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전 순례코스가 전세계인들의 트렌드가 된 적이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의 걷기코스가 되어 가보지 못한 사람도
산티아고를 걷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순례길로 향하는 것일까.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순교자들의 삶은 교훈이고 따라가고 싶은 모델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영국의 캔터베리 성당으로 향하는 순례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1300년대 중반에 발행되었지만 현대에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당시의 사회성을 제대로 담아놓았다는 것이다.

      


저자인 제프리 초서는 근대 영문학의 창시자로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이런 명성을 얻을 정도로 문장에 능했다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알게 되었다.
캔터베리로 향하는 인물들의 묘사도 생생하고 그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성이나 역사, 설화를 망라하고 있다.
순례자들이 묵는 여관의 주인은 이 책에 등장하는 기사, 방앗간주인, 장원청지기, 요리사, 변호사, 탁발수사, 소환리, 옥스퍼드서생, 상인, 수습기사, 소지주, 의사, 면죄사, 선장, 수녀원장, 식료품조달원등이 등장한다. 당시 영국의 다양한 직업군들이 거의 다 등장한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소환장을 전달하는 소환리나 죄를 면해주는 면죄사들이 있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

      

특히 더 흥미로운 것은 등장인물의 삽화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계급에 따른 옷차림이나
장식들은 직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있고 인물들의 성격 또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중세 영국의 순례자들은 4월이면 '그들이 병들어 고생할 때 도와준 복되며 성스러운 순교자'인
캔터베리 성인 토마스 대주교를 찾아가곤 했다.
중세에 종교는 당시 사람들의 주된 생활철학이며 삶 그자체였기에 고된 순례길을 마다하지 않고
캔터베리로 향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여관의 주인은 순례길이 짧게 느껴지도록 각자
두 개씩의 이야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모두가 돈을
내서 큰 축제를 벌여주자고 한다. 자신도 이 순례길에 안내자가 되어 공정한 심판을 하겠노라고
자청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순례길의 이야기는 마치 천일야화의 이야기처럼 너무도 흥미진진해서 두툼한
두께조차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당시에는 현대와는 다르게 도덕성이 다소 문란했던 것 같다.
남자들은 너나없이 아내가 정절을 유지하는지 감시하느라 바빴고 심지어 신부라는 사람도
연인을 두어 사생아를 낳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장원청지기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이런 사생아였는데 신부는 심술궂은 방앗간주인에게 지참금까지 두둑하게 주어서 시집을
보낸다. 사기근성이 있던 방앗간주인은 곡식을 몰래 빼돌리는 일이 허다했고 이런 사실을 아는
학생 두 명이 곡식을 지키기 위해 방앗간을 찾으면서 한 편의 코미디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 학생들의 의도를 눈치 챈 방앗간 주인은 학생들이 타고 온 말의 고삐를 풀어 달아나게 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허둥지둥 말의 뒤를 쫒느라 곡식을 지키지 못한다.
방앗간 주인에게 당한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항복을 하고 하룻밤 묵기를 청했고 욕심많은
방앗간 주인은 큰돈을 받고 그들을 하룻밤 묵게한다.
맥주를 실컷먹은 방앗간주인과 아내는 정신없이 잠에 빠지고 학생들은 아내와 딸을 덮치고 만다.
학생들은 방앗간주인이 빼앗은 곡식까지 챙겨 도망가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방앗간 주인과
아내는 '행한대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우습게 되고 만 것이다.
침대를 바꿔 아내와 딸을 농락하는 장면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뒤늦게 몽둥이를 들고 허둥대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하다.
이렇게 위트있는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한 편 한 편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실 초서의 이야기가 아닌가.
초서가 이 책을 쓴 것은 성서의 경건한 교훈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세익스피어는 제프리 초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인간사회의 축소판을 제대로 보여준 '캔터메리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