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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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여전히 일하는 여자가 불편한 사회이다.
남자들에 비해 일자리도 적고 같은 일을 해도 월급도 적다. 승진도 차별받아야 하고 더구나
결혼을 하면 직장내 입지도 위축된다. 더구나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드러난 성추행이나
성폭행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달나라를 넘어 더 먼 별에도 우주선이 오가는 시절임에도 말이다.
하긴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먼저 정착된 선진국에도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시간이 길지 않다.
여성대통령이나 수상이 나오면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니 아직 여성의 인권을 결코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
거의 40여 년전 여자가 일을 가지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고작 남자들의 보조역할이나 비서,
마침 한국이 산업화에 접어드는 시기여서 공단에 여직공이라는 일자리를 차지하는 정도였다.
공무원이나 교사, 전문직을 가진 여성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사기업이나 금융권에서는 결혼후
퇴직을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교육열 높은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여 제 몫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래전에는 자기 색깔이 없는 그저 그런 일을 할 수 없이 해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그런 일자리도 많지 않은 시절이니 어느 것이 더 문제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자기색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11명의 여자들 이야기는 전투신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일단 표지부터가 눈물겹다. 흔히 먼길을 나서기 위해 신발끈을 다져 묶는 장명이 등장하는데
여자들은 브래지어 끈부터 질끈 매고 본다. 저 브래지어는 몸의 자유를 구속하는 억압처럼
느껴지지만 덜렁덜렁 맨 가슴으로 일터로 나서지 못하는 여성들의 신발끈처럼 비장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많은 여자들이 집안에서는 노브라로 자유를 만끽한다. 나부터 말이다.
건강상으로 좋지 않다고 하기도 하고 얼마전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불편한 브래지어때문에 노브라를 선호하는 여성이 남성동료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아니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면 일에 지장을 주나? 하긴 응큼한 남자들이라면 흘끔거리느라 그러기도 하겠다.

 

 

 브래지어의 자유와 더불어 생리대의 자유를 외치는 이지혜의 목소리도 귀 기울였으면 한다.
너무 오랫동안 한 달에 일주일 이상 호르몬의 채찍에 시달렸던 여성이라면 그녀의 전도에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문학계의 거장인 여성작가는 자신의 첫걸음이 눈밭에 찍힌 발걸음처럼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누군가 자신의 발자욱을 따라 올 것이므로 발을 떼어 놓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은하 기자의 고백은 울림처럼 다가온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독고다이로 가야했던 시간들. 영화기자라는 여자로서는 많지 않은 직업을
선택한 순간 그녀의 고독한 발자국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영화잡지사 기자를 거쳐 그녀의 말처럼 '내 밭은 내가 간다'는 심정으로 잡지사를
만들었고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MC를 거쳐 런던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녀의 모든 발걸음이 뒤를 쫒는 여자들의 표식이 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길을 따라 기자로 작가로 들어선 최지은이 있는 것을 보면 첫발의 의미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잡지사에 여자가 많은 이유가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들이어서가 아니라 임금 문제라는 것을
알게되면 절로 분노가 끓어오른다.

      


더구나 최근 성폭력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녀들이 느꼈던 경험담은 가슴이 쓰리다 못해 아리다.
밤을 세워 일을 하고 가고 싶지 않은 회식자리에 나서서 먹고 싶지 않은 술을 마셔야 하는
문화를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하는걸까.
최근 불거진 여가수의 성추행사건에서도 '니가 문제를 일으키면 뭐가 좋은데'하는 선배 여가수의
충고아닌 충고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의사나 여약사를 더 신뢰하지 못하더라는 고백도 있고 인기있는 여자들은 디스하는 것은 오히려 많은 여자들인 것을 보면 단순히 남성우월주의에 피해자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머리도 좋다.
적응력도 뛰어나고 인내심도 강하다. 섬세한 감각과 집중력은 또 어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여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억지로 주면서
싸게 부려먹으려고 한다.  여전히 인권후진국인 이 사회에서 살아남아 이 책속에 주인공이 된
여자들은 대단하다. 어여쁘다. '나는 이 길을 모르고 걸었지만 너희는 오더라도 알고와라'.
아름다운 여자도 좋지만 쎈 언니들이 더 좋다.
제 몫 이상 해내면서 오기가 있는 쎈 언니가 더 좋다.
책에서 오기가 뚝뚝 떨어져서 더 좋다.
지금, 당신들의 그 길을 지켜보면서 뒤를 쫒는 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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