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감춰진 얼굴 - 지혜로운 삶의 안내
나병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부제목인 '절대 지지 않는 협상 길잡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나는 영업 부서도 아니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딱히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업무가 영업이 아니라고 해서 일상생활에 협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직시 연봉 협상을 할때,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아니면 가볍게 상사나 동료들과 협의를 할때, 부모나 자녀에게 무언가를 바랄때 등등. 거창하게 협상이라고 할 거까진 없겠으나, 이 책에서는 GIVE & TAKE가 있으면 협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주고받기의 순서인데, 상대에게 무엇을 받을까부터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줄까부터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하루 종일 TV만 볼때, 보지 말라고 원하기만(TAKE) 하지 말고, TV를 몇 시간 보게 해줄테니(GIVE) 공부를 몇시간 해야 한다고(TAKE) 제안하는 식이다.


한국인이 협상에 약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우선 성리학 문화를 들 수 있다. 성리학에서는 실리보다 체면을 중시했다. 따라서 명분이 서면 협상의 결과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둘째 장유유서 문화는 나이가 어린 사람의 판단은 미숙하다고 생각하고, 나이가 어린 사람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여기게 한다. 셋째, 군대 문화는 계급에 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게 한다. 아랫 사람이 옳은 말을 하는 것을 하극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넷째, 학교 교육이 토론보다 지식 전달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협상문화를 이전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위와 같은 한국의 협상력 한계들로 인해 실제 다른 나라 협상 전문가들은 협상을 할때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어 자극하기도 한다. 


이 책은 20년 넘게 해외 마케팅 업무를 했던 저자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협상에서 취하는 행동의 역사적 근원을 찾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에 맞게 각 나라별로 대처해야 하는 협상법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피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국가를 이루었다. 따라서 불합리한 요구에는 저항이 심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철저한 논리가 기반이 되는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중국은 황금 만능주의가 심하다. 돈을 대놓고 좋아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감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서양에 비해 이미 천년 전에 자본주의가 발달되어 자본의 가치가 우선했던 사회였기 때문이다. 잦은 전란으로 유랑민이 많았고, 따라서 상도의가 없고 동업자 정신이 없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뒤통수를 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거래가 다 끝났는데도 마지막으로 100원만 더 깍아달라는 식으로 말한다. 중국의 이런 상술에는 추가로 요구할 100원을 미리 비축해 놓는 것이 좋다. 유대인은 갖은 탄압을 당하면서도 현재까지 버텨온만큼 협상에서도 지독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들은 수없는 탄압에서 그들을 지킨것은 법과 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과의 협상 시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계약을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 외에 자존심 싸움에서 상대방에게 명분을 만들어 주라는 것과 설득하려 하면 상대방은 방어벽을 치기때문에 설득을 하지 말라는 것 등 실제 경험을 통한 많은 협상 사례들이 담겨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겪어보지 못하는 다양한 협상 상황들에 대해 예시와 함께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과 국민성에 따른 협상법을 소개하며 협상의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주위 사람들과 대화가 잘 안돼 화부터 버럭 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가지 기법들을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실제 다양한 해외 거래처와 협상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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