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강간하고 임신을 시킨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는 것을 아주 늦게서야

알게된 소녀 헬레나! 그녀가 그동안 봐온 세상은 숲과 늪, 그리고 숲에 동물들과 인디언의

피를 가진 아버지와 금발의 어머니뿐이었다.

왜 부모님들이 사람들이 살지 않는 늪에 들어와 오두막에 살게 되었는지 궁금해진 것은

아버지가 그녀를 데리고 타쿠아메논 폭포에 데려간 날 이후였다.

그 날 아버지와 자신의 곁을 스쳐갔던 행복해보이는 가족의 모습에서 헬레나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헬레나가 늪의 삶에서 빠져나오기 전까지 아버지는 그녀에게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쳤다.

아버지가 납치범에 강간범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헬레나는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어느 날 오두막을 찾아든 스노우빌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살게 되었을까.

존이란 남자는 십 수년 전 사라진 소녀가 바로 헬레나의 어머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어서 늪을 빠져나가라고 소리쳤고 헬레나는 아버지에게 더 큰 고통을 당하기 전 그 남자를 영원히 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물론 평생 그렇게 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그 남자를 떠올려야했지만.


 


열 한살이 되는 동안 늪 이외의 다른 세상을 몰랐던 소녀는 아버지에게서 탈출한 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학교를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서툴러서 결국은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혼자가 되어 스스로 삶을 개척하게 된다.

헬레나에게 세상은 늪보다 숲보다 더 험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르쳐준대로

헬레나는 세상과 맞서 싸웠고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두 딸을 둔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평화는 여기까지였다. 그녀가 감옥으로 보냈던 아버지가 탈출을 한 것이다.

자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아버지의 그림자. 그가 죽인 경찰들의 피냄새가 느껴진다.


 


헬레나는 이제 그녀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진실을 드러내고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를 찾아 죽이기 위해 다시 숲으로 향한다.


 


숲은 그녀에게 마당같은 곳이었고 그녀에게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 것은 아버지였다.

헬레나는 간절히 지키고 싶은 딸들을 위해 총을 들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하는 전사가 되야 하는 것이다.


실제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강간하고 노예를 삼은 남자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숲속에 혹은 지하실에 감금하고 노리개를 삼았던 극악무도한 남자들과 처음에는 반항했지만

그들에게 길들여져 스스로 노예가 된 여자들의 이야기가 실제한다.

헬레나의 어머니도 그러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잡혀들어와 폭력에 길들여진 여자는 늪 밖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극심한 폭력과 억압은 때로 인간을 이렇게 무력화한다.

아마 그 어린소녀를 납치하여 성노리개로 삼을 생각만 했지 임신을 할 것이란 예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란 또 오묘해서 그에게 딸을 선물했다.

어머니에게 평생 사랑을 받은 기억조차 가지지 못한 헬레나는 자신이 딸을 가지게 된 후 어머니의

차가운 삶에 대해 생각케된다. 모든 감각이 얼어붙고 폭력에 굴복한 어머니의 삶을.


원하는 선물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찾아든 딸을 보면서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간의 탈을 썼으니 일말이라도 사랑이란 감정을 품긴 했을까.

헬레나에게 생존법을 가르치면서 나름 아버지로서 의무를 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걸핏하면 우물속에 가두고 거칠게 대하긴 했지만 헬레나는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그가 어머니를 납치하고 자신을 낳게한 폭력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헬레나는 완전히

그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복잡한 심리가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어렵게 이룬 가정을 파괴하러 점차 조여오는 아버지를 향해 그녀는 총구를 겨눈다.


사랑하지만 증오하는 아버지를 향한 그녀의 발걸음은 단호하다.

그만큼 헬레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극적으로 태어난 생명이었지만 자신이 키워낸 생명들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발걸음은

가엽고 고독하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숲에서의 생존법으로 그녀는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과연 헬레나는 아버지를 죽일 수 있을까.


한 남자의 어이없는 죄가 인간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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