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Lv. 2 - 알파벳부터 기초 회화까지 한 달 완성 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2
노민주(주미에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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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네이버북유럽카페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레벨1 다음은 레벨2를 보게 되었습니다.

외국어 학습에서 가장 위험한 고비는 언제일까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왕초보' 시절보다는, 알파벳을 떼고 기본적인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 직후, 즉 '초급의 문턱'에 섰을 때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앞에 놓인 문법의 산이 높아 보이고, 내가 구사하는 문장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Lv.2'는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는 학습자들을 위해 탄생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성적인 학습 계획뿐만 아니라, '폼폼푸린' 캐릭터를 이용하여 나름의 힐(?)을 할 수 있게 구성하였습니다. 표지부터 가장 먼저 독자를 반기는 것은 프랑스 국기가 아닌, 동글동글하고 푸근한 인상의 폼폼푸린입니다. 표지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폼폼푸린은 친구인 햄스터 머핀을 안고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각 나라 언어나 문화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표지에 표기하는데, 이렇게 폼폼푸린을 보니 사실 처음에는 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머리에 쓴 모자는 전형적인 프랑스 빵모자(?)였기에 프랑스를 의미한다는 걸 알았네요. 다소 아쉬운 점은 책 내부에서는 폼폼푸린을 보기가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레벨 1이 프랑스어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단계였다면, 레벨 2는 이미 배운 재료들을 요리하여 맛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활용'의 단계입니다. 저자 노민주(주미에르) 님은 머리말에서 'Lv.1에서 배운 어휘를 그대로 활용해 문장 속에서 더 풍부하게 쓰는 방법을 배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러한 의도가 잘 드러납니다.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주말에 뭐 해?,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수영을 해'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과 빈도를 묘사하는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학습자가 단순히 프랑스어 단어를 '아는' 상태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프랑스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레벨 1에서 재료를 모았다면, 레벨 2에서는 그 재료로 나의 이야기를 건축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레벨 2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학습자가 프랑스어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발음 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법 규칙, 그중에서도 관사와 동사 변형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문법을 학문적으로 해부하는 대신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서도 관사의 미묘한 차이를 아주 직관적인 예문으로 설명합니다. 식탁에 여러 개 있는 크루아상 중 하나를 권할 때는 'Tu veux un croissant?'(부정관사 un)을 쓰고, 친구가 사 온 바로 그 케이크를 먹을 건지 물을 때는 'Tu veux le gâteau?'(정관사 le)를 사용합니다. 문법 용어로 '부정관사와 정관사의 용법'을 외우게 하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쓰는지'를 문장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바나나 하나 먹고 있어'(Elle mange une banane)와 같은 예문 옆에 한글 발음을 병기하여, 문법적 고민보다 입으로 먼저 뱉어보는 훈련을 유도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문법을 공부하느니, 문장 하나를 더 말해보라,와 같은 저자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언어는 언제든 말을 해야 하니까요.



레벨 2라고 해서 계속 어려운 내용을 새롭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의 목차 곳곳에는 복습 챕터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12~21강을 복습하는 내용이 레슨 22입니다.

특히 복습 퀴즈 페이지는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을 넘어, 학습자가 자신의 메타인지를 점검하게 합니다. '나는 그녀 없이 테니스를 친다'라는 한국어 문장을 보고 'Je fais du tennis sans elle'을 골라내는 과정은 앞서 배운 전치사와 동사 구문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소화했는지 확인시켜 줍니다. 하단에 배치된 '오늘의 어휘'를 통해 'mignon(귀여운)', 'tout de suite(바로)' 같은 단어를 챙겨가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이는 앞서 배운 내용이 휘발되기 전에 다시 붙잡아주는 나선형 학습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매일 한 문장씩 구독하는 페이지의 QR도 찾아보실 수가 있네요.





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Lv.2'는 제목 그대로 한 권의 책으로 한 달 만에 레벨 업을 꿈꾸게 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속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이 책에서는 프랑스어라는 언어를 즐기는 '태도'를 배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쉬워, 근데 어려워, 하고 투덜대던 레벨 1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이렇게 하자'(On fait comme ça)라고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내 전 남자 친구야'(C'est mon ex)라며 사적인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레벨 2에 나와 있습니다. 레벨 2는 공부를 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지만, 읽어보면서 그런 내용들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월 말 정도가 되면 레벨 2까지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뒷 페이지에도 귀여운 폼폼푸린이 머핀을 안고 있습니다. 책 여기저기서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귀여운 폼폼푸린과 머핀이네요. 사실 이 책은 쉽게 배우기는 어려운 '프랑스어'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귀여운 폼폼푸린과 함께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작은 동기유발을 일으켜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폼폼푸린과 함께, 앞으로 펼쳐지는 프랑스어의 세계로 떠나보시는 건 어떤지, 추천드립니다. "On y va!" (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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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Lv. 1 - 알파벳부터 기초 회화까지 한 달 완성 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1
노민주(주미에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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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네이버북유럽카페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26년도 어느새 열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하나의 목표로 삼았던 외국어 공부(영어를 제외한)는 진행이 잘 되고 있지 않네요. 그래서 이번에 서평 이벤트를 신청하여 프랑스어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공부한다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설레는 과정입니다. 특히 프랑스어는 그 특유의 낭만적인 억양과 문화적 배경 덕분에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언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문법과 낯선 발음 규칙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언어로 꼽히기도 합니다. 저는 R 발음에 좀 좌절하기도 했었던 학창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특별한 책, '한권 한달 완성 프랑스어 말하기 Lv.1'은 이러한 프랑스어 학습의 두려움을 걷어내고, 누구나 쉽게 첫발을 뗄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카페 에서 받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노민주(주미에르) 님은 시원스쿨 프랑스어 대표 강사이자,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주미에르'를 운영하는 베테랑 교육자입니다. 아주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 경험을 쌓은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의 커리큘럼이 단순히 이론적인 나열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저자는 수많은 초보 학습자를 가르치며 그들이 어디에서 좌절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책 곳곳에 녹아들어, 학습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유튜브는 이미 구독을 하고 있습니다.




첫 시작이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레슨(?!)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준비' 내용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어부터 바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알파벳부터 발음에 집중적으로 페이지를 할애했습니다. 프랑스어는 정말 발음에서 좌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의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알파벳'과 '인사'로 시작하는 준비 단계(Preparation)를 거쳐, '나는 프리랜서야', '너는 항상 바쁘니?', '쉬워, 근데 어려워'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장들로 레슨이 이어집니다. 복잡한 문법 용어를 나열하며 동사 변형표를 무작정 외우게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Je suis' (나는 ~이다), 'C'est' (이것은 ~이다)와 같은 핵심 패턴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어휘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완전 생초보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방식이었습니다.




좀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프랑스어 학습의 첫 번째 난관은 바로 발음입니다. 영어와는 다른 읽기 규칙, 생소한 비음과 연음 등은 초보자를 주눅 들게 합니다. 저는 가래끓는 소리라고 표현했던 R 발음에서 그냥 포기를 했었는데, 책 내용을 읽으면서 다시금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과감하게 모든 프랑스어 단어와 문장 아래에 '한글 발음'을 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Salade' 밑에 '쌀라드', 'Bonjour' 밑에 '봉쥬ㅎ'라고 적어두는 식입니다. 물론 언어 학습에서 원어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텍스트만 보고도 대략적인 소리를 짐작하고 입을 뗄 수 있게 만드는 이 장치는 초보자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부여합니다.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곧 '말할 수 있다'는 용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중얼중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뮈지끄가 아닌 뮈z지끄, 하니까 이제 발음이 좀 느껴집니다. 한글로는 표기가 안되니까 이렇게 표기하여 정확한 발음에 근접할 수 있네요.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한글로 표기를 해서, 우선은 우리의 발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언어는 일단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고, 틀릴 것 같아서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어떻게든 발음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책에서 찾을 수 있었네요. v부z잘레, B와 V가 헷갈리고, J와 Z를 다르게 표기할 방법이 없는 한글에서 프랑스어 원 발음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도록 표기한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이렇게 한 달을 하면서 완전 기초를 완성하게 되겠지요.




이 책은 프랑스어를 학문적으로 파고들려는 사람보다는, 당장 파리 여행을 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보고 싶거나, 프랑스 영화의 대사를 조금이라도 알아듣고 싶은 '생활형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실용적인 회화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까요.

한 달이라는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언어의 기초를 다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 책은 그 30일 동안 학습자가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제공합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저만해도 새해에 바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시작'하였습니다. 시작했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막연하게나마 '프랑스어'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책이 그 동경을 현실로 만들어줄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복잡한 문법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하루에 한 걸음씩 따라가다 보면 프랑스어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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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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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무서운 것이 참 많았고 학교에서만 해도 다양한 괴담이 존재했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귀신이나 요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불투명한 노후, 자식들의 미래, 혹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건강의 적신호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우리를 더 옥죄어 오곤 합니다. 그래서인 한동안 소설, 그중에서도 '공포 소설'은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실도 벅찬데 굳이 가상의 공포까지 소비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다 리쿠의 커피 괴담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책은 자극적인 비명이나 선혈이 낭자한 장면으로 독자를 겁주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향기 속에,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 속에 아주 얇고 예리한 칼날 같은 공포를 숨겨놓았습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작가의 관록이 느껴지는 이 작품집을 읽으며, 오랜만에 기분 좋은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이 기묘한 책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최근 출퇴근 시간에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읽고 나서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북유럽카페 에서 서평을 진행했기에 타이밍 좋게 이 책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라고 생각됩니다.



소설의 설정은 저와 같은 나이대의 남성들의 등장인물에게서 오는 묘한 대리만족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네 명의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영화 프로듀서, 작곡가, 의사, 그리고 작가. 겉보기엔 번듯한 직함을 가진 이들이지만, 속내는 다들 비슷합니다. 업무의 중압감,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인생의 허무함 같은 것들이지요.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교토, 요코하마, 도쿄 등지의 유서 깊은 카페를 찾아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모임의 유일한 규칙입니다.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골프를 치며 비즈니스를 논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이야기'를 위해 모인다는 점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사회적 체면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어린 시절처럼 둘러앉아 시시콜콜하면서도 으스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을 허락하는 삶의 여유가 있다는 것.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판타지 같은 요소는 괴담 그 자체가 아니라, 이 네 남자의 우아한 모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맞춰서 어떻게 모이는지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작가가 그려내는 공포의 방식은 '잠식'입니다. 쾅 하고 터지는 것이 아니라, 잉크가 물에 번지듯 서서히 일상을 물들입니다. 책에 실린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여행지에서 묵게 된 낡은 호텔 방의 벽지 얼룩이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거나, 산책길에 마주친 기묘한 분위기의 집, 혹은 오래전 헤어진 친구에 대한 찝찝한 기억 같은 것들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평범한 소재를 비틀어, 독자로 하여금 "어? 나도 이런 적 있는데?" 하는 기시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인간의 인지 본능인 '파레이돌리아'를 공포의 도구로 사용하는 대목은 탁월합니다. 점 세 개만 찍혀 있어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려는 뇌의 본능. 작가는 묻습니다. "우리가 보는 그 얼굴이 정말 착각일까? 만약 착각이 아니라면?" 이 질문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무심코 천장의 무늬나 옷장의 그림자를 유심히 살피게 만들더군요. 혹시? 혹시? 하면서 이미 무뎌진 공포의 감정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많이 했었습니다.



말그대로 계속해서 진행되는 중년 남성들의 커피 괴담들입니다.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거나, 혹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화자의 '과거 기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때 내가 겪은 일이 정말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은 이야기 전반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작가는 기억의 불완전성을 파고듭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믿고 싶은 대로 과거를 재구성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의 틈새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끼어든다면 어떨까요? 작가는 그런 점을 잘 이용합니다. 그 아련한 향수를 순식간에 섬뜩한 악몽으로 바꿔놓는 솜씨를 발휘합니다.

젊은 시절의 여행담, 잊고 지냈던 동창생 이야기 등 중년 독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을 법한 소재들이 괴담으로 바뀔 때, 그 공포의 무게감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지나온 삶의 궤적 어딘가에 나 또한 이런 '구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자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 그때? 설마? 하면서 되짚어보게 되지요.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실화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것이 자신이 겪거나 들은 이야기임을 암시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 캐릭터 또한 온다 리쿠 본인을 투영한 듯 보입니다.

구체적인 지명과 실존하는 카페 이름들이 거론될 때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을 넘어 현실 세계로 침범해 들어옵니다. '혹시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카페에서도?'라는 상상은 독서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픽션이라는 안전장치를 살짝 풀어헤침으로써, 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작가의 노련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제 가게라는 점이 마치 영화에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로 시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살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20대 때에는 모든 것에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세상에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사주라던지 점집에 기웃거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을 『커피 괴담』은 바로 그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우아하게 다루면서 저에게 파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무더운 여름날의 납량특집으로 읽기 보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나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에 보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면 더욱 몰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상의 권태가 느껴지거나, 머리 식힐 무언가가 필요하신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만 혼자 있는 밤에 읽으실 때는 조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익숙했던 집안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니까요. 파레이돌리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온다 리쿠가 건넨 이 씁쓸하고도 기묘한 커피 한 잔이, 팍팍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휴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커피가 어떻게 느껴질지는 읽는 분들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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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나를 믿는 연습 - 에머슨 자기 신뢰 필사책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지선 편역 / 이너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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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26년의 새해가 밝은지 어느새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결심을 하고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안고 살아갑니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이런저런 책임을 다하다 보면 때로는 나 자신의 목소리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이 더 크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랄프 월도 에머슨의 문장을 엮은 #흔들려도나를믿는연습 입니다.

본격적으로 서평을 하기 전에 에머슨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그는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사상가로, 당시의 권위적인 종교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직관과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초월주의 운동의 선구자라고 합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으나, 교회의 형식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사임한 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정착하여 집필과 강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사상은 니체, 오바마 전 대통령, 마이클 잭슨 등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리더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의 대표 에세이 《자기 신뢰(Self-Reliance)》는 "너 자신의 생각을 믿어라.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도 옳다고 믿어라"라고 역설하며, 외부의 소음이 아닌 내면의 신성한 힘을 믿을 것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그 방대한 에머슨의 철학 중에서도 현대인, 특히 중심을 잡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수만을 뽑아 필사할 수 있도록 엮은 책입니다. 저도 필사를 간단한 명언 위주로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긴 내용들을 필사해 보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읽는 독서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과정이라면, 손으로 쓰는 독서는 사유를 확장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디지털 시대이니만큼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드는 맛이 더 크기도 하지요. 이 책의 필사를 계속하다가 만년필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책의 구성은 간결합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에머슨의 원문과 번역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독자가 직접 따라 쓸 수 있는 여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펜을 들어 첫 문장을 따라 써 보았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 손끝에서 전해집니다. 글자의 획을 긋는 속도에 맞춰 제 호흡도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부러움은 무지다. 모방은 자살이다."라는 에머슨의 유명한 문장을 눈으로만 훑었을 때는 그저 좋은 명언이라 생각했지만,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적다 보니 그 문장이 지닌 서늘한 경고와 뜨거운 응원이 동시에 가슴에 박혔습니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저자의 영혼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좀 과장일까요? 하지만 키보드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자기 신뢰'입니다. 에머슨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당신 자신이 되려 하지 않는가?" 우리는 종종 타인의 성취를 부러워하고, 유행을 쫓느라 바쁩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잃고 정해진 답만을 찾으려 할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정작 저 자신도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에머슨은 말합니다. "위대한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의 독립성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필사하며 저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아직 나만의 중심을 잡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외부의 조건이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그곳에서, 나의 본능과 직관을 믿고 나아가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것이 비록 거친 길일지라도, 나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좋은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조언을 계속해서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상당히 와닿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니 신뢰가 가더라구요. 물론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많은 일화가 있지만, 업적면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날림글씨로 부끄럽지만 필사를 해보았습니다. 핑계 댈 거리는 많지만 하루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니만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몰입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악필이지만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씨가 아닙니다. 삐뚤빼뚤하더라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눌러 쓰며,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겠습니다.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는 명상이자 치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조용한 밤에 필사를 하며 입으로 낭독하며 그 문장의 울림을 귀로 다시 듣겠습니다. 에머슨의 지혜가 제 무의식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일상에서 흔들리는 순간마다 저를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게 하겠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결심을 이렇게 적어봅니다.


이 책은 한 번에 읽어치우는 책이 아닙니다. 곁에 두고 마음이 헛헛할 때마다, 혹은 자존감이 낮아질 때마다 펼쳐서 처방전처럼 활용해야 하는 책입니다.

저처럼 30대, 40대를 지나며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계신 분들, 혹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좋아하는 펜 한 자루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에머슨은 "자기 자신을 믿어라. 그 철현에 모든 마음이 진동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펜 끝으로 저를 믿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비록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뿌리까지 뽑히지 않는 깊은 나무처럼 제 삶을 사랑하고 신뢰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 고요하고 충만한 필사의 여정에 동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제 시작입니다. 모두들 2026년 화이팅입니다!

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 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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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나를 믿는 연습 - 에머슨 자기 신뢰 필사책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지선 편역 / 이너북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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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더욱 발전된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필사의 힘을 직접 느껴보니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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