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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사랑, 사랑...참 아름다운 단어 이면서 또한 어렵고, 힘든 단어. 언제까지나 나에겐 에로스적인 사랑만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 나에겐 에로스적인 사랑보다 아가페적인 사랑이 더 크다. 이 책의 여주인공은 과연 에로스적일까 아가페적일까. 한순간 고민을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책장에서 제목만 반짝반짝 빛나던 이 책을 오늘에서야 다 읽고 그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나의 무심함에 자책을 하며, 새로운 책을 사들이기 보다 좋아서 사놓았던 책들부터 읽자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책이랄까? 역시, 책은 신.구간을 가리지 않는구나. 발행된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책이지만, 어제 갓 나온 책인냥 따스하고 품에 폭 품고 싶은 그런책이었다.
쇼코는 알코올중독자이며, 우울증을 달고 사는 여자. 무츠키는 의사이자 동성애자이고, 물론 남자애인이 있는 남자. 이 두사람이 결혼을 했다. 두사람이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맞선을 본것까진 언급이 되어 있지만, 결혼을 하게 된 계기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쇼코는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고, 무츠키 또한 냉랭한 사회의 눈길을 피할수 없었을 것이다. 아님, 자기안에 또 다른 자아에게 냉대를 받고 있었는지도...전혀 이루어질수 없었던 결혼일것 같지만, 두사람은 결혼을 했고, 잘 살아간다. 물론, 쇼코의 "울"상태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 산산조각이 나기도 하고, 무츠키는 다른곳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존중을 해 준다는 선약이 있었긴 했지만, 나의 짧은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련을 견딜정도로 쇼코는 무츠키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와 육체적인 사랑을 하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그의 동성애인인 "곤"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쇼코에게서 난 에로스적인 사랑보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았을것이다.
"아버지,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가 가르쳐 주었어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그 사자들은 초식성에, 몸이 약해서 빨리 죽는다는군요. 단명한 사자라니, 정말 유니크하죠, 쇼코의 발상은. " (131쪽) 그들의 결혼을 말렸던 단 한사람. 무츠키의 아버지. 쇼코의 부모님은 무츠키의 내력을 몰랐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무츠키의 아버지는 쇼코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따뜻한 분으로 등장한다. 오가는 대화가 많진 않았지만, 묵묵히 쇼코의 아픈곳을 보듬어 주는 듯한 무츠키의 아버지가 참 따뜻해 보였다.
일방적인 한사람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보다 쇼코와 무츠키가 한챕터씩 화자가 되어 써내려간 이 책은 두사람의 심적묘사가 잘 되어 전체적으로 볼때 이해가 훨씬 쉬웠던것 같다.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몇권 읽어보았지만, 문체가 간결하긴 하지만, 내면을 표현하는 글들이 많아 번역시, 자칫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김난주님의 번역은 에쿠니가오리의 심적묘사를 너무 잘 표현한것 같았다. 제목만으로 봤을땐 그 내용을 짐작하기가 어려웠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그 제목만큼 그들의 사랑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