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바쁜 시대를 살아가다보니 별별 대행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묘를 대신해주거나 하객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더니 이제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도 등장했다.
한 때 잘나가지도 못했던 아이돌 출신 오카에리는 서른 셋이 되도록 인기와는
상관이 없는 아주 한가한 연예인이다. 겨우 일본의 곳곳을 탐험하는 '토막여행'의
진행자로 연명하고 있다.
일본 최북단의 작은 섬 레분 출신인 오카에리는 고교시절 도쿄로 수학여행을 왔다가
대머리 기획사 사장인 텟베키의 눈에 띄여 연예계로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전직 복서로 한때는 잘 나가는 기획사였던 요로즈야 엔터테이먼트사의
사장이었던 텟베키는 더 커다란 회사에 밀려 이제 겨우 퇴물취급이 된 오카에리만이
남은 초라한 기획사가 되었다.

      


사장 텟베키와 전직 아이돌 출신의 사무장 논노는 이제 겨우 오카에리가 진행하는
'토막여행'에서 벌어들이는 쥐꼬리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오카에리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광고주마저 떨어져 나가고 '토막여행'은 그야말로 토막이 나고 만다.
금의환양해서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오카에리는 이꼴로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고
살길이 막막해진 기획사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행해온 '토막여행'의 팬들이 의외로 많았던지 기구한 사연을 가진
여인의 등장으로 새로운 '여행대행사'를 시작하게 된다.

      


'여행대행사'라닌 전세계에서 이런 회사는 없을 것이다. 여행이란 직접가야 제맛인데
누군가 대신해준다고 하면 정말 손님이 있기는 할 것일까.
특이질환을 앓아 몸을 가눌 수 없는 딸을 가진 우노씨는 딸을 대신해 벚꽃이 활짝 핀
곳으로 여행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결국 이 일을 계기로 오카에리는 여행나그네가 된다.
첫번째 여행에서 죽어가는 딸을 모른척 했던 아버지가 사실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게되고 고통없이 죽음만 기다리던 딸은 다시 희망을 얻어 수술을 결정한다.
첫 여행을 계기로 오카에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부심을 느낀다.

      


어떤 여행이든 의미없는 여행이란 없다. 설사 엉망진창이었던 여정이라 하더라고 분명
얻는게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토막여행'의 부활이 걸린 여행제안이 오면서 오카에리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오래전 이혼한 텟베키사장의 비밀을 안고서.
전통종이를 만드는 과정처럼 인생도 두드려지고 두드려져야만 강하고 아름다워진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불에 달구어진 쇠를 두드려 멋진 칼날이 되듯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딸의 죽음으로 남편과 이혼하고 멀리 떠난 여인이 전통 종이를 만들면서 아픔을 이겨내고
어느 날 여행나그네 오카에리의 등장으로 23년 동안 열지 못했던 마음을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이 참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저 풍경이나 보러다니는 여행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여정이 참 감동스러운
소설이다. 이런 여행이라면 오카에리와 꼭 함께 떠나보고 싶어진다.
어디든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카에리처럼 이렇게 인사하고 싶어진다.
'다녀왔습니다'
어디에 닿든 마치 타향에서 돌아온 탕아처럼 기다려주는 고향이 되는 그런 여행말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봄같은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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