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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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데이타의 힘은 이론의 힘보다 강하다” (유시민)

 

  

인간은 반복되는 형태 혹은 양상들속에서 규칙성을 발견하려는 욕구가 다른 동물보다 강하다고 한다.

그런의미에서 사람들은 무작위의 소음 속에서 특정한 신호를 발견하려는 일을 늘 해오고 있다.

 

우리가 쉽게 착각에 빠지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둘째, 미래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자기확신 때문에 지금도 시장을 이기고자 수많은 개미들이 주식을 연구하고,

오늘도 복권판매소는 바쁘게 돌아간다.

 

1년 후의 경제상황과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고 프로야구 선수의 향후 3년간의 활약을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옳은 예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지나친 확신을 자제하고

더 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확보하라

그리할 때 우리가 가진 믿음들은 저절로 진리를 향해 수렴하게 될 것이다.

 

잔뜩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가끔씩 제시하는 저자의 대안들은 조금 맥이 빠지게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예측을 잘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는데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보니, ‘어떻게 하면 예측에 실패하는가’에 대해서만 배우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보 과잉이 문제인 시대이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정말 내가 원하는 신호(정보)를 찾아내야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음속에서 신호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한 시스템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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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저널 이프 창간호 소장판
이프 편집부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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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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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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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활자와 인쇄

 

“태종께서 처음으로 주자소를 두시고 큰 활자를 주조할 때 조정 신하들이 모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태종께서 우겨 만들게 하시고, 그것으로 많은 책을 인쇄해 중외(中外)에 널리 보급했으니, 또한 위대한 일이었다.

다만 일을 처음 시작한 탓에 제조방법이 정밀하지 않았다. 예컨대 책을 찍을 때 반드시 먼저 조판틀에 밀랍을 편 다음

그 위에 활자를 심었다. 그런데 밀랍의 성질이 원래 물렁해 꽂은 활자가 고정되지 아니하므로, 몇 장을 인쇄하면

활자가 움직여 한쪽으로 쏠리는 탓에 또다시 바로 잡아줘야 했기에 인쇄공들이 골치를 앓았다.

내가 이런 문제를 걱정하여 경에게 개량할 것을 명했으나 경은 또한 어렵게 여겼다.

 내가 강요하자 경은 그제야 지혜를 짜내어 조판틀을 다시 만들고 활자를 다시 주조했던 바,

모두가 평평하고 방정(方正)하여 단단히 고정이 돼, 밀랍을 쓰지 않고도 많은 양을 인쇄해도

활자가 한쪽으로 쏠리지 아니하므로 내가 아주 아름답게 여겼다.”  - <세종실록> 16년 7월 2일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는 영광스럽게도 대한민국이다.


고려시대에 이미 금속활자가 제작되었으나 이상하게도 이 금속활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된것은

조선이 건국된 이후의 일이다. 금속활자는 얼핏 생각하면 대량의 인쇄물을 얻기 위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량의 인쇄물은 목판인쇄로 얻었으니, 사실 금속활자는 다종소량(多種少量)의 인쇄물을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다종소량의 텍스트 중 보다 널리 보급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지방에서 목판으로 번각되거나 아니면 필사본으로

복제되었다. 결국 여러 종류의 서적을 빠른 시간 내에 제작하는 데는 금속활자를 사용하고, 이를 대량 복제하는 데는

목판인쇄를 이용했던 것이다. 이런 기술은 당시 세계적으로도 수준 높은 것이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을 민간이 아닌

국가에서 독점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목판인쇄를 보자.

목판은 제작과 보관이 어렵다. 또한 쉽게 닳는 단점이 있다.

거기다 목판은 단 1종의 인쇄물밖에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금속활자는 마모되지 않고

대량의 인쇄물을 생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활자의 가동성(可動性)은 많은 종수의

책을 생산케 한다. 책을 찍고 나면 판을 해체하여 다른 책을 인쇄할 수 있는 것이다.

금속활자에는 대량의 인쇄물을 신속하게 찍어내어 일부에게 독점된 지식을 해방시키는

근대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다.


 

그렇다면 고려와 조선의 금속활자도 과연 그러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조선의 금속활자는 대량의 인쇄물이 아니라,

오로지 다종의 인쇄물을 짧은 시간에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책 읽는 기계였던 세종은 왕의 권력을 이용해 책을 생산했다.

왕위에 오른 뒤 그가 처음 했던 일은 금속활자의 개량이었다.


태종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계미자(癸未字)로 책을 찍어내기는 했지만 계미자는 몇 가지 약점이 있었다.

활자 모양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고, 활자 크기도 들쭉날쭉했다. 무엇보다 큰 약점은 느린 인쇄 속도였다.

조선시대의 활자 인쇄는 조판틀에 활자를 배열한 뒤 활자판에 먹을 바르고 뒤집어 찍어내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한데 활자를 배열하는 기술에 문제가 있었다. 구리고 만든 조판틀에 활자를 배열하고 인쇄할 때 활자가 움직이면

인쇄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활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방법이 필요한데 계미자의 경우 그렇지가 못했다.

계미자는 밀랍을 녹여 붓고 거기에 활자를 심어 고정시켰던 것이다.

 

밀랍은 간단히 말해 ‘양초’ 성분의 물질이라 생각하면 된다.

녹이기는 쉽지만, 무르고 열에 약하다. 밀랍에 의해 고정된 활자는 쉽게 흔들린다.

인쇄를 몇 장하고 나면 활자가 삐뚤삐뚤해진다. 다시 고정시켜야 한다.

 

이 같은 밀랍 고정방식 때문에 계미자로는 하루에 열 장 정도밖에 인쇄할 수가 없었다.

말이 금속활자 인쇄지 목판인쇄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고려가 강화도로 피난했을 때 금속활자로 <고금상정예문>을 인쇄한 이후 밀랍 고정방식은 한 번도 개량된 적이

없었단 말인가? 그렇다. 이는 이미 말한 대로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대량의 인쇄물을 빠른 시간 안에 얻는 데

목적이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은 더욱 많은 서적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활자와 인쇄방법의 개량이 시도된 것이다.


고려의 금속활자보다 뒤늦게 발명된 구텐베르크 활자는 발명되자 곧 유럽전역으로 퍼졌다.

가톨릭에 저항하는 마르틴 루터의 팸플릿과 독일어 성경이 그 활자로 만들어졌고,

이는 종교개혁으로 이어져 마침내 서구의 근대를 여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속활자는 무엇을 했던가.

고려 때 발명되었던 금속활자가 상용화된 것은 조선 세종 때였다.

이후 금속활자는 과연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

우리는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고 떠들기만 했지, 정작 그 금속활자로 만들어낸 책이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같다.

 

 2) 독서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히 손을 모으고 꿇어앉아 공경스런 자세로 책을

대해야 할 것이다.“    - <격몽요결> 中, 율곡 이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석학 중 한 사람인 율곡의 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대학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음을 느낄 수 있다.

 

만일 나도 매일 두 시간씩만 저런 자세로 독서를 한다면 뭔가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지긋지긋한 관절염에서 벗어나야 한다.


율곡의 글을 통해 학문에 접근하는 태도와 함께 책 자체가 귀했던 당시의 상황이 눈에 그려진다.

율곡이야 관직에 있었으니 그나마 책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출판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어땠을지 유추해 볼 수 있겠다.

 

단순히 책을 복사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쇄도구를 국가에서 관리하기에 권력에 줄이 닿지 않는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책을 출판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거기다 외국서적(주로 중국서적)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우니 지식의 평준화는 참으로 요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조선시대의 지식인들이 보기에 천국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과 90년대 까지만 해도 전문서적이나 번역서가 너무도 부족했다.

원서라도 구하고자 한다면 외국에 있는 친척이나 출장가는 분에게 부탁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원하는 서적을 구하기가 어려웠다(이랬으니 내가 공부를 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선시대나 20세기말이나 당대의 기준으로 볼 때 지식의 유통은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지식의 유통도 활발해지고 있다.

웬만한 자료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구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자 이제 마음껏 지적 욕구를 채워보자.....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도 이제는 지적 열망이 사그라들어 도서관에 있는 책들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지금은 글을 안다는 것이 특권층의 상징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은 정보를 독점하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을 분별하려면 내가 똑똑해 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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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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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은 그의 여덟 번째 독서일기에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번 독서일기는 개인적으로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는 60세가 될 때까지 20여권의 독서일기를 내는것이 포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이라면 다음번 부터는 굳이 돈주고 사서 읽고 싶지는 않을것 같네요.


 

 

이 책에서 나는 애서광 혹은 장서가인가에 대한 자가진단법이 나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질문들에 대해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Yes나 No로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책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적이 있다.

2. 책을 한번이라도 훔쳐 본 적이 있다(교과서나 성경 제외).

3. 서점 주인에게 외상을 달라고 떼를 써 본적이 있다.

4.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

5. 매일 서점을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인터넷 서점도 포함).

6. 단골 헌책방이 있다.

7.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에서 가장 큰 서점을 둘러본다.

8. 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에게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9. 초판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10. 자신의 책을 소유주를 밝히는 나만의 표식을 한다.

11. 내용은 별로지만, 책 자체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동한다.

12.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직접 소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13.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반드시 집의 것과 비교해 본다.

14. 새책방보다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

15.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책이 있다.

16. 어떤 형태로든 책이 변형될 짓을 하지 않는다.

17.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

18. 쌀이 떨어져도 사야 할 책은 꼭 산다.

19. 용도가 따로 있는 돈을 책 사는데 쓴 적이 있다.

20. 서평을 꼼꼼히 훑어보며, 매주 구입 목록을 쓴다.

21. 어떤 책을 달라고 소유주에게 떼를 쓴 적이 있다.

22.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

23. 우울할 때 책을 쓰다듬거나 책등의 제목만 읽어도 즐거워진다.

24. 책을 절대 빌려 읽지 못한다(도서관 제외).

25. 아주 정기적으로 꿈 속에서 책을 찾아다닌다.

26.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도, 그날 들고 있던 책은 고스란히 껴안고 온다.

27. 생수 2리터짜리 한 병도 무겁지만, 책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28. 전철이든 어디서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반드시 제목을 봐야 한다.

29. 잡지의 기획물들을 찢거나 편집해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

30. 책에는 내용과 다른 추억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31. 다른 데서는 모르겠는데, 유독 서점에서 예쁜 여자 혹은 멋진 남자를 보면 거의 심장이 멎는다.


 

위의 질문들에 대해 Yes가 많을수록 당신은 애서광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장정일은 1, 10, 11, 21 에서만 No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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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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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편의점에 가서 우유 한 통 사온 이야기도 이 사람이 하면 뭔가 특별한

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사람들 말이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글을 쓴다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물론 말을 잘 하는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글이라는 것도 생각에서 나오는 것 이니

글쓰기 훈련만 잘 받는다면 머릿속에 있는 상념들이 손가락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오지 않을까?


 

- 스티븐 킹

 

현존하는 미국작가 중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은 누구일까?

나는 스티븐 킹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너무 유명해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이 베스트 셀러 작가는 뱃속에 이야기 주머니를 따로 달고 태어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이다. 논문을 쓸 때 조차도 스릴러 같이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정말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그의 글들은 평균 타율을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깊이에의 강요를 견디어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소설을 펼쳐보면 어릴적 머리맡에서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 작가의 가장 큰 적은 다작(多作)이 아닐런지.


 

- 폴 오스터

 

스티븐 킹을 언급한 것은 또 다른 미국 작가인 폴 오스터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 역시 뛰어난 이야기꾼 중 한 명이다.


현존하는 작가 중 신간이 나올때마다 찾아보게 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폴 오스터이다.

폴 오스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달의 궁전>을 통해서이다. 다음에 읽은 <뉴욕3부작>으로 나는 오스터 빠돌이가 되어 ‘닥신사(닥치고 신간 사수)’ 가 되었다. 근래 들어 문학보다는 인문 사회과학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보니 그의 신간들을 놓치게 되었다.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놓친 것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 보아야겠다.

요즘 소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한 수 가르치고자 하는 책들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도 많지만 요런 소설 나부랭이들이 주는 여운 또한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1967년 봄에 그와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이 문장은 언뜻 평범하면서도 의식의 관성을 거스르는 한 단어에서 방점이 찍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그와 처음으로 만났다’ 혹은 ‘보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악수를 했다’는 표현은 낯선 느낌을 주어 미끄러져가는 의식에 제동을 걸어 왔다. 사실 이 문장은 그리 뛰어나거나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 다음 문장을 쫓아가게 하는 힘을 실어준 문장이다. 첫 문장이 두번째 문장으로 이끌고 이어서 다음 페이지로 견인을 하는 식으로 달려가다보니 어느덧 1부가 끝나는 78페이지에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홀림이었다.

모름지기 구라를 칠려면 이렇게 쳐야 한다.

오직 나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구라꾼의 미덕이요 자질이다.

역시 오스터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남은 페이지들을 넘기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시점과 화자가 조금씩 바뀌는 구조로 되어 있다. 1인칭으로 쓰여 있는 1부는 애덤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애덤이 나이가 들어 백혈병으로 죽어가며 자서전 형식으로 쓴 자전적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이 2부에서 밝혀진다.

2부에서는 애덤의 원고를 읽은 친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미완성 원고를 남기고 죽은 애덤의 행적을 찾아가는 친구의 내용이 3부에서 이어진다.

 

애덤의 원고는 <봄>, <여름>, <가을> 3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소설가인 친구의 조언에 따라 각 부마다 시점을 바꾸어 가며 쓰면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에 대해서는 95쪽에서 언급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의 접근 방법이 틀렸음을 알았다. 나 자신을 1인칭으로 서술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질식시켰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트릴 필요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과 나의 주제(바로 나 자신)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2부의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 3인칭으로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되었고 이런 자그마한 시점 변화에 따른 거리 덕분에 나는 그 책을 끝낼 수가 있었다.”


 글을 쓰던 중 난관에 봉착한 애덤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소설가인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 주는 내용이다. 애덤은 친구의 조언대로 2인칭으로 시점을 변화시켜 제2부(여름)를 완성하게 되고 제3부(가을)는 3인칭으로 쓰이게 된다.

 

설명하다보니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실재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으며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오히려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다. 잦은 시점의 변화와 액자구성의 형식으로 인해 리듬이 끊길 것 같은데 그 간극이 비교적 촘촘하여 집중력과 기대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폴 오스터의 여타의 작품들 처럼 깊이 있는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체,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등의 미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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