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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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혼의 소리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영혼의 웅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건 오로지 지나치게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 헬블링이 비판적이고 화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자신의 일상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황새가 호저를 사랑하는 마음, 주인과 고용인의 차이, 천재와 세계에 대한 두 개의 이야기, 한 시인이 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의 끝을 찾아나선 아이, 강도에게 납치당해 강도로 길러졌다는 티투스, 문의에 대한 답변, 시인들, 아무것도 아닌 것, 괴짜 블라디미르 등.. 

모두 단편이지만 그 중 무척 짧은 글들은 한 편의 시처럼 보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세잔에 대한 비평도 흥미롭네요.  


가장 좋았던 글은 

한 아이,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도 누이도 없는 아이,그 누구의 가족도 아니며 그 어디에도 집이 없는 한 아이가 어느 날 문득 계속 걸어서 세상의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세상의 끝입니다. 아이는 수많은 사람을 보고 어떤 것도신경쓰지 않고 걷기만 해요. 아무리 가도 세상의 끝은 나오지 않아 지친 그에게 한 청년이 "10분만 더 가면 돼."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따른 아이는 커다란 농가를 발견해요. 풍요로운 그곳에서 그는 농부의 아내로부터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는 답을 얻습니다. 그는 그곳에 머물러 일하고 그곳의 사람들이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죠. 그렇게 아이는 자신이 바라던 곳을 찾았습니다.


모든 글들이 단순한 주제로 심리 묘사가 상세합니다. 동화같기도 한 내용에 시적인 문장이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배수아 님의 번역이라 깊이 있는 내용도 어색하지 않고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많은 분량이라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 좀 아쉬웠어요. 긴 호흡의 장편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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