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과거 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고압적이던 종교계에서 자신들의
부정을 전가시키고 무지한 백성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는 설도 있고
부정하다고 여겼던 여자들을 그런 죄목으로 처단하려고 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유럽에서 저질러진 마녀사냥이 현대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면?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마을,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고 그 강에서 두 여자가 차례로
사체로 발견된다. 이제 겨우 열 여섯살의 소녀 케이티와 중년의 여인 넬은 오래전 마녀를 익사시키던
'드라우닝 풀'같은 강속으로 스며들었다.
케이티의 옷 주머니와 가방에는 돌이 가득 들어있었다. 자살이라고 판명이 났지만 케이트의 엄마
루이즈는 넬이 케이트를 죽였다고 믿고 있다.  케이트를 직접 물에 밀어 넣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케이티가 물에 스스로 들어가도록 부추겼다고 생각했다.

      

넬은 그 마을에 전해지는 의문의 역사들을 파헤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강에서 발견된 여자들과 마녀라고 처형된 여자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출간할 계획이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를 딸을 키우면서 유부남들과 놀아난다고 소문이 난 넬은 이러저러
동네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그 강에서 사체로 발견 된 것이다.  넬의 동생 줄스는
절대 넬이 스스로 그 강에 몸을 던질리가 없다고 믿는다.
넬은 얼음을 깨고라도 강에 뛰어들만큼 강을 사랑했고 땅에서 보다 강에서 더 유연했던
언니가 절대 익사할리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넬은 누가 죽였을까. 그리고 그토록 아끼던 엄마의 유품인 팔찌의 행방은?

      

넬의 딸이며 케이티의 절친이었던 리나는 케이티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왜 강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하지만 절대 입밖으로 그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것만으로 이미 고통스러운데 엄마마저 죽어버리다니. 정말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케이티의 엄마 루이즈는 케이트의 죽음을 엄마때문이라고 믿지만 리나는 안다. 죽음의 이유를.

      

이 사건의 이미 30년 전 강에서 발견된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찰인 남편을 속이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여인. 강에서 발견된 그 여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아들 션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순간의 비밀을 알게된 동료경찰
지니는 어느 날 사라졌고 비밀은 풀리지 않은 채 30년 후 두 여인의 죽음으로 연결된다.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비밀에 얽혀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작가의
이끌림에 끌려가기 어려운 소설이다.  한 소녀의 죽음에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한
숙제가 남겨졌고 자유스러운 삶을 살았던 여인의 죽음에는 집요한 추적과 방만한 삶에
대한 댓가가 숨겨져있다.  넬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말하지 못하는 딸을 키우면서 왜 그토록
강에서 숨져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추적해야만 했을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마치 강에서 죽어간 여인들의 영혼이 씌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염원이 결국은 넬을 다시 강으로 끌고가버렸다.

늘 그렇듯 이 소설의 비밀을 마지막 몇 장에 담겨있다.
다소 지치고 이제는 그만 놓아버리고 싶다고 할 즈음 작가는 비밀의 열쇠를 슬며시 쥐어준다.
오랜시간 언니와 반목하고 살았던 줄스가 언니와 진정한 대화를 나눴더라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텐데 너무 편협한 시각에 갇혀 스스로를 묶어놓은 것은 많이 아팠다.
혹시 우리도 그런 순간들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전작 '걸 온더 트레인'의 명성에 걸맞는 신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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