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하게 산다 - 몸과 마음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상의 습관
오키 사치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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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 하다'라고 故박경리 작가는 생전의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뭔가를 쌓아놓는 일인 것 같다. 살림살이든 덕이든 빚이든.

젊어서는 남부럽지 않게 재물도 쌓고 싶고 스펙도 쌓고 싶고 명예든 인맥이든 뭐든 얻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변이 어수선하게 느껴지고 최근 트랜드처럼 미니멀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살림도 좀 줄이고 필요없는 감정도 줄이고 산뜻하게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홀가분하게 산다'는 저자의 제언이 참 맘에 든다.


 


그러다보면 사실 쌓는 일보다 덜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옷장에는 혹시나 살이 빠지면 입을까 싶은 오래된 옷들이 여전히 걸려있고 식탁위에도

잡다한 먹을거리며 건강식품들이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혹시나 떨어지면 불편할까 싶어 미리 들여놓은 생필품들도 먼지가 쌓여간다.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고 하더니 뭔가 그득히 채워져야 마음이 평안해지는 나로서는

덜어내는 일이 결코 쉬울 수가 없다.



 


그리고 혼자 남아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부대끼며 사는 일들이 때로 번잡스럽고 버거워질때가 분명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훌쩍 어디론가 떠나서 철저하게 나를 고립시키고 온전히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그런 시간이 간절해진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때로 내안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젊어서는 평수가 큰 아파트가 참 부러웠는데 지금은 누가 그냥 살라고 해도 싫다고 할 것 같다.

우선 청소가 버겁다. 그리고 그 커다란 공간을 채워야 하는 뭔가들이 부담스럽다.

단촐하고 산뜻한 삶이 그리워지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는 증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눈에 들어오는 인테리어들을 보면 한결같이 단순하고 간결한 것들 뿐이다.

청소업종에 오랫동안 종사하고 있는 저자답게 그녀만의 청소법을 보면 사실 번거로운 것이 거의 없다.

세수를 하거나 양치질을 하고 뒷마무리만 하는 것으로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펼치면서 주변을 정리하는 법을 썼나했는데 청소나 정리의 개념이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이 할애한 것을 보고 역시 삶을 오랫동안 살아낸 고수의 저력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치우는 일이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들에 비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인생이라는 그릇은 꾸준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로 채워진다고 믿는다.

한 방울의 물도 미세한 먼지도 쌓이면 산이 된다.'


커다란 산을 조금씩 깍아내며 사는 일이 이제 내가 할일이지 싶다. 그동안 쌓인 모든 오욕칠정의 마음도

입지 않고 쓰지 않을 것들을 덜어내는 일들도. 그래서 홀가분하게 마무리 하고 그 날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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