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영어도 좋고 수학도 좋지만 사랑을 가르치기에 이 책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다.
기껏해야 둘 아니면 외동이로 자라는 요즘 애들이 부족한 것 없이 사는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부족하게 크는 것은 모두 어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애들하고는 친구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도 어른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것도 어른이다.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어린시절부터 가르친다면 이 세상은 진실로 풍요로워지지
않겠는가. 장애를 가진 친구와 형제 그리고 제자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함께하는 삶을 배우는
이 책이야 말로 고 정채봉작가를 기리는 수상작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뇌병변을 지닌 친구를 경호하겠다고 나서는 용재는 용감하다못해 무모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애를 가진 찬우는 편견없이 자신을 대하는 용재의 우당탕 못말림도 좋게만 보인다.
운동회가 다가오는 어느 날 달리기의 달인 용재는 역시 바람을 가르고 일등을 먹는다.
하지만 바람을 가르는 기분은 어떤 것인지 찬우는 용재처럼 그렇게 달리고 싶다.
찬우의 소원을 들은 용재는 자전거에 찬우를 묶고 신나게 달려보지만...
역시 무리였을까. 두 친구의 달리기는 사고로 끝이나고 용재는 혼쭐이 날 것이라고 겁을 내는데.
그동안 찬우를 왕자차럼 귀하게만 대했던 엄마에게 찬우는 외친다.
'조, 조심만 하고 살다간 어, 어른도 모, 못 될 것 같다고!'
과연 장애를 가진 아이를 비장애인처럼 키울 수 있을까. 용감한 찬우의 말에 엄마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장애를 가진 오빠를 둔 서연이는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오빠를 돌본다.
오빠와 함께 학교를 가야하고 기다렸다 오빠를 데려와야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다.
'내가 어른이 된 후에도 난 항상 오빠를 돌봐야 하는걸까?'
가슴이 미어지는 서연의 걱정을 보니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봐야하는 가족들의 고민을 알게된다.
평생 누군가 돌봐야 하는데 시설에 보내지 않는다면 결국 가족의 몫으로 남게된다.
서연처럼 오빠를 돌봐야하는 동생이라면 더 큰 짐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세상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이유는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하나님의 처방이
아닐까. 장애를 지닌 제자를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다가 점차 이해해 가는 스승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장애우를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면 우리 세상은 좀더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