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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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이름때문에 꽤나 마음앓이를 했단다.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사람 혹은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지닌 이름이니 놀림을 얼마나 당했을까.
더구나 얼굴마저도 서민스러워서 평생 핸디캡이었단다.
하긴 가끔 TV에서 만나는 그의 얼굴은 참으로 '서민'스럽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기생충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결코 서민스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그 좋다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서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기생충학을 선택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이런 학자가 있어야 미래가 있겠구나 싶어 그를 기생충학으로 이끈 스승이 존경스럽다.

      


사실 '기생충'이란 말만 들어도 뭔가 몸이 근질거리고 어디선가 화장실 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것만 같아 기분이 별로이긴 하다. 기생충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니 이런 냄새쯤은 기본이겠구나 싶은 선입견도 있다. 하지만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기생충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과거 인분을 비료로 쓰던 시절에 자란 나로서는 때마다 대변검사를 하기 위해 채변을 했던 귀찮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검사를 통해 기생충이 발견되면 알약을 꽤 많이 먹게되는 그런 기억들.
난 다행스럽게 그 알약을 거의 먹은 것 같지 않다. 후에 편리한 기생충약이 나오면서 해마다 가족들과 먹고 있긴하다. 회를 좋아하다보니 이렇게라도 챙길 수밖에 없다.
소간을 즐기거나 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충제를 복용해야만 한단다.
구충은 해야하지만 사실 기생충이 우리몸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숙주인 사람에게 들키면 바로 죽음에 이를 수 있으니 알아서 몸조심을 해야하는 기생충 입장에서 보면 그저 조금 영양분을 함께 공유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영양과잉시대이다보니 조금 나누어준들 무슨 대수랴 싶긴하다. 혹시 비만이 치료 될런지도.

      


그래도 일단 기생충의 모습은 별로 예쁘게 다가오지 않는다. 구충제의 보급으로 기생충이 많이 사라진 요즘에는 기생충 발견이 기쁘기만 한 저자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몸안에 징그러운 기생충이 공생한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몸길이가 5m에 달한다는 광절열두조충이라니....그 긴것이 어찌 좁은 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기생충의 생명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인간과는 달리 주협흡충은 나름 자기 짝에만 열중하는 예의가 있고 필요이상 먹이를 탐하지 않는 절조가 있단다.
오히려 남을 해치는 인간충에 비해 훨씬 선하다는 주장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기생충 이름이 조금 어렵긴하다. 발견한 사람이나 장소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는데 저자가 기생충을 발견하고 장소를 붙였다는데 언젠가 '서민흡혈충'같은 이름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므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돈을 위해 가야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 자신이 걷는 길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선택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기도 없고 고독한 길이지만 그의 선택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앞으로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기생충박사이다보니 기생충 이야기만 실려있다고 오해하지 말자.
젊은 시절 소설까지 냈다는 그의 글솜씨는 이렇게 책으로 나올만큼 매끈하다.
그가 글쓰기에 대해 조언하는 장면은 기생충박사가 아니고 작가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요모조모 예시글을 들어가면서 그가 전하는 '글 잘쓰는 법'에는 쓰기 전에 많이 읽으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어온다.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읽어라.

기생충과 인생을 교차하면서 풀어놓은 사는 이야기가 참 감칠나고 책의 말미에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참 진솔하게 다가온다. 한 번의 실패가 있었던 것도 몰랐고 지금의 아내와 만난 사연도 너무 행복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그런 실패쯤은 있기 마련이고 늦게라도 다시만난 인연이 남은 생의 행복한 동반자가 되리라.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나는 기생충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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