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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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불쑥 내 앞에 나타나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두툼한 책을 순식간에 독파하게 만든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 그동안 읽었던 두 권의 책, [죽은자의 심판]과 [트라이던트]는 바르가스 여사의 대표시리즈라 할 수 있는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였습니다. 아담스베르그 형사를 비롯하여 그의 믿음직스러운 보좌관인 당글라르, 그리고 뚱뚱하지만 매력적인 여형사 르탕쿠르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시리즈로 나타난 바르가스 여사님! 근데 어쩜 좋나요. 일명 <복음서 시리즈>라 불리는 이 책속 등장인물들 정말 매력포텐 터집니다. ㅋ



  
​은퇴 후 느긋한 삶을 보내고 있던 전직 오페라 가수였던 소피아. 그녀의 정원에 정체모를 나무 한그루가 발견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어제만 해도 없었던 나무가 정원에 버젓이 서 있습니다. 남편에게 이야기해 보지만 들은척도 않는 피에르. 그리고 몇일 후 소피아의 옆집인 허물어져 가는 5층짜리 판잣집에 남자들 무리가 이사를 옵니다. 이들이 바로 복음서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남자들인데요. 중세시대 전문 역사학자인 마르크, 선사시대 전문 역사학자인 마티아스, 1차세계대전 전문가인 뤼시앵입니다. 그리고 이들 세남자의 이름을 각각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으로 부르고 있는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전직 형사였지만 부패한 형사라는 꼬리표가 붙은 방두슬레입니다. 소피아는 이들에게 사례금을 주며 나무밑을 파보라는 의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일후에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소피아, 그리고 곧이어 소피아를 만나러 왔다며 나타난 소피아의 조카인 알렉상드라. 그리고 하나, 둘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몇일 후 화재로 불타버린 차 속에서 소피아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체가 발견이 됩니다.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타난 또 한사람은 바로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었던 동피에르란 사람인데 이 사람마저 몇일 후 시체로 발견이 되죠. 복음서저자들 삼인방은 소피아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좌충우돌, 동분서주 합니다. 심각한 사건인데 이 세사람이 등장함으로써 이야기는 좀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꼭 인도소설의 제목이자 등장인물이었던 "세 얼간이"를 보는듯한 느낌? ㅋㅋ




이들 세 남자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합니다. 마가복음으로 불리는 마르크는 중세시대 전문가이지만 스스로 자신을 수렁에 빠진 삶이라 얘기하며 급한성격과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셋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냉철한 판단력으로 마지막에 초보 탐정으로서의 기지를 맘껏 발휘를 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는 마태복음이라 불리는 마티아스는 마르크에게 수렵채집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매사에 느긋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선사시대 역사학자 답게(?) 늘 옷을 벗고 다니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벗은 몸으로 다니는 통에 결정적인 증거 비슷한것을 잡기도 하죠. 그리고 1차세계대전 전문가이자 누가복음으로 불리는 뤼시앵. 셋중에선 가장 독특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늘 수트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며 말이 좀 많은듯 합니다. 1차세계대전과 현실을 오가며 이웃집을 서부전선이나 동부전선으로, 일상의 사건들을 전쟁에 빗대어 재미있게 대화를 이끌어 가기도 하죠. 그리고 퇴직형사인 방두슬레는 사건을 헤집어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진두지휘합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소설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 사건에 얽힌 주변 인물들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인물들의 묘사가 아주 실감나게 그려짐을 매번 읽을때 마다 느낍니다. 아담스베르그 시리즈는 그 시리즈대로, 또 이 복음서 시리즈는 이 시리즈대로 너무나 뚜렷한 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복음서 시리즈도 아담스베르그 시리즈만큼이나 다음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시리즈인것 같아요.




그는 이야기를 조각조각 다시 검토해보고, 또 한 번 조각조각 다시 검토해보았다....생미셸 분수...흰 고래의 향로, 본능, 욕망....흰 고래의 이동 경로, 먹이를 사냥하는 장소....밤마다 받침대에서 내려와 배회한다는 당페르로슈로 광장의 벨포르 사자상...밤이면 아무도 모르게 사자 행세를 하는 청동 사자...저 여자처럼....그러고는 아침이 되면 다시 받침대 위로 올라가 조각이 되어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의심받을 짓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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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처럼 검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3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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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동화에 대한 환상은 참으로 컸었지요. 그런데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주동화보다는 모험이나 환상동화를 즐겨 봤던것 같아요. 톰소여의 모험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들 말이죠. 그때 이미 동심이 파괴? 그래서 지금 썰고 베는 스릴러를 좋아하는걸까요. 그렇지만 최근에서야 느낀 거지만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잔혹동화가 많다는 점. 그런 잔혹동화들을 토대로한 소설들이 최근 많이 출간이 되었었죠. 그렇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동화들이 사실은 조금은 잔인하고 외설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많이 순화되어 출간이 된거라고 합니다.  




최근 미국드라마에서는 'Grimm 그림형제' 라는 방송을 방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림형제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 빨간망토, 라푼첼 같은 동화를 만든 작가이죠.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와는 다른 결말, 다른 스토리를 보여 준다고 합니다. 그런 맥락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오늘 읽은 <흑단처럼 검다> 역시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라고 불리며 <피처럼 붉다>, <눈처럼 희다>, <흑단처럼 검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전개가 되는데요. 백설공주는 동화에서 보면 앵두처럼 붉은 입술과 눈처럼 하얀 피부와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공주로 묘사가 되기도 했었죠.




전편인 <눈처럼 희다>에서 루미키는 이단종교에 빠진 사람들의 집단 자살을 알아채고 불길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고 영웅이 되어 돌아옵니다. 전편들에서 루미키는 뭔가 비밀스런 과거를 간직한 소녀였습니다. <흑단처럼 검다>에서는 그 비밀들이 한겹 한겹 벗져집니다. 전편에서도 약간의 언급이 있었지만 루미키는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학교폭력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프라하에서 영웅이 되어 돌아온 지금은 모든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죠. 물론 멋진 남자친구도 생겼고요. 그리고 루미키는 학교 연극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았습니다. 동화와는 또 다른 스토리를 가진 백설공주였죠. 동화에서는 마녀의 독사과를 먹고 죽은 백설공주를 왕자님이 나타나 백설공주는 살아나고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인데 루미키의 연극에선 왕자님을 은빗으로 찔러 죽인다는 내용입니다. 연극연습을 할때마다 너무 몰입하여 진짜 왕자를 죽일것만 같은 루미키에게 어느날 쪽지가 날아듭니다. 연극공연을 하는날, 연극내용처럼 무대는 온통 피바다가 될것이라고...




전편 두 권을 읽으며 루미키의 과거가 참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어린 10대소녀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길래 자신을 꽁꽁 숨기며 살고 싶었을까 했었죠.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왜 그렇게 살갑지 못했는지...이 책에서는 그 모든 비밀이 한겹씩 서서히 벗져집니다. 그리고 마주한 봉인해제된 비밀 앞에서 참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컸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슴한켠엔 늘 그 기억이 되살아날듯 말듯한 모습으로 불안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죠. 그 봉인되어 있던 비밀이 해제가 되며 루미키는 한층 더 성숙한 성인이 되어 갈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눈처럼 희다>에서 루미키의 언니라며 등장한 젤렌카는 뭔가 루미키와 연결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단지, 루미키의 내부에 봉인되어 있던 비밀속 언니를 끄집어 내기 위한 매개체정도였달까요? <피처럼 붉다>와 <눈처럼 희다>는 어떤 사건에 휘말렸고 그 사건들에 부딪히며 해결하는 루미키를 그렸다면 <흑단처럼 검다>는 루미키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어집니다. 일련의 사건과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루미키는 그만큼 성장할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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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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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전 <피처럼 붉다>라는 살라 시무카의 책을 읽었습니다. 십대 소녀인 루미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성장소설 같으면서도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책이었죠. <피처럼 붉다>와 오늘 읽은 <눈처럼 희다>, 그리고 <흑단처럼 검다>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일명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라고 불리웁니다. 전작은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삼았다면 이번 책은 그림형제의 동화 [흰눈과 붉은장미]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흰눈과 붉은장미]라는 동화를 잘 몰랐는데 책 속에 간략하게 동화의 내용이 나오기는 합니다. 동화와 이 소설의 대략적인 바탕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두 공주가 살았는데 둘이 헤어져 서로를 찾아 헤매다 용이 지키는 탑속에 갇힌 한 공주를 찾아내어 둘이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할때 갑자기 공주가 용으로 변했습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의 탑으로 뛰어든 공주와, 자신의 언니라고 말하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든 루미키. 이렇게 이야기는 동화의 내용을 닮았지만 더 짜릿하고 스릴넘치게 진행이 됩니다.


 

루미키는 <피처럼 붉다>에서 우연히 학교 암실에서 발견한 돈다발때문에 거대한 범죄조직에 휘말렸었죠. 그 돈을 가로채려던 친구 엘리사를 구하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 사건이 일단락된 후, 체코의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프라하를 즐기려던 루미키에게 한 소녀가 느닷없이 다가와 고백을 합니다. 자신이 루미키의 언니인것 같다고...갑자기, 뜬금없이 언니라고 말하는 젤렌카는 루미키에게 지금 현재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왠지모르게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식사에 초대되어 젤렌카의 집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루미키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게 됩니다.

 

 

<피처럼 붉다>에서도 그랬지만 루미키는 늘 위험에 처합니다. 그것도 죽음의 위기에 몰리는 급박한 위험이죠. 전편에서는 험준한 산과 호숫가의 추격전과 냉동창고에 갇히는 사건이 스칸디나비아의 추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만큼 서늘하고 심장 쫄깃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눈처럼 희다>에서는 이단종교 집단에 뛰어들어 또 한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죠. 자신을 쫓는 킬러와 그를 피해 달아나는 지하철 추격전과 자신이 묵고있는 호스텔에 침입한 괴한과 욕실에서 맞닥뜨릴 위기에 처했을때의 긴장감! 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난 루미키. <흑단처럼 검다>로 이어지는 다음이야기에는 또 어떤 루미키의 모험담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첫 이야기에서 루미키는 과거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걸고 투명인간처럼 살기로 결심한 소녀로 첫등장을 했습니다. 루미키가 어떤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아 걸었는지 삼부작이 이어지며 그 비밀이 밝혀진다고 했는데요. 일단 오늘 읽은 이 책에서 루미키 앞에 나타난 젤렌카는 루미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녀는 정말 루미키의 언니가 맞을지, 아빠의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다음편인 <흑단처럼 검다>를 얼른 만나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18세 소녀의 마음을 꽉 움켜진 루미키의 비밀스런 남자친구 블레이즈의 신비로움은 어떻게 베일을 벗을지도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루미키는 소녀를 돌아본다. 왜 항상 돌아보는 걸까? 나쁜 일이 생길 줄 뻔히 알면서. 하지만 그 순간까지는 기분이 좋다. 온화한 느낌. 하지만 돌아보는 순간 온기는 싹 사라져버린다. 뒤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녀는 어두운 방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는 여전히 소녀가 있다. 소녀가 루미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루미키는 소녀를 밀쳐내려 하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39쪽)

 

 

그녀는 하루 종일 닳아 해진 요 네스뵈 소설과 여권이 든 지갑만 지니고 다녔다. (185쪽)

 

루미키도 나만큼 요 네스뵈를 좋아하나 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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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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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언젠가 보았던 광고의 문구가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어렸을땐 엄마는 모르는 것이 없는 대단한 존재였고, 조금 더 크면 엄마는 많은걸 알지만 모든걸 다 알지는 못한다 생각하고,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엔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라며 반항을 시작하죠. 그리고 머리가 굵어지고 철이 들고 결혼까지 해서 자신이 엄마가 되어봐야지 엄마를 이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광고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둘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엄마가 그 자리에 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을 얻는 나이입니다. 이렇게 엄마란 존재는 우리에게 말할 수 없이 든든한 버팀목이시지요. 그런 엄마의 존재가 흔들릴때, 나를 돌아봐 주지 않을때, 그리고 부재일때...얼마나 휑한 느낌일까...상상도 하기 싫지만 언젠가는 그런날이 올테지요.




이 이야기 속에는 세명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화자인 루의 엄마는 루의 동생이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죽어 버리자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것을 놓아버립니다. 아직 어린 루를 돌보지도, 따뜻한 말을 건네지도, 한번 안아주지도 않습니다. 루가 넘어져 목이 찢어져라 울어대도 엄마는 멍하니 먼곳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루의 학교 친구인 뤼카의 엄마는 아빠와 결별을 한 후, 뤼카를 혼자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뤼카를 위해 하는 일은 집과 돈을 쥐어주고 가끔 한번씩 집에 들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처럼 길 위의 소녀인 노는 엄마가 성폭행을 당해 태어난 아이로, 엄마는 노를 자식 취급을 하지 않지요.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없는것 같은 이 세 아이들. 아이들의 자아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이럴진데 이 아이들이 제대로 자랐을리가 없지요. 책을 읽으며 세 아이들이 정말 안쓰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나마 루는 그래도 가정이라는 틀 속에서 안전하게 자라고 있어 다행이긴 했습니다.




아이큐 160이 넘는 지적 조숙아인 루. 2년이나 월반을 하여 두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습니다. 그리고 뤼카는 반항아 입니다. 항상 맨 뒷자리에 앉아 시험은 백지를 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업 중에라도 그냥 나가 버리는 그런 아이. 그렇지만 학교의 모든 여학생들로부터 인기짱인 남자아이지요.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는듯한 뤼카는 루에게만은 "꼬맹이"라며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고 이야기도 들어줍니다. 루는 발표과제의 주제로 "노숙자"를 택하게 되어 노숙자를 인터뷰하기위해 전철역을 찾아갑니다. 거기에서 만난 소녀 노. 서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두 소녀는 몇번의 만남을 통해 둘 사이에 뭔가 통하는 공통분모가 있다는걸 느낍니다. 루나 노나 뤼카까지, 이 세사람은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없는 외로운 아이들이라는 공통분모입니다.


 


세상과는 동 떨어진것 같은 세 아이들. 이 아이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보고 상대로 부터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위로를 하고 위안을 받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들이 됩니다. 노숙자로 살아온 노는 루의 도움으로 루의 집에서 지내면서 직장까지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은 어린 18세 소녀 노에게 세상이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겠지요. 노숙자로 매일밤 잠잘 곳을 찾아 떠돌던 삶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혹독한 것은 그런 그녀를 보는 사회의 시선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가진 직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책속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지 않지만 가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루는 왠지 노가 너무 좋습니다. 노와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함 없이 행복해보이는 루이지만 그녀를 이해해주고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은 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노를 루는 뤼카에게도 소개시켜 줍니다. 셋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지내던 어느날, 노는 더이상 루의 집에 머물 수 없게 되었고 다시 길거리를 전전하기 싫었던 노는 뤼카의 집을 찾아갑니다.




책을 읽으며 루는 루대로, 노는 노대로, 또 뤼카는 뤼카대로 아직 어린 십대 소년 소녀들이 얼마나 안쓰럽게 느껴지던지요. 언젠가 몇일 집을 비웠던 적이 있었는데 나도 나대로 무지하게 허전했지만 집에 돌아갔을때 버선발로 뛰어나와 나를 반기는 딸들을 보니 뭘 크게 해주진 않더라도 늘 아이들 곁에 든든한 버팀목처럼 그렇게 엄마의 자리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문장들은 극히 짧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붙인 문장들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문장이 짧은만큼 쉽게 잘 읽혔습니다. 그러나 쉽게 읽힌것에 비해 생각할 꺼리(?)는 참으로 많았던 책인것 같습니다. 성장소설이면서도 노숙자나 가정폭력, 어떻게 보면 아동학대일수도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짚어나간 참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증거가 부득이하게 있어야 한다면, 그게 바로 뭔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주위를 돌아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혼자서 말하거나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보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을 한 번 타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삶의 부작용들을, 어떤 지침서나 사용설명서에도 나와 있지 않는 부작용들을 생각했다. 나는 그것 또한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은 도처에 널려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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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50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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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은 <산산이 부서진 남자>였습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약간 독서의 정체기에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와...이 작가는 천재가 분명할거야.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심리학자이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조 올로클린"이란 인물을 내세운 책이었는데 연이어 시리즈로 나온 <내 것이었던 소녀>도 역시 너무 재미있었죠. 시리즈로 쭉쭉 나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신간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시리즈물은 아니었고 다른 인물들이 등장을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탈옥을 해서 쫓기고 있는 주인공 오디라는 청년, 같은 감옥 동기인 모스, 모스의 여자친구 크리스털, 오디의 사건을 맡은 연방수사국의 특수요원 데지레, 그리고 10년전 오디를 감옥에 넣은 발데즈보안관.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입니다.




10년전 오디는 은행으로 후송되는 700만불이라는 거액의 돈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한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이 되었습니다. 사건 당시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범인들은 모두 사망하고 오디는 총상으로 두개골이 파손되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그러나 700만달러라는 돈의 행방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10년이 지나고 출감 하루 전날 오디는 탈옥을 했습니다. 어째서, 내일이면 집으로 갈 수 있는데 그는 탈옥을 한 것일까요. 그의 탈옥에 연방수사국은 수사에 나서고 수사의 일선에서 수사를 하던 특수요원 데지레는 오디의 탈옥에 찜찜함을 느낍니다. 한편, 누군가에 의해 오디를 쫓으라는 명령으로 역시나 감옥에서 나오게된 모스는 오디를 찾아 그의 과거를 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디를 쫓으면 쫓을수록 드러나는 10년전 사고의 진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 오디를 찾는데 혈안이 된 발데즈보안관. 과연 이들은 무엇을 쫓고 있는것인지, 10년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껍질이 벗겨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디라는 인물은 도저히 범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인것 같았어요. 그래서 뭔가가 있을것이다, 분명히. 라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더라구요. 이 책은 또 한 권의 찐한 감성스릴러였습니다. 마이클로보텀이라는 작가는 전작이나 전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캐릭터마다 그 인물의 심리상태 묘사를 너무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는것 같아요.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어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어찌보면 참 무모하게 사랑을 했던 오디. 그리고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정말 무모하게 자신을 사지로 내모는 모습을 보며 정말 그녀를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구나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걸출한 캐릭터 모스. 왠지 모건 프리먼을 연상시키는 모스에게서는 감초같은 역할에 딱 적합한 조연의 향기가 폴폴 풍깁니다.




마이클로보텀은 기자시절 악명높은 탈옥수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우연히 친구가 된 인연이 범죄자의 심리를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동안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씨줄날줄같은 쫀쫀한 플롯들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았고, 산만한 나의 정신머리에 적합화된 단문들은 책 읽기에 한결 수월하여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마이클로보텀의 책은 대중적이면서도 사람의 마음 한켠을 건드리는 아련함이 있는것 같아요. 이 가을 꼭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행복과 불행은 물려받는 거라고, 오디는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넉넉하게 받고 어떤 사람들은 모자라게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부스러기 하나까지 음미하고 마지막 골수까지 쪽쪽 빨아들인다. 우리는 빗소리, 새로 깎은 풀 냄새,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 더운 날 새벽의 시원함에서 기쁨을 느낀다. 우리는 세상을 배우고 우리가 모르는 것 이상은 결코 알 수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듯 사랑에 걸리고, 폭풍우 속 난파선에 매달리듯 사랑에 매달린다.(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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