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다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누군가는 강렬한 붉은 색이 느껴지고 누군가는
핑크빛처럼 은은한 빛, 모리사와 아키오에게는 노란색의 따듯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도!
대학에 다니던 스무 살의 타마미는 아무 의미없는 대학시절을 끝내기로 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어린시절 엄마를 잃은 후 고향에는 아버지와 새엄마인 필리핀인 샤린이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그리운 엄마를 낳아주신 시즈코 할머니도.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고향에는 나이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움직이기가 힘들어 장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타마미는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대신할 심부름 서비스사업을
구상한다.
대학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타마미는 소중한 시간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마침 고향에 남아 아버지가 하던 자동차수리업을 물려받은 동창 소스케가 있어서
차를 구입하고 개조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소스케와 함께 어린시절 동창이기도 한 마키에게 전단지 디자인도 부탁한다.
사실 마키는 도시로 나가 취직을 했다가 끔찍한 사고를 겪은 후 은둔 생활중이었다.
얼떨결에 타마미의 심부름 서비스 홍보를 맡게 된 마키는 어려서부터 소스케를 좋아했었다.
어린시절의 두 친구에게 러브콜을 받은 마키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세상밖으로 한걸음 용기를
내게 된다.
타마미의 심부름 서비스는 야쿠자출신의 후루타치씨에게서 영감을 얻었던 사업으로 타마미는 그의 이동판매차에 동승하여 일을 배우게 되고 결국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새엄마인 샤린에게 마음의 벽이 있었던 타마미는 샤린의 친절이 불편하기만 하고
외할머니인 시즈코할머니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샤린은 너무나 밝은 사람이었고 타마미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가족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이문은 적었지만 동네 사람들로부터 기대와 응원을 받고 힘을 낸 타마미에게 힘든 고비가 온다.
인생은 참 그렇다. 늘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그리고 여전히 벽을 허물지 못한 샤린과의 관계도 할머니의 죽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 늘 그렇듯 역시 따뜻한 소설이다.
일본사회에서 고령화에 따른 어려움을 돕기위해 젊은 여성이 이동판매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고 착안해 썼다는 이 소설은 언젠가 우리에게도 생길 직업이 될 것이다.
이미 농어촌에는 젊은이들이 없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향이 나날이 늘어가는 요즘
먼 거리까지 장을 볼 여력이 없어지는 때가 이미 도래했다.
동네마다 돌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차가 있기는 하지만 타마미처럼 요리며 심부름까지 대행하는
전문 이동판매점이 좀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기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타마미 가족들의 이야기도 감동스럽다.
먼저 간 엄마의 행복까지 짊어지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번에도 감사합니다. 모리사와 아키오씨.
그리고 다음 소설역시 빠르게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