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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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달콤쌈싸름한 연애담은 언제 읽어도 참 좋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에 내 마음도 설레고 말았다.
워싱턴의 고급레스토랑에서 인정받았던 요리사였던 케이시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버지니아의 서머힐에 자리를 잡는다. 의사인 엄마에게 단지 정자만 제공했던 아빠가
사는 곳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실 케이시의 아빠는 젊은 시절 여러곳을 방황하다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 사이 궁핍한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정자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빠의 고향 서머힐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오빠와 자매들이 여럿 있게 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우려먹기만 했던 레스토랑 사장이나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다소 정체가
선명하지 않는 노년의 키트라는 남자의 집에 둥지를 튼 케이시는 그 오두막이 너무 좋았다.
어느 날 새벽 알몸의 남자가 자신의 오두막 베란다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케이시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케이시를 보고
방충망까지 뜯어놓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가. 분명 꿈은 아니었다.
서머힐 마을에서는 기부금 모금을 위해 연극 '오만과 편견'을 공연하기로 하고
키트의 진두지휘아래 오디션을 열기도 되었던 날 아침에 그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대저택에 딸린 게스트하우스였던 케이시의 오두막에서 전라의 목욕장면을 연출한
남자는 대스타인 배우 테이트였었다. 그의 친구이자 역시 대스타인 잭과 함께
대저택에 묵게된 테이트와의 첫만남은 운명적이었지만 서로에게 좋지 않은 선입견만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케이시는 프로 요리사였기에 오디션을 위한 요리를 준비했고 서머힐 주민들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의도치 않게 엘리자베스역을 맡게 된다.
키트와 친척으로 알려진 테이트가 사실 그 저택의 주인이었다는 것과 엘리자베스의
상대역인 다아시를 맡게되었을 알게된다.
잭은 케이시와 유전자를 공유한 자매 지젤과 사랑에 빠지고 테이트와 케이시역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사랑을 키우지만 테이트의 여동생 니나의 전남편 데블린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는다.

호감형의 미남인 데블린은 오로지 니나를 이용하기 위해 결혼을 했었고 지금도
테이트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니나와 딸인 에이미곁에 얼쩡거리며
돈을 뜯어낼 궁리만 하는 인간이다. 데블린은 케이시를 좋아하는 척 하면서
거짓말로 테이트와 케이시 사이를 이간질한다.
데블린의 말만 믿고 마음이 돌아선 케이시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게 되고
테이트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케이시의 냉대때문에 역시 고통스러워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된 니나의 도움으로 진실을 알게된 케이시가 다시 테이트와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제목 '파이와 공작새'는 테이트와 케이시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불씨이기도 하다.
오디션을 위해 만들어놓은 파이를 몰래 먹은 테이트때문에 속이 상했던 케이시는
자신의 침실을 침입하여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공작새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다. 
사람들은 참 사소한 오해로 많은 것을 놓치곤 한다.
카리스마 가득한 키트와 우아한 올리비에의 과거가 밝혀지고 데블린이 납치한
어린 소녀 로리와의 관계도 밝혀지면서 이제 마지막 연극무대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자신을 대스타라는 선망의 눈길이 아닌 그저 한 남자로 바라봐주길 바랬던 외로운
남자 테이트가 발랄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케이시와 오해를 풀어가며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테이트의 엄마와 케이시의 아빠가 어린시절 보물을 숨겨놓았던 우물 집에서의
정사신은 내 마음마저 설레게 한다. 이런 사랑을 해본적이 있던가.
달콤한 사랑이야기지만 사소한 오해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그리고 때를
놓치면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를 여러 커플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려 피날레를 장식했던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달콤하지만 쌈싸름한 연극 한편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악마같았던 데블린이 무대위에서 제대로 심판을 받는
장면이었다. 역시 자유분망한 요즘 시대에도 '권성징악'이나 '해피엔딩'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마음 설레면서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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