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나 정도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면 상당히 보수적인
편인데 특히 성정체성이나 무난하지 않은 성적취향 문제라면 말할 것도 없다.
코미코 웹툰에서 꽤 인기를 모으며 연재되고 있는 '모럴 센스'는 도입부부터 상당히 파격스럽다.
모범사원 정지후와 이름이 비슷한 정지우는 한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우연히 정지후의 택배상자가 정지우에게 배달되면서 독특한 상자속의 물건 때문에 정지후의
비밀을 알게된 정지우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후의 돔이 되기로 한다.
이 웹툰에서는 그들(?)만의 언어가 등장하는데 미리 알아두면 읽기 편하다.
섬세하고 일잘하며 매사 헛점이 없어보이는 지후는 사실 M(마조키스트)의 특징을 가진 남자였다.
그것도 자신이 주도하는 연애가 아닌 피동적인 연애, 섭(피지배자)의 연애를 지향한다.
다소 차갑게 보이는 지우에게 홀딱 반한 지후는 돔이 되어주기를 간청하고 그렇게 둘의 요상한 연애는 시작된다.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거나 심지어 좋아한다는 표현조차 하지 못한채 돔과 섭의 관계를 이어나가던 지우에게 선이 들어오고 이미 마음속에 지후가 자리한 지우는 엄마의 강권에 못이겨 선자리에 나간다.
하지만 혹시나 딸이 그 자리에 나가지 않을까봐 몰래 뒤따라온 지우엄마.
그리고 지우가 선을 본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호기심에 레스토랑을 찾은 지후.
하지만 정말 호기심뿐은 아니겠지. 결국 두 사람은 지후에게 들키게 되고 지우의 엄마는 지후를 맘에 두게 된다.
왜 그 자리까지 따라왔냐고 따지는 지우에게 지후는 말한다.
"지후 씨한테 반했습니다." 짜잔 드디어 고백을 하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사내 연애!
기침과 연애는 숨길 수 없다더니 너무 티나게 지우에게 대시하는 지후. 그 집요함에 몸둘바를 모르는 지우의 좌충우돌 연애기가 4권에 알콩달콩 실려있다.
어찌보면 충격스러운 주제일지 모르는 이 웹툰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연애기가
절대 부정스럽다거나 변태스럽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코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주 일반적인 사랑을 꿈꾸는 지우의 시선은 바로 우리같은 보수로 똘똘뭉친 사람들의
시선이기도 한데 점차 지우는 지후의 독특한 모럴 센스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강렬한 키스나 포옹이 아닌 깨물기같은 광폭함에 더 몸이 뜨거워진다는 사람들이 정말 있을 수 있겠다.
지우는 그런 지후를 이해하면서도 아주 일반적인 데이트를 요구한다.
그런 지우에게 돔과 섭의 관계를 바꿔보자고 제안하는 것은 지후가 조금씩 변화된다는 신호가 아닐까.
이런 독특한 주제를 웹으로 연재하고 있는 '겨울'이란 작가가 궁금해진다.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다룸으로써 조금 마음이 열리는 것도 같아 일단 작가의 의도가 성공한 것 같다. 과연 두사람의 요상한 연애는
어떤 결말을 맺을지 다음 편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