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아....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 가슴한구석이 짠하고 화딱지가 난다. 이것이 그냥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것이 더욱 기가막힐 따름이다. 왜! 무었때문에! 이 여리디 여린 소녀들을 짓밟는 것인가. 어째서 그들은 그런짓을 저지르고도 이웃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일까. 그냥 그런 아저씨도 아니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명망있다는 어른들이 하는 짓거리가 꼭 이래야만 하는것인지...ㅠ

 

 

팡쓰치와 류이팅은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낸 둘도없는 친구이다. 중상류층에 속하는 그녀들은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이웃에 사는 이원언니집에서 늘 책을 끼고 살았다. 책을 읽어주며 소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원에게도 소녀들에게도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리궈화라는 유명 문학강사가 그곳에 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리궈화는 아이들에게 작문을 봐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그리고 팡쓰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문학강사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 후 5년동안 쓰치를 강간하면서 그는 그것을두고 자신이 소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13살 어린소녀. 그게 사랑이라하니 사랑인줄 알았던 팡쓰치...

 

 

왜 쓰치는 부모에게 말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가볍게 내뱉는 이런 질문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폭력적인지 모른다, 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영혼도 함께 한다는 단짝인 이팅에게조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쓰치. 얼마나 안쓰럽던지..ㅠ 친언니처럼 소녀들을 챙겨주던 이원언니에게 다 말하려고 했을때 정말 다행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원 역시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어린나이에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 남자는 술만 마시면 그녀를 때렸다. 그랬던 그녀였기에, 늘 멍이 들어있는 몸의 한 부위라도 보이기 싫어 여름에도 긴팔만을 입었던 그녀였기에 쓰치는 그런 언니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쓰치가 부모에게조차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것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단면일수도 있다. 예로부터 유독 여성의 성에대해 쉬쉬했던 유교적관념이 잔재해 있지는 않은지, 왜 이 사회는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이 지탄을 받고 고립되어야 하는지 되새겨봐야할 일이다. 최근 미투운동이 확산되며 여기저기서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사례를 폭로하고 있긴하지만 이 역시 얼마못가 흐지부지...이후 과연 성폭력을 당했다며 폭로한 여성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한번이라도 받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이건 선생님이 널 사랑하는 방식이야. 알아듣겠니? 날 원망하지 마. 넌 책을 많이 읽었으니 아름다움이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걸 알거야. 넌 정말 아름다워. 하지만 모든 사람의 것일 수 없으니 내가 가질 수밖에. 넌 내거야. 넌 선생님을 좋아하고 선생님도 널 좋아해. (본문 中) 

 

 이원이 쪼그려 앉아 두 소녀에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 더 많은 책이 들어 있어.” 시어머니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머릿속에 책을 넣지 말고 배 속에 애를 넣어야지.” 텔레비전 소리가 그렇게 큰데 며느리의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신기했다. 이팅은 이원 언니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그라지는 것을 보았다. (본문 中)


 

이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인줄 알았던 13살의 소녀는 사랑은 참으로 힘들고 괴로운것이라는걸, 그렇지만 자신 또한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억지로 스스로에게 각인시킨다. 그렇지만 이렇게  힘든 사랑을 왜 해야할까. 이런 사랑이 있는 세상은 과연 살만한 세상일까. 내가 쓰치였어도 미치지 않고서는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 다른 폭력을 당하는 여성으로 등장했던 이원. 같은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은 결코 그 남자에게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이원을 그 남자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 무슨 이기적인 심뽀란 말인가.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다지만 그래도 역시나 아직도 여성은 이 사회의 약자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팡쓰치, 또 다른 이원이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이 출간된후 스물여섯이라는 어린나이에 작가는 자살을 했다. 생전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팡쓰치가 본인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녀가 팡쓰치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만약 그녀가 팡쓰치였더라도 그녀는 피해자일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