 우선시하는 취향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가 낮았던가 보다.


그는 사랑에 대한 찬가를 빠뜨리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30분 만에 미친듯이 타자기를 두들겨 그의 대표작 '화씨 451'의 첫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스스로 인정할 만큼 그의 기억력이 상당히 좋았다니, 아마 두뇌가 전체적으로 뛰어났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천재성이 순간적으로 발휘되었을지도. 어느쪽이든 그는 성실함과 노력없이 되는 일이 없다고 강조하고 시를 읽기를 권한다. 뒷부분엔 그가 쓴 시들도 읽을 수 있다.


시는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을 풀어주므로 좋다. 또 시는 감각을 확장하고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킨다. 무엇보다 시는 압축된 은유 또는 직유다


꾸준히 글을 창조해낸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40년 넘게 수많은 단편 소설들을 써낸 작가의 말은 그래서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배울 점이 많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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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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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슬픔은 주제도 비슷하고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요소들도 비슷했지만 피오나는 끊임없이 그 슬픔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절망적인 상황에 합리적인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믿었다. 

고등법원 가사부 판사인 피오나. 어느날 남편 잭은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피오나는 거절합니다. 잭은 사랑을 갈구하고 그녀에게 찾을 수 없게되자 다른 상대를 만나지만 후회하며 돌아와요. 그녀는 그에게 실망하고 둘 사이는 더욱 서먹해져요. 

법정 사건들의 사연과 피오나의 사적인 장면이 번갈아 전개됩니다. 그녀의 감정변화, 생각들이 세밀하게 설명되고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애덤과 부모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혈을 거부하는 문제로 논쟁하는 부분, 애덤의 진심을 듣기위해 그를 만난 피오나의 노력,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판결문의 내용은 액자형 소설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하여 읽은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네요.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잘 떠오르지 않는 듯한 기분입니다. 묘사가 많고 문장이 길고 복잡해서 상업적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요. 어휘량이 상당히 많기도 해서 오래된 클래식한 문학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냅니다. 애덤이 예이츠 같은 시인의 시를 읽고 바이올린으로 클래식을 연주하는 게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속의 인물들이 현재를 살고 있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이메일이나 핸드폰이 낯설어요.       


피오나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외에는 다른 감정으로부터 멀어져 냉랭하게 살아왔었죠. 애덤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도 보내지 않고 잊어버리며 살아가지요. 그러나 애덤이 갑자기 그녀의 집에 나타나고 우연한 계기로 인해 그녀의 평온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 이야기가 이렇게 끝이 날거라곤 예상을 못했어요. 클라이막스 부분부터 끝까지는 남은 페이지수를 생각지 않고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이전까지 고여있는 물처럼 잔잔하던 피오나가 격렬히 감정을 폭발하게 되는 순간, 그 감정에 이끌려가는 듯 했어요. 


이래서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찾아 볼 수 밖에 없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체실 비치에서' 가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것처럼 이 작품은 현대 배경이어서 작가의 문체와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게 아쉽네요. 단점이 겨우 그 정도.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늘 평작 이상을 내는 작가의 노력과 능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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