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엔 제법 찬 기운이 감돌 정도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항상 이맘때면 지난 봄과 여름이 어떠했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섬은 가뭄이 깊어서 지금까지도 제한급수가 될 만큼 물이 귀했습니다.
저 윗녘으로는 비가 너무 잦아서 채소며 먹을거리들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지요.
넘쳐도 모자라도 걱정인 것은 이맘때 거두어 들일 풍성함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고추밭에 물을 퍼다 날랐더니 우리 먹을 고추는 수확을 해서 마당 가득 널어놓았습니다.
그래서 10월 온누리달이 다가오면 마음도 풍성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이달에 만난 사람'은 정말 꼭 만나고픈 여배우 '나문희'씨였습니다.
얼마전 모개그맨이 그녀의 '호박고구마'를 흉내내서 다시 유명해진 '거침없이 하이킥'이 떠오르지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을 처음에는 거절을 하셨다고 하네요. 77살이라면 얼마전까지 세상 다살은 노인네라고 취급받았지만
100세시대에 그녀는 현역 여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시네요.
자신이 정말 하고픈 일을 하면서 곱게 늙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제훈과 함께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가 곧 개봉된다는데요. '수상한 그녀'보다 더 사랑받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밀양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고장입니다. TV로 얼음골은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 산기슭에 바위가 가득한 곳이 있었네요. 동해 용왕의 아들이 새로
살곳을 찾아 물고기들과 함께 왔다가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랍니다.
만어사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그곳에 가고싶다'는 늘 이렇게 가보지 못한 곳의 목마름이 대신 달래줍니다.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나오는 분들은 하나같이 삶의 흔적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소 지단한 길을 걸어온 할머니들이 차려주는 밥상은 남편이나
자식들에 사랑이 듬뿍 베어 있습니다.
일반닭과는 사뭇 다른 오골계튀김에 청양고추중에서 여린것들을 골라 볶은 멸치볶음은 튀김으로 느끼해진 입맛을 단박에 개운하게 해준답니다.
멸치볶음에 간장대신 멸치액젓이 들어가는게 비법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홀로 늙어가시는 친정어머니가 있습니다만 이달의 행복일기에는 이런 장모를 모시는 기특한 사위 이야기가 있어 더 흐믓해집니다. 꼭
시부모만 모시란 법은 없지요. 그래도 장모 모시고 사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선뜻 안방까지 내준 사위의 마음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결혼 참
잘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내와 함께 피자를 구워파는 푸드트럭의 주인공 이야기도 참 대견스럽고 대학생들이 모여 '셜록 홈즈 따라잡기'모임을 만들었다는 기사도
흥미롭습니다. 이중에 프로파일러가 탄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다양한 삶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다행스럽습니다.
온누리달 답게 풍성한 기사로 가득한 샘터로 마음이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10일에 달하는 연휴를 무사히 마치고 이 샘터로 어수선한 마음을 다독여 보는 것도 좋은 일 이겠죠? 행복하고 풍성한 10월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