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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ㅣ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때때로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수치심은 상대방의 취약점을 건드리는 것으로, 약점을 건드리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은 일시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오래가는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런 수치심을 자극하는 행동들은 상대방에게 큰 고통을 주고, 심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을 파괴하지만,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이러한 행동들이 사회 문화적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치심이 '침묵의 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치심을 당하더라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도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려워한다. 실제 정신건강시설을 찾는 내담자들이 분노, 두려움, 슬픔, 불안과 같은 감정보다 수치심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대한 침묵 현상을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치심은 자기 혐오의 감정이다.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고, 남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나에게 결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소속될 가치가 없다고 믿는 느낌이다. 이는 내면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가면이 벗겨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세상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한 나를 외톨이처럼 느끼게 하고,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는 중독, 우울, 폭력, 공격성, 왕따, 자살, 식이장애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과도 연관이 된다.
때때로 수치심은 죄책감과도 혼동되기도 하는데, 둘 다 자기평가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수치심은 '나는 나쁘다'라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나는 나쁜 짓을 했다'라는 감정이다. 즉, 수치심은 '존재'의 문제이지만 죄책감은 '행동'의 문제이다. 죄책감이 자신의 윤리관, 가치, 믿음에 반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취할때 생긴다면, 수치심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자신을 나쁜 사람, 거짓말쟁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면 이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고,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은 향후에 더 부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수치심은 사회의 기대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인종, 계급, 성적(젠더) 지향, 나이, 종교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엄마, 직원, 배우자, 자매와 같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역할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유대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중심에는 배우자, 가족,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의 감정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 자신을 비난하거나 남탓을 하고,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밖으로 폭발하게 된다. 자녀, 동료, 친구에게 화를 내고,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화풀이를 한다.
우리가 수치심을 느꼈을때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문제를 자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진짜 나'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생각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진짜 나'를 찾아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기르도록 노력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용기를 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위에서 '연민'과 '공감'을 해줘야 한다. 연민은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대화하는 기술로,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공감은 상대가 이야기를 털어놓았을때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일인 것처럼 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완벽을 강요하며 우리의 수치심을 이용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배려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교류하는 연대감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