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이야기 더봄 중국문학 전집 1
쑤퉁 지음, 양성희 옮김 / 더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깃줄에 부부참새가 앉아 있었다. 포수가 총을 겨누는데 아내 참새가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재혼하지 말고 술도 줄이고 일찍 일찍 들어오고....'
그러자 포수에게 남편 참새가 외친다.
"아저씨 얼른 쏴 주세요"
참새 이야기라고 하면 우리는 이런 유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 제목에
등장하는 참새는 소설의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조연도 못되는 참새를 굳이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나
참새가 뒤에 있음을 모른다'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지만 정작 그 뒤에 참새가 숨어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이 고사성어를 책을 덮은 다음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 바오룬, 류성, 선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무대는 1980년대 개혁개방 격변의 시대로 아직은 문화혁명의 주역이었던 세대가
살아있고 공산주의의 억압에 찌들었던 세대이후 자유를 갈망하는 세대가 공존하는 시간이다.
열 여덟살인 바오룬의 가정이 바로 딱 이 시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일흔을 넘긴 할아버지와 중년의 부모님과 함께 사는 바오룬은 여드름 투성이의 인물은 별
반반하지 않았고 공부도 못하는 소년인데 천성은 착해서 정신병원으로 쫓겨난 할아버니를
간병하게 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바오룬은 발작을 일으키고 병원을 헤집어
놓는 할아버지를 묶다가 매듭을 기가 막히게 묶는 재주를 터득하게 된다.
후에 이 매듭을 묶는 재주가 저주로 되돌아오게 되리라는 걸 모르고 말이다.

      

바오룬과 동갑인 류성은 마을에서는 그나마 유지집안으로 정육점을 하는 부모덕에
가난을 모르고 자란 철부지 소년이다. 겉멋이 들어 허세도 심하지만 소심한 구석이 있다.
대략 그 나이대의 소년들이 그러듯 이 소년들에게도 첫사랑 비슷한 감정들이 스며드는데
하필이면 그 대상이 바로 선녀라는 열 다섯 소녀이다.
고아인 선녀는 정신병원의 정원사인 할아버지 부부에게 입양되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가난하게 큰다. 성질도 어찌나 드센지 다소곳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얼굴과 몸매가 좀 남다르게 좋은 편이라 두 소년의 눈길을 끌어 삼각관계가 되고 만다.
하지만 바오룬은 자신의 감정이 뭔지 잘 모른다. 류성 역시 바오룬과 선녀를 연결해주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은근 자신이 선녀를 좋아한다는걸 미처 깨닫지 못한다.

      


세 사람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처럼 다소곳하고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이 아닌 다소 과격하고
시끄러운 사랑놀음에 휩싸이는데 결국 류성의 꼬임을 받은 바오룬은 선녀를 매듭으로 묶어놓고
도망가고 류성은 선녀를 강간하고 만다.
이렇게 세 사람은 불운한 운명에 휩싸이고 바오룬은 류성의 죄를 뒤집어쓰고 강간범으로
감옥게 갇히고 류성은 부모의 거간비로 죄를 모면하고 석방되지만 철저한 악인은 되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10년 후 다시 만난 세 사람은 과거의 일로 다시 얽히게 되고 끔찍한 결말로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은 줄거리 그 자체는 크게 세련되거나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시기의 중국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산주의체재가 흔들리고 자본주의가 유입되는 시기의 중국은 '돈'이 최고라는 의식이
팽배하기 시작하고 공평하게 살아가던 인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악귀처럼 싸우게 된다.
그 와중에 온갖 범죄와 악이 싹트는 모습들이 드러난다.
졸부들을 상대로 웃음을 팔고 스폰서를 찾는 여자들, 과거 내노라했던 대장이었지만 지금은
졸부의 위협과 싸워야 하는 과거의 사람들, 그러면서도 효가 중요시되던 예전 관습이 겹치면서
혼란에 빠진 신세대들의 모습들이 우리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와는 다른 풍습들도 눈에 띈다. 혼이 빠져나갔다고 절망하면서 조상들의 유골을 찾아 헤매는
바오룬의 할아버지가 과거를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잘 모르면서도 자꾸 선녀에게 끌리는 바오룬이 비극으로 치닫는 계기가
아주 사소한 선녀의 말 한마디였다는 것에서 아직은 순박한 정서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세 주인공이 등장하는 80년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여서 더 리얼한 작품이 탄생
된 것 같다. 우리와는 다른 정서로 인해 몰입이 쉽지 않지만 중국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