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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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가 떠오른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도 뜨거운 햇살사이로 부는 잔바람이 있고 소나기가 내리면서 나무가 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부는 순간들이 있다.

인생을 반 넘어 살고보니 고해의 바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잠시 평화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늘 긴장했고 넘어야 할 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었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같다. 나는 그 존재가 바로 책이었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코옙스키의 삶을 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였다.

가난과 빚에 시달리다 사형수의 처지가 되기도 하고 돈을 갚기 위해 글을 썼던 사람이다.

만약 그가 풍요로운 삶을 살았더라면 그의 명작들은 탄생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죄와 벌'이나 '노름꾼'같은 소설은 자신을 비추면서 쓴 글이 아닌가 싶다.

고작 사형시작 5분전에서야 사면장을 받고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알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사형장에 선 순간, 아니 사형수가 되는 순간부터 집행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은 지옥과 같았을 것이다. 그 마지막까지 남은 5분이란 시간은 여느 사람의 5분과는 달랐을 것이다.


무심코 호흡했던 공기들, 낮과 밤을 갈랐던 해와 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땅의 냄새까지도 왈칵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런 것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너무 아쉬웠을 것이다.

이후 그의 작품은 이전과는 같을 수 없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살면서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이 책을 쓰게해준 주인공 도스토옙스키의 삶이나 사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알아보고 내 삶에 투영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안목과 선택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트며, 헤르만 헤세같은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는 넘친다.

그럼에도 왜 도스토옙스키였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거친 들판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무도 그 꽃의 이름도, 존재도 알 수 없었겠지만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고 가만히 바라만봐줘도 꽃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된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알아봐준 누군가의 눈길이, 마음이 닿아 더 각별해지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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