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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해나가 있던 자리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은 별로 제목이 끌리지는 않았다. 그저 소설의 제목은 작가의 짓기 마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를 끌어당긴건 바로 다름아닌 작가의 얼굴이었다. 주황색의 강렬한 책의 표지 위에 작가의 얼굴이 있었는데 내게는 너무나도 이뻐보였다. 처음엔 가수인가 싶었다. 혹은 영화배우인가 싶었다. 그렇다. 나는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을 사실 많이 본다. 이쁜사람이 좋으며, 멋있는 사람이 좋고, 잘생긴 사람이 좋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잘생겨야 하고 이뻐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 좋다. 왠지 삶의 굴곡도 있을거 같고, 강인함도 있을거 같고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있을거 같아서 글쓰는 사람이라면 감수성이 풍부할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림을 그리면 다양한 그림 솜씨를 뽐낼거 같고 그런 느낌이다. 이 작가의 이미지도 그러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인내하면서 견디면서 싸웠을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분들의 글은 진정으로 진솔하며 삶의 진실성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삶의 깊이가 있을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분이 바로 오소희였다. 이분의 소설 해나가 있던 자리는 역시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수가 있다. 지은이의 내공이 확실히 있었다. 지은이만의 색깔도 있었다.
삶이란 정말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사실 10대때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줄 알았다. 그래서 심지어 어둠의 자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20대때는 너무나 바쁘고도 힘들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미칠거 같은 지경이었다. 20대때는 10대때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지나보니 삶이 과거가 덜 힘들었다는 것을 그나마 좀 느끼게 되었다. 삶을 살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더 편해지고 더 익숙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고 더 아파지게 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덜 아프다라는것을 보장할수가 없다. 내 생활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살면서 상처받고 치유를 해야 하는때가 너무나도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더욱 많이 하게 되었던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이름은 해나이다. 역시나 제목에서 보았던 단어였다. 해나는 아들을 잃은 비운의 여인이다. 그 아들은 겨우 6살 밖에 안되는 어린 나이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어리고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이나 할까 그러기에 잊을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는거 같다. 그래서 해나는 슬픔과 죄책감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볼까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아들의 말인 행복해야 한다는 말에 목숨을 끊을것을 그만둔다. 그리고는 여행을 떠난다. 그냥 멀리 멀리 목적지를 딱히 고려하지 않고 떠난다. 그렇게 떠난 여행을 통해 상처를 견디고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나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자식도 없지만 자신보다 먼저 떠난 그것도 아주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에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려 해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거 같다. 나또한 그럴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내 마음이 결코 건강한 생각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책이다.
'살아서 벌어지는 일은 다 축복이란다.'
이 책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정말 와닿다 못해 마음속에 새겨질 정도이다. 나는 살아있는데 축복이면서 살아 있음에 그리고 건강함에 행복하고 감사해야 하는데 왜 내가 못한것들 내가 상처 받은 것들 때문에 고통 받고 슬퍼하고 우울해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았다. 주인공 해나의 삶의 무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무게를 비교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해나의 완벽한 상처 치유는 진정으로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조금씩 조금씩 삶의 무게를 견디며 상처를 치유할수 있는 스스로의 의지를 하나 하나씩 가지게 된것이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시도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절대 이룰수가 없지만 스스로 여행을 떠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내지 생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바라보게 되는 책이 바로 '해나가 있던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