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여간 쓸데없이 바쁘다.  명동에서 신사, 강남과 교대는 수시로, 정자는 안방 수준,

이렇게 돌아다닌다. 잠깐의 번개. 진행되는지 마는지 아무튼 열려 있는 여러 개의 창들, 

잠깐만 이건? 하고 아차 하는 순간. 기다리던 연락창을 하나 닫았다가 어제 갑자기 연락이

오는 바람에 또 당황. 변함없이 당황, 실수. 아, 제가 왜 그랬죠? 무의미한 질문. 나도 모르는

걸 누가 알아.


2. 하여간 이번주 금토는 절정. 오늘도 나가보셔야 함. 와중 가열차게 재개되는 운동.

선생님께 늘 커피를 몇 잔씩 얻어마셔서 결국 커피 하나 선물하려는 중. 노트까지 선물해

주심. 천연덕스럽게 "나 이런 거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나는 도대체 어디 숨어 있다

튀어 나온 거지? 그리고 달려간 언니네. 조카님에게 쪼이러 가심. 공주님 같다는 말 한 번

던져 그 아이, 집에 있는 드레스, 왕관 다 착용하고 오시느라 바쁘심. 굳이굳이 이모 옆에서

잔다며, 이모가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래 너라도 반겨주니 고맙다. 



3. 언니가 일어나기도 전에 도서관 행. 당일 벼락 치기로 모임 준비. 하지만 역시 벼락치기인

탓에 부실. 사정없이 깨져주심. 깨지고 깨지고 또 깨지고. ㅠㅠ  그저 나아갈 방향이라는 말을

희망으로 삼지만, 그래도 속 쓰린 건 여전해. 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면서.  그럼 그럼 알고 있어. 지금 당장은 안 되는 것 같지만 되고 있는 길로 가는

중이라는 걸. 몇 년 전에도 그랬잖아.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속은 여전히 쓰리심. 쓰린 속을

꿀에 절인 홍삼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달래주심. 



4. 리뷰는 언감생심. 조카네 다녀온 보고 해대느라 모닝 페이지 타이밍도 놓쳐버리심.

가열차게 빌린 책들. 읽긴 하는데, 정리할 시간이 부족함. 화요일까지 읽은 책들 다 해주는

거다. 알았지? 




5. 하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일.   번역하다 너무 지루하면 어떻게 해요? 그런 적은 없는데요.

이 대답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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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 영화 보자. 이거 이거 보고 싶어.  정말 별 기대없이, 그냥 매튜 맥커너히가

 나오니까, 놀란 감독이니까 하면서 보았다. 심지어 우주 다루는 영화인지도 몰랐어.

그냥 제목이 별 들 사이니까 별 나오나보다.  이렇게 멍청하게 보게 된 인터스텔라.

 

2. 영화관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차 있을 뿐이고. 영화는 아직 죽지 않았나

하며 나는 괴상한 착각을 하고. 세 시간 어떻게 버티지 하며 서서히 별 들 속으로

들어가는데 영화가 길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긴장감과 여러 가지 감정 때문에

버틴다, 라는 느낌이었고.

 

3. 인간의 미래. 우리가 사는 지구가 변해갈 모습. 인간의 선택과 대응.  영화 속에서는

작년에 작업을 하며 다루었던 시인 "Do not go gentle into the Night" 이라는 시가 되풀이

된다. 인터스텔라에서 말하는 밤, 이란 무엇일까? 시에서 의미하는 대로 노년이나 죽음?

어쩌면 그렇다면 그 늙어감이나 죽음의 대상은 다름아닌 "지구"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구가 병들어갈때, 스스로도 버티지 못해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되어갈 수 없을 때

인류는 지금껏 터를 잡고 살았던 행성을 버리게 될까, 아니면 마지막 호흡이라도 불어넣으려

해 볼까. 영화 속의 선택과는 별개로 우리가 사는 지구, 라는 생각을, 그러니까 내가 사는 동네,

나라가 아니라 더 넓은 공간에 대한 그림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겠지. 눈 앞에서는 우주가

펼쳐지고 있는데.

 

 

4. 최신과학, 물리학의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영화가 발전해 갈 수 있는 방향을

보아서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준비의 결과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심장을 내내 두근거리게 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라는 차원에서 구상되고 준비되었다는 점은

차가울 수 있는 영화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온기가 되어준다.  인간에게는 삶의 두 좌표인

"시공간" 을 초월한다는 개념도 우리가 우주를 동경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근거로 다가온다.

미래에 인류를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좌표를 딸이 발견해낸다는 설정도 인상적이었음.

우주의 차원에서 이미 심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우주상의 어떤 "그들"이

한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우리가, 우리를 대표/ 대신하는 그/ 그녀가 했음도 고무적이었음.

 

 

 

5. 영화 속에서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바로 "stay" 이다. 아빠, 가지 마

하는 딸의 절절한 부탁이다. 그 부탁은 수십 년을 건너 아빠가 딸에게 하는 부탁이 된다.

아빠는 떠나버렸지만, 결국 딸은 떠나지 않는다. 그 떠나지 않음이 희망의 구심점이 된다.

어쩌면 진부한 소재일까. 가족. 사랑. 진부하다는 건 그만큼이나 우리 곁에 오래 있었고,

또 우리와 떨어뜨릴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겠는지.

 

 

6. 다시 보고 싶다. 놀란 형제와 놀라운 별들 속의 세계로 다시 한 번. 그리고 지금의 나와

미래의 우리를 생각해 본다. 미래의 내가 같은 시공간에서 현재의 나를 볼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하려 할까.

 

 

- 머릿 속을 내내 떠나지 않는 대사가 있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충실히 읽는다면

그 누군가에게 스포가 될까봐 행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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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은 모닝 페이지를 좀 썼었고, 오늘은 이걸 써 봅니다.

  마감을 끝낸 9월 이후로 스무권이 넘는 책을 보고

  몇 편의 검토서를 작성하고( 개인/ 단체)

  새로운 공부 및 무언가를 세 가지 배우고 있고

  가을 단풍을 보러 갔고

  친구와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 계회을 세우고

  책의 미래를 걱정하고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으로 늘렸고

  세 편의 영화를 보았고

  지난 일기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적으니 그렇게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구나.

  별로 한 일이 없다는 느낌이라...

  어떤 커다란 구심점이 없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지내는 기간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조바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노력하고 준비하고 방향을 찾아가고

  또 새로운 걸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

 

 

 그 와중 sns에서 뜬금없이 고양이에게 반했고(그아이 표정이 너무 좋아)

 10월 말엔가 입금된 돈은 사정없이 퍼가요, 를 당하고 있고

 그 사이 벌써 11월이라는 것은 올 한 해가 다 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냥 간단히 보고인 셈으로 이런 글을 올려보고

 그 중 감동받은 책 몇 편이라도 여기에 남겨보면 어떨까 하고

 빌렸던 책 중에서 사야겠다고 정리해 놓은 책 리스트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5년 전의 내가 세운 목표에서는 한 개만 달성했을 뿐이고( 친구는 하나도

 어디냐며 하지만)

 이 글은 왜 끝날 듯 말 듯 하고 있는 것이냐며 궁금해 보고

 다 필요 없고 나는 아직도 별 들 사이를 헤매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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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 날개 돋힌 듯 가고 있다. 일을 끝내면 여유가 오리라 생각했으나 그거슨

  부질없는 기대. 못 만난 친구들을 좀 만나고, 추석 때 조카님께 봉사하고, 못 떠난

  휴가를 다녀오고, 도전들을 꾸리고 예전 일들을 재개하는 사이 어느새 절반.

 

  그사이 도서관에 다녀와 주셨다. 책을 7권 빌릴 수 있다는 데 들떠 5권을 빌려오는

  무모함을 벌였으나... 어제 두 권 대출 연기 신청..이럴 거면 세 권 빌려오면 딱 맞았을

  것을..멍청하도다... 하지만 즐거운 맘으로 책을 뒤적뒤적...  나름 유익한 시간도 스쳐가고

  있고, 나는 또 바스락 바스락 나를 바쁘게 할 요량에 벅차...  바쁜 스케줄에 허덕이는 나와

  그러도록 스케줄을 짜는 나는 아마도 다른 존재인 듯...

 

  그리하였고 그동안 또 일이 밀려주신 참에 오늘은 모닝 페이지를 못 쓰고 컴 앞에 앉아

  일을 해주겠어! 하였으나 신곡 듣기에 바빠서 또 정신줄이 풀려버렸고... 키이라 나이틀리는

  왜 노래까지 매력있게 부르는 거지? 제발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재주많은 거 까지 다

  하는 인간들은...지구상에서 쫓아내고 싶으나 키이라는 좋으므로...

 

 

  이 기세로 가면 어느새 연말이 닥칠 듯한 씁쓸한 예감. 눈 떠 보니 유명인이 된 게 아니라

  눈 떠 보니 한 해가 갔........ 시간의 흐름을 붙잡으려 하는 건,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지. 흘러가도록 시간은 보내주고, 그저 휩쓸리거나 떠밀려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나를 돌보고 허망한 끄적거림이라도 남기면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그렇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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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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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가장 잔인한 달" 을 지배하는 감정이 질투였다면, 가마슈 시리즈 5편인 "냉혹한 이야기" 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은 바로 혼돈이다. 평화롭고 안온해보이기만 하는 마을에 살인 사건이 번번이 일어난다는 설정 자체가 실은 혼돈에 닿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좀 더 혼란스럽다. 범인과 살해 동기는 물론이고 시체가 발견된 장소, 시체의 신원마저 모두 혼돈 손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스리 파인즈에서 멀지 않은 오두막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낯선 인물인 은둔자와 우리가 잘 아는 올리비에다. 학살. 학살보다 더욱 끔찍한 침묵. 무시무시한 것. 불안하고 광기 어린 눈. 냉혹한 이야기는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그 첫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그냥 이야기에 불과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아. 하지만 작품의 서두를 여는 이 냉혹한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마을 전체에 커다란 혼돈을 몰고 온다.

 

 

가마슈 시리즈 세 권을 읽어본 경험에 따르면, 5편은 긴박하게 진행된다. 숨돌릴 틈도 없이 사람이 주고, 가마슈는 휴가를 취할 새도 없이 스리 파인즈에 도착한다. 낯익은 사람들이 또 한 번의 살인사건에 당혹해하며 하나 둘 씩 등장한다. 우리의 클라라는 전시회를 열려 하고 있다. 피터는 점점 커가는 아내의 성공을 불안해한다. 사려 깊은 머나는 커다랗고 따뜻한 플란넬 공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루스는 가마슈 뒤를 따라다니는 키 작은 남자, 그러니까 보부아르에게 자꾸만 의미심장한 싯구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다. 루스의 살아남은 오리 로사는 이번에는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다. 부활절 나무 달걀을 조각하던 체코 출신 파라 부부의 비중도 커지고, 부활한 "옛 해들리 저택" 은 새주인을 만나 스파 전용 리조트가 되어간다. 스리 파인즈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활기차고 분주하지만, 그 바람 속에 혼돈과 살의와 불안이 섞여 있다.

 

 

냉혹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비스트로의 커플을 둘러싼 비밀을 만난다. 정확히 말하면 올리비에의 비밀을. 두 사람이 왜 비스트로에 왔으며, 어떻게 비앤비를 키워갔는지가 좀 더 뚜렷해진다. 그런가 하면 또 한 커플, 클라라와 피터의 사이에서도 위태로운 기운이 감지된다. 클라라는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와 부딪힌다. 피터는 그녀를 지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그녀를 뒤흔든다. 서로를 지켜주고 존중하면서 지내려는, "우리" 안의 규칙, 스리 파인즈의 조화가 다른 이들에게는 폭력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흘러들어온다. 옛 해들리 저택을 바꾸려는 사람들, 그리고 스리 파인즈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갈등이 맞부딪힌다. 수많은 기운과 갈등의 중심에 가마슈 경감이 있다. 증거가 묘연하고 사건이 암흑 속에 파묻혀 있어도,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야기를 듣고 하나씩 감정을 모으고, 감정이 생겨가게 된 원인을 신중하게 추적하며 단 하나의 단서도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모든 단서가 만나는 지점, 그리고 잉태된 지점을 향해 분연히 나아간다.

 

 

스리 파인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아직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라고 저자가 넌지시 말을 건네오는 느낌이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냉혹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강렬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멀리 떠나 보내야 하는 애틋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냉혹한 이야기에서 발아한 혼돈은 아직은 그 정체를 숨긴 채, 스리 파인즈에 웅크리고 있다.  그 웅크림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옮겨가는 수밖에 없겠다. 다른 계절과 풍경에서 또다시 천사처럼 쓰고 악마처럼 구성한다는 페니 여사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려야 할 터이다. 그 이야기가 너무 잔혹하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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