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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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의 아류로밖에 보이지 않는 책. 그야말로 껍데기밖에 없는 책을 대단한 책인양 홍보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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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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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이상향을 꿈꾼다. 인간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인간들의 체제 속에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노동하고 그 대가를 충실히 보상받을 수 있는 그들만의 천국을 꿈꾼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유롭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착취당하고, 사나운 억압과 날선 감시 속에서 고통받으며 죽음을 기다리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돼지를 주축으로 반인간 사상으로 뭉친 동물들은 인간을 몰아내고 마침내 농장의 주인이 되고 만다.

동물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체제와 그들의 습성을 모조리 타파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체제와 질서를 만든다. 그들만의 이상 국가를 실현시켜 나간다.

인간이 사라진 농장은 온전히 동물들만의 것이 된다. 동물들은 자유롭게 농장을 활보하고, 오로지 자신들을 위한 즐거운 노동을 하고, 노동의 대가를 달게 즐긴다. 그토록 그려왔던 자유 이상주의가 실현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반란을 주도했던 돼지들 사이에서 이상한 대립이 발생하고, 동물농장의 모습은 조금씩 일그러지고 균열을 일으킨다. 사라진 줄 알았던 억압과 폭력이 어느 틈엔가 그들 중심에 피냄새를 풍기며 우뚝 서 있다. 동물들은 돼지들이 새롭게 정한 법과 체제에 길들여지며 소수의 지도자들에게 복종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동물농장은 그들이 꿈꿔왔던 이상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 간다. 

 

동물농장은 우화소설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작가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작가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 편의 소설을 완성시키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에 대해서 말한다. 보통은 그렇다. 소설가로서의 신념은 대중의 사상과 충돌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것은 곧 개인과 집단의 사상적 충돌인 것이다. 어느 작가도 자신의 신념과 대중의 지지가 완전히 부합되는 소설을 쓰지는 못하거나, 행여 그런 소설이 나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천운을 타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딜레마에 빠지고, 자기 연민, 혹은 혐오에 빠지게 된다.

조지 오웰도 이 작품을 쓰면서 그런 고민에 수없이 빠졌을 것이다. 그의 작가적(혹은 개인적) 사상은 이미 드러나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하나로 명확히 요약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상을 어떻게 무리없이(독자들에게 외면당히지 않게끔) 소설화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이런 작업을, 오웰은 해낸다.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서...

이 소설이 우화적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했을 뿐더러, 출간 조차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중에 탈고된 이 작품은 그러나 출판사를 찾지 못해 일 년을 넘게 기다려야만 했다.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을 어느 편집장이 선뜻 반기겠는가.

그러니 이 작품의 우화적 성격은 더욱 큰 장점으로 작용이 되는 것이다. 우화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전개시켰기에 마침내 종전 이후 출판사를 구할 수 있었고, 우화적인 이야기였기에 수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다. 출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며 1천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원고지 6~700매에 불과한 이 작은 경장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토록 높고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도 소설이 지닌 '재미'에 있을 것이다. 출간 당시의 상황이야 그렇다쳐도, 지금은 이미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시대가 끝난 지 오래다. 현재의 독자들은 오웰이 가졌던 작가적 사상에는 어쩌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의심의 여지 없이 소설이 가진 '재미' 때문일 것이다. 정말 재미있다. 책장을 열면 빠져들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재밌다. 이 소설이 갖는 재미의 원동력은 말할 것도 없이 우화적 성격에서 발생한 것이다.

돼지가 동물들을 지배하고, 말이 복종하고 열심히 노동을 하고, 개떼들이 돼지를 호위하고, 양떼들이 돼지를 찬양하고,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나와 한바탕 촌극을 벌이니 우습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화의 껍질을 걷는 순간 그것은 간담을 서늘케 하는 무시무시한 공포로 돌변한다. 그 공포 속에 이 소설의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시무시한 공포를 우스꽝스럽고 흥미진진한 재미로 멋지게 감쌌다는 것! 어느 작가도 쉽사리 이룰 수 없는 이 대단한 작업을 오웰은 멋지게 해 낸 것이다. 오웰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탁월하게 빛나는 역작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만의, 혹은 자신들만의 이상향을 꿈꾼다. 인류가 지속되는 한, 모든 인류는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 책도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읽히고 사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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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유미 지음 / 언유주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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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하고 산뜻했던 전작에 비해 다소 심심하고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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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자들의 밤
빅터 라발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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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2세로 뉴욕에서 성장한 아폴로는 고서적 판매상을 하며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기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언제부턴가 아내의 휴대전화로 수상한 사진이 전송되기 시작하고아내는 누군가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어느 날 아내는 아폴로를 쇠사슬로 결박하고 뜨거운 물 주전자를 든 채 말한다. ‘저건 아기가 아니야.’ 아내는 아기를 죽이고 아폴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바람처럼 사라진다끔찍한 비극을 겪은 후 아폴로는 먼 옛날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던 아버지를 생각한다아폴로가 아기였을 때 그의 아버지도 자식을 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일이 있었다그렇게 아폴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것이다아버지는 왜 어린 아기였던 나를 버리고 떠났을까아내는 왜 어린 아기를 죽이고 떠났을까.

여러 단서를 토대로 아폴로는 아직 아내와 아기가 살아 있다고 판단하고 그들을 찾아 긴 여정길에 오른다. 현재와 과거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괴하고 위태로운 모험이 펼쳐지고 그 끝에는 절체절명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아폴로는 아내와 아기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을까.

 

체인질링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뒤바뀐 아이에 대한 공포를 모티프로 전설과 괴담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며 사회 속에 깃든 여러 문제와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한다.

특히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올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역설하는 대목이 크게 와닿았다. 당신의 소중한 아이들을소중한 가정을 알 수 없는 무수한 타인들의 시선 속에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일이 뭐가 그리 즐거울 수 있나그 사진을 엿보는 무수한 시선 속에는 미치광이도 있고범죄자도 있고살인자도 있고선량한 척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웃의 사이코패스도 있을 수 있다. 온라인이라는 익명의 세상 속에 소중한 아이의 정보를 마구잡이로 올리는 일은 트럭과 버스가 질주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 아기 포대기를 내려놓는 일 만큼이나 위험하고 위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소수민족결손가정, 여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두루 아우르고 있는데 작가가 성장 과정에서 느꼈던 자전적 체험이 녹아든듯 했다. 어쩌면 작가의 삶 자체가 공포였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다. 불안과 공포를 늘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삶은 불안과 공포라는 토대 위에서 구축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해도 나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편견과 악의로 가득 차 있다면 행복을 보장받기 힘들다. 사회라는 우리(cage)속에 갇혀 살아야만 하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이자 공포일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시선을 늘 경계해야만 한다. 엿보는 자들의 시선이 정겨운 이웃의 눈길에서 차가운 괴물의 시선으로 돌변하는 순간 내 삶이내 가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행복했던 삶이 타인의 악의에 의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인간과 사회의 의식 구조가 바뀌어야만 전망을 찾을 수 있는 문제인데, 인간과 사회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듯하다. 바뀌고 있다면 빅터 라발이라는 새로운 작가가 등장해 이런 공포소설을 쓰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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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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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다.

기괴하고오싹하고애틋한 다섯 편의 드라마가 펼쳐진다귀신이 등장할 때는 무섭기도 하지만 귀신과 얽힌 인간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애처롭고 서글프다

귀신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인간이 한을 품고 죽어 귀신이 된 것이다귀신이 인간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고인간의 눈에 귀신이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증오하고 갈망하며 괴로워하는 것은 인간이나 귀신이나 마찬가지다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파멸을 초래하거나 더 짙은 비애와 상실감을 낳을 뿐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귀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어떡해야 할까과욕을 버리고증오를 버리고미련과 집착을 떨치고 부처처럼 살아야 할까

그럴 수도 없다인간이니까한때 인간이었던 귀신이니까삶이란세상이란 결국 비루한 감정에 얽매여 그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래서 인간사 기구한 사연이 끊이지 않는 것이고그것을 말하고 싶은 사람듣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것이고미시마야 변조괴담은 그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흑백의 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하는 자와 듣는 자의 사연은 여전히 흥미진진했고, 때론 무시무시했으며, 또 가슴이 저렸다.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만 소원을 들어주는 끔찍한 요괴 이야기, 말 못하는 소녀를 보살피다가 소녀 곁을 떠도는 어린 영혼과 조우하는 이야기, 읽는 순간 죽음의 날을 알게 되는 책 이야기 등 다섯 편의 중편 연작들 속에는 기기묘묘한 미스터리와 애절하고 애틋한 인간 드라마가 함께 펼쳐진다. 

재미있고, 섬뜩했으며,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네 번째 중편인 '기이한 책 이야기'로 말미암아 여주인공 오치카의 운명에 변화가 생기지만 이야기를 듣고, 버리는 흑백의 방 시리즈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될 것 같다. 저자 미야베 미유키도 이 시리즈를 100화까지 쓰고 싶다고 했으니. 다음 시리즈를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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