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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눈의 고양이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4월
평점 :
-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다.
기괴하고, 오싹하고, 애틋한 다섯 편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귀신이 등장할 때는 무섭기도 하지만 귀신과 얽힌 인간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애처롭고 서글프다.
귀신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한을 품고 죽어 귀신이 된 것이다. 귀신이 인간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고, 인간의 눈에 귀신이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증오하고 갈망하며 괴로워하는 것은 인간이나 귀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파멸을 초래하거나 더 짙은 비애와 상실감을 낳을 뿐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귀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어떡해야 할까. 과욕을 버리고, 증오를 버리고, 미련과 집착을 떨치고 부처처럼 살아야 할까.
그럴 수도 없다. 인간이니까. 한때 인간이었던 귀신이니까. 삶이란, 세상이란 결국 비루한 감정에 얽매여 그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사 기구한 사연이 끊이지 않는 것이고, 그것을 말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것이고,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그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흑백의 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하는 자와 듣는 자의 사연은 여전히 흥미진진했고, 때론 무시무시했으며, 또 가슴이 저렸다.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만 소원을 들어주는 끔찍한 요괴 이야기, 말 못하는 소녀를 보살피다가 소녀 곁을 떠도는 어린 영혼과 조우하는 이야기, 읽는 순간 죽음의 날을 알게 되는 책 이야기 등 다섯 편의 중편 연작들 속에는 기기묘묘한 미스터리와 애절하고 애틋한 인간 드라마가 함께 펼쳐진다.
재미있고, 섬뜩했으며,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네 번째 중편인 '기이한 책 이야기'로 말미암아 여주인공 오치카의 운명에 변화가 생기지만 이야기를 듣고, 버리는 흑백의 방 시리즈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될 것 같다. 저자 미야베 미유키도 이 시리즈를 100화까지 쓰고 싶다고 했으니. 다음 시리즈를 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