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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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주인은 과연 인간일까?
지구의 시간이 시작된 이래 인류가 나타나기 전까지 지구의 주인은 끊임없이 바뀌었을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잠시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가 소멸된 종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후발종인 인류가 지구를 장악한 것은 고등한 지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재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지구를 장악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인간의 것일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그만 풀꽃하나, 개미 한마리의 존재도
인간에게는 모두 소중한 의미가 있고 그런 점에서 인간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공존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공존해야 할 자리마저 내주지 않은 채 갑질을 계속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래전 고양이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안착했고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멸시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이 길냥이라니 서글픈 현실이다.
나 역시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길냥이를 보면 왜 저런 동물을 없애기 않고 방치하는지
화가 나곤 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놀라기도 하고 뜯겨진 쓰레기 봉투가 볼썽 사나웠다.
몇 년전 정착한 섬에서도 고양이 문제는 심각하다.
10여년 전 시청에서 들어와 한번 TNR(중성화수술)을 해서 잠시 길냥이 개체가 줄어들긴 했다는데 지금은 길가에 넘치는 것이 냥이들이다. 여기저기 널어놓은 생선을 몰래 훔쳐가는 일이 다반사고 발정기가 되면 특이한 울음소리에 진저리가 날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먼 섬까지 들어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은 아무도 없다. 그냥 방치상태이다보니 가끔
로드킬 당한 사체가 보이기도 하고 생선을 말려 파는 가게에서는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사진에서 보이는 고양이의 종류가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새끼의 모습으로 다니는 것 같았던 고양이가 배가 불룩해진 것을 보고 고양이가 이렇게 빨리 새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불과 6개월여가 되면 임신이 가능하고 임신기간이 짧아 1년에 2~3번 임신이 가능하다니 폭발적인 개체수의 증가가 놀랄일도 아니었다.  길냥이의 개체를 줄이고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성화수술이 최선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고양이의 꼬리언어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냥이를 유심히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이르는 계단에 오르는 길목에서 수없이 만나는 냥이들은 그동안 내게 많은 말을 건넸을텐데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여겨 들어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뒷걸음질 치는 녀석들에게 '고만 좀 울어라'고 야단만 쳤던 것 같다.
얼마 전에도 텃밭을 파헤쳐 놓아서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개를 키우는 집이라 여간해서는 울안에
들어오지 않는데 어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냥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기저기 배설물을 싸놓거나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거나 밤새 울어대는 소리때문이다. 물론 귀하게 널어놓은 생선이 반토막 나거나 없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적당한 곳에 사료와 물을 주고 돌봤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다.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당연시하다보니 냥이는 그저 귀찮은 이방인이고 더러운 노숙자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엾다는 이유로 집안에 들이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하니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길냥이로 살았던 냥이들은 집고양이가 되기에 어려움도 많은데다 일시적인 동정으로
집안에 들였다가 다시 유기되는 경우도 허다해서 입양전 정말 숙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고양이는 15년정도를 사는데 길냥이의 수명은 고작 3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길에서의 삶은 고단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냥이를 돌보는 캣맘, 혹은 캣대디를 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공존하는 삶을 위해 자신의 시간이나 돈, 정성을 다하는 그들이 있어 그나마 인간의 부끄러운 실상이 조금쯤은 희석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음을 유기견을 키우는 나로서는 백번 공감하게 된다.
옛날처럼 사람이 먹고 남은 밥으로 흔히 키우던 시절도 아니고 사료며 예방주사에 놀잇감까지
돌보는데 드는 정성과 재정은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길가에서 죽어가는 냥이들을 모른 척 하는 것은 고사하고 쥐약을 놓거나 심지어 총까지
쏘는 사람들이 있다니 경악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이렇게 멸시당하는 냥이들을 도와주는 단체도 있고 캣맘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무심히 스쳐갔던 냥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같이 좀 살자고 애틋하게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제발 돌을 던지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아랫집 텃밭과 돌담을 바라보게 된다.
유독 동물을 좋아하는 아랫집 주인들이 가끔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때문인지 아랫집은 길냥이들의 무료급식소가 되어 언제나 몇 마리씩 어슬렁 거리곤 하는데 추워서인지 오늘은 조용하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공존의 길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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