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가봤으면 해 - 가끔은 길을 잃어도 좋은, 서울의 여백을 따라 거니는 하루
김보민 지음 / 비아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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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십년가까운 시간을 살았는데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바로 집뒤에 보이는 남산타워는 서울의 한 가운데 있고 서울의 먼동네에서도 보이는 편인데 서울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가본 적이 없단다. 늘 가까이 있어 가봤다고 생각했거나 소중하다는 느낌이 덜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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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서촌 한옥마을은 몇 번 가본적이 있고 부암동이나 홍제동쪽도 많이 가본 편이다.

하지만 원서동이라는 동명은 낯설다. 특히 종로구쪽에는 오래된 지명이 많은데 동네 자체가 크지 않고 경계가 모호해서 익선동, 계동, 운니동의 위치가 선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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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광동에서 태어나 한남동, 이태원동을 돌아다니며 살아서 후암동이나 해방촌등을 익숙한 동네이다.

삼각지에 있는 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이태원 교차로에 서있던 미국인 장군의 동상을 지나 미군부대앞, 국방부건물앞으로 걸어다녔었다. 친구들의 집들이 해방촌이나 후암동인 경우가 많아서 놀러다니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의 많은 곳들이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는데 -지금 한남동의 낡은 집들이 헐리고 재개발중이다-후암동이나 해방촌들은 내가 어려서 보았던 골목이 그대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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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을 주욱 걸어 올라가면 하이얏트 호텔이 나오고 왼편으로 꺾어 걷다보면 남산도서관이 나온다.

초등학교때이던가 '어린이 회관'이 생겼는데 맨 위 둥근부분이 천천히 돌았었고 식물원과 분수가 있던 그 곳으로 소풍을 가서 엄마와 찍은 사진이 있다. 늘 남산은 소풍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갈 곳이 없었나.

이북에서 내려오신 부모님이 자리잡은 보광동 한남동에도 해방촌 만큼이나 피난민들이 많이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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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도 내겐 추억이 많은 곳이다. 성공회 건물 옆 세실극장에서 한 때 연극배우를 꿈꾸며 드나들기도 했고 첫사랑과 추운 겨울길을 걸었던 광화문, 정동길...결국 그 남자는 정동제일교회에서 나보다 훨씬 예쁘고 멋진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었다. 나도 참...그 결혼식을 교회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었다니...앙큼하기도 했다. 잘 살고 있나? 아니 잘 늙어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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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옆길로 해서 수성동 계곡에도 가보고 싶고 집에서 가까운 뚝섬한강공원에도 가고 싶은데 일단 너무 더워 밤에나 나서볼까나.

서울의 골목이나 도성길, 둘레길들을 이렇게 세심하게 알려주니 일단 생수통 챙겨 서울나들이를 나서야 할 것 같다. 조금 시원해지면. 읽는 내내 소개해준 맛집을 검색하느라 책장 넘기기가 자주 중단이 되었다. 

오렌지김밥집에서 김밥좀 챙기고 내려오는 길에는 안주가 맛있다는 맛집에서 막걸리 한 잔 해야지. 이제 무릎이 시원치 않으니 유럽배낭여행은 틀렸고 가까운 서울부터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이 책, 곁에 두고 뚜벅이 여행계획서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저자의 걸음으로 탄생한 이 책이 참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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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여름, 우리는 스위스로 여행을 갔고 -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이 된 두 여행의 기록
메리 셸리.퍼시 비시 셸리 지음, 유혜인 옮김 / 이일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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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210여년 전 쓰여진 글이 현대에 도착하는 일쯤이야 별일도 아니겠지만 왜 이렇게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것일까. 저자가 쓴 풍경이 너무 리얼해서 그 시간속에 들어가있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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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은 기괴한 괴물에 대한 소설로 발간 당시에는 꽤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작가인 메리 셀리는 열 여덟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상상력이 아주 특출했던 소녀였던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풍경이 담긴 에세이가 바로 이 작품이다.

영국은 날씨가 형편없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바다를 건너 프랑스에만 가도 날씨는 달라진다고 한다.

날씨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면 사람들의 성격도 달라지는지 메리가 본 독일, 스위스의 사람들의 성격도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사실 국경이 맞붙어 거리감도 별로 없는 나라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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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여행이 자유롭고 돈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시대이지만 200여년 전 국경을 넘는 여행, 그것도 마차를 타고, 심지어 걷는 여행이라니..이 에세이의 주인공들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길이 좋기를 했을까. 묵었던 숙소들의 상태를 보면 벼룩이 들끓는 농가의 창고만도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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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 이 여정의 주인공들은 남자가 아니다. 편한 복장도 아니었을 것이고 화장실 문제는 어떠했을 것이고 빨래는 어떻게 했을지 왜 난 이런 것들이 궁금한걸까.

지금의 나라도 이런 형편없는 환경의 뚜벅이 여행이라면 선뜻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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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이런 과감한 성격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명작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고 어린 메리를 데리고 여행을 나섰던 선진적 사고를 가진 부모에게도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메리의 행운이었다. 메리가 닿았던 곳을 가본적은 없지만 그녀가 보았던 산이며 숲의 모습은 여전하지 않을까. 메리의 말처럼 자신이 보았던 나무들은 늙었거나 사라졌겠지만 나무의

후손들은 번성해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희생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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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늘 일기를 썼던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탁월한 글솜씨를 지닌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의 풍경이 현재에도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여정이 후일 '프랑켄슈타인'에 담겼다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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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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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가 떠오른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도 뜨거운 햇살사이로 부는 잔바람이 있고 소나기가 내리면서 나무가 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부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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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반 넘어 살고보니 고해의 바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잠시 평화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늘 긴장했고 넘어야 할 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었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같다. 나는 그 존재가 바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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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코옙스키의 삶을 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였다.

가난과 빚에 시달리다 사형수의 처지가 되기도 하고 돈을 갚기 위해 글을 썼던 사람이다.

만약 그가 풍요로운 삶을 살았더라면 그의 명작들은 탄생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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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이나 '노름꾼'같은 소설은 자신을 비추면서 쓴 글이 아닌가 싶다.

고작 사형시작 5분전에서야 사면장을 받고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알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사형장에 선 순간, 아니 사형수가 되는 순간부터 집행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은 지옥과 같았을 것이다. 그 마지막까지 남은 5분이란 시간은 여느 사람의 5분과는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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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호흡했던 공기들, 낮과 밤을 갈랐던 해와 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땅의 냄새까지도 왈칵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런 것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너무 아쉬웠을 것이다.

이후 그의 작품은 이전과는 같을 수 없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살면서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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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게해준 주인공 도스토옙스키의 삶이나 사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알아보고 내 삶에 투영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안목과 선택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트며, 헤르만 헤세같은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는 넘친다.

그럼에도 왜 도스토옙스키였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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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거친 들판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무도 그 꽃의 이름도, 존재도 알 수 없었겠지만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고 가만히 바라만봐줘도 꽃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된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알아봐준 누군가의 눈길이, 마음이 닿아 더 각별해지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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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마워
조상미 지음 / 베어캣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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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적이 있었나요? 많이 아팠던 할머니, 기르던 강아지...

이 그림책속에 등장하는 소년의 할머니도 하늘나라로 떠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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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두워지고 마음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고 가슴 구멍안에서 비가 주룩주룩..

바람이 쌩쌩 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느낌은 아주 오랫동안 남을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사랑하는 두 동생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게 벌써 20여 년이 되어가는데도 마음 속 구멍은 메워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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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장을 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아마 저자는 18년 동안 함께했던 고양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토리'라니...지금 만 9년 저와 함께 하고 있는 강아지의 이름이 바로 토리거든요.

18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다면 아주 장수를 한 셈인데요. 그래도 더 살아주기를 바랬을거에요.

과연 나와 토리가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으려나...그래서 가슴이 쿵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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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가 자신을 찾아준 사람들을 다독이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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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속에 생긴 구멍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쌩쌩 부는데

귀여운 고양이 녀석이 슬며시 부드럽게 아이의 다리를 감싸더니 자꾸 자꾸 고양이들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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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의 구멍은 조금씩 매워지나 봅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겠지만 새 친구들이 구멍을 조금씩 매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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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동화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는 영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슬픈 아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고양이처럼 지금 슬픔으로 가슴이 아픈 사람들에게 고양이들이 찾아와 슬며시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동화는 바로 그런 고양이 같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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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육지환
박영광 지음 / 스토리가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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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는 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어린 소년은 할머니에 의해 키워졌다.

살인자인 아버지 육태진을 잡기 위해 소년은 경찰이 되었다.

아버지도 힘이 장사였다고 하더니 소년 육지환은 씨름선수처럼 힘이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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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일단 몸으로 승부를 보는 성격이었다. 지켜보는 동료들이나 상사들은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았지만 범인이 어린 여자애를 범하고 성매매를 시키거나 어린 딸을 학대하다가 죽이는 부부들을 보면 일단 주먹부터 나간다. 주먹이 법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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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처럼 보이는 타살도 흔하다. 순고한 모정도 범죄에서는 수단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그저 범인만 잡아서 감방에 처 넣는 것으로는 마음이 차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찾는 일이 지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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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막무가내 지환을 지키려는 친구 덕규와 선배 시호가 있다. 범인을 잡겠다고 현관문을 부수고 범인을 폭행해서 징계에 처할 위기에 빠지자 증거를 구해 지환을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환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에 대한 비밀들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들이 숨기고 싶었던 진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지환은 그 진실과 마주한다.

빌런들의 습격으로 덕규도 시호도 지환까지도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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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없앤 경찰간부의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럽다.

하지만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밤잠을 미루고 발로 뛰는 경찰들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이런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현장을 뛰는 형사의 눈으로 쓴 리얼 소설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때론 돈으로, 때론 칼로 덤벼드는 위기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수많은 경찰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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