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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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곁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나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얼만큼 알아야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일흔을 눈앞에 둔 아서 페퍼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시간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그 때에 멈춰있고 죽은 사람처럼 살아오던 그에게 이웃의
버나뎃만이 그를 방문할 뿐이다. 그녀 역시 얼마전 남편 칼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외동아들 네이단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이웃에게 간단한 음식을 해다주는 등 따뜻한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아서는 그녀의 방문이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렇게 죽은사람처럼 지내던 아서는 아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옷장을 정리하던 중 낯선 팔찌를
발견하게 된다.

      



두툼한 황금에 여러개의 참으로 이루어진 팔찌가 아내 미리엄의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아서는 초록색 보석이 박힌 코끼리 참에 새겨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게 된다.
인도의 고야에 사는 메라라는 남자가 전화를 받아서 미리엄이 과거 자신을 돌보던 보모였다고
말한다. 아서는 미리엄이 한번도 영국을 떠난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도에 고야라니..팔찌에는 호랑이 참도 있었다. 이제 아서는 그 호랑이에 얽힌 미리엄의
이야기를 추적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서의 여행에서 미리엄의 시간들과 만나게 된다.

      


호랑이를 정원에서 키운다는 그레이스톡 영지에 다다른 아서는 미리엄이 한 때 이 영지에 유명한
소설가와 함께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어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와 친구였다는 것도 알게된다.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미리엄의 과거에 도발적이고
당찬 시간들이 숨어있었다니...아서는 자신이 알던 미리엄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미리엄은 아서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나온 시간들을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서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는 때로 같이 사는 사람의 지나온 시간까지도 모두 공유하고 싶어한다.
알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면 아서처럼 깊은 배신감을 느낄만큼. 그렇게 아내의 과거를 쫓으면서
아서는 미리엄의 조신한 모습이 아닌 뜻밖에 낯선 모습들과 조우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신이 죽음처럼 살았던 시간속에서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서는 아내의 시간을 걸으면서 서서히 깨어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화목했던 가족들은 이제 뿔뿔이 흩어졌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아서는 어둠의 동굴에 갇혔었다. 어쩌면 미리엄은 황금팔찌를 숨기면서 아서가 발견해주기를
바랬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아서를 떠나고 나면 절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될 남편에게
한가닥 빛을 선사하기 위해서.


미리엄은 아서가 다시 세상의 빛과 마주하길 바랬을 것이다.  정말 아서는 아내의 과거를 더듬으면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걸어잠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된다.
미처 쳐다보지 못했던 딸 루시의 아픔도 마주하게 되고 영국을 떠나 호주에 가정을 꾸민 아들 댄의 무심함도 견딜 수 있게된다. 그리고 오지랖이 넒은 여자라고 치부했던 버나넷의 관심까지 감사하게 된다.
아서가 황금팔찌에 걸린 참에 얽힌 이야기를 쫒는내내 나 역시 미리엄의 시간들이 너무 궁금했었다.
그 팔찌가 없었다면 미리엄의 시간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열망을 간직했었는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우정을 나누었는지 아서는 아내의 낯선 시간들과 만나면서 비로서 그녀에 삶에 무심했음을 깨닫는다.
그녀를 따라 가고 싶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녀를 다 알지는 못했다는 자책에 빠지면서 질투심에 빠지기도 한다. 미리엄이 누군가를 죽였다니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결국 아서는 질투와 배신의 감정에서 헤어나와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사랑만이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게 된다. 과연 나는 저 사람을 얼만큼 아는 것일까.
그리고 지나온 모든 시간의 추억까지 다 사랑할 수 있을까....하고.
그렇게 다시 활기찬 삶을 살게된 아서가 향한 여행지가 다소 의외이긴 했다. 하지만 마침내 돌고돌아 그곳에 방점을 찍어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미스터리 소설처럼 팔찌에 걸린 참을 쫒는 여행이 약간의 흥분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한 인간의 삶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을 느끼게 된다. 때로 우리는 드러나기 보다는 묻히는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참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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