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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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가 작품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분명 서양인이면서도 우리 동양인들에게만 있다는 정(情)의 정서가 녹아있기 때문이고
단순히 달콤한 스토리로만 독자들을 현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야 할 이유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신작 '파리의 아파트'는 첫장면의 비오는 우중충한 파리처럼 우울하게 시작한다.
술만이 유일한 위안인 유명 작가 가스파르와 열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여형사 매들린,
그리고 천재화가이지만 불행한 삶을 살았던 숀 로렌츠, 그리고 우울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그의 친구들과 아름답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아내 페넬로페등, 등장인물조차 대체로 우울하다.

      


유명 작가인 가스파르는 일년에 한달은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해야만한다. 은둔작가로 이름이 날만큼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가스파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여정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싶었던 매들린은 전 남친이 낳은 아이를 우연히 보게 되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빠져 자살을 기도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파리로 향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파리에 같은 날 도착했고 한달 여 묵을 숙소안에서 마주친다.
이중 예약으로 한 집을 공유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환멸을 느끼고 서로 나가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며칠간 한 공간을 공유하게 되고 원래 집주인이었던 숀 로펜츠의 영혼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기이한 작가였던 숀 로렌츠는 아내인 페넬로페를 만나 무명화가에서 유명화가로 거듭날 만큼
아내를 사랑했다. 어렵게 낳은 아들 줄리안이 납치된 후 죽음에 이르자 폐인이 되고 만다.
그 뒤 전혀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행인인 화상 베르나르는 3점의 작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매들린에게 작품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베르나르는 숀에 대해 많은 정보를 건넨다.
마흔의 나이를 눈앞에 둔 매들린은 난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운명처럼 숀의 시간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가스파르역시 어린시절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가졌고 결국 그런 이유로 사람들을 적대시 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숀의 집에 묵게 되면서 그의 작품을 보게되고 역시 운명처럼 숀의 시간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숀의 시간을 추적하면서 두 사람은 숀의 마지막 메세지를 발견하는데...


'줄이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암호처럼 남겨진 그의 작품에 새겨진 이 메세지는 사실일까. 너무나 깊은 슬픔에 영혼마저 침식당해 미쳤던 것은 아닐까. 혼란에 빠진 두 사람처럼 나 역시 의문에 휩싸였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이 의문을 풀기위해 함께 여정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연쇄살인에 얽힌 범인이 등장하고 과연 이 연쇄살인과 줄리안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미스터리한 실종과 살인을 따라 정신없이 몰입하다보면  '사랑'이란 종착점에 도달하게 된다.

상처없는 영혼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 상처를 교묘하게 위장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투영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선자라고 믿었던 남자의 악행과 절망의 끝에서 만난 두 사람이 찾아낸 진실을 알게되면 독자들은
인간의 본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려진 상처를 어떻게 봉합하고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마지막 선택으로 나는 이 책을 얼마나 잘 선택했는지 안도하게 된다.
번역자의 말처럼 기욤 뮈소가 아들을 얻고 난 후 부쩍 부성애에 관한 메세지가 많이 등장함을 발견했다.
이처럼 인간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사랑이 삶에 얼마나 큰 위안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아름답고 감동적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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