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리뷰를 읽는 독자들중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제목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서점에서 책을 만났을 때 아무정보없이 책을 집어드는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거나 제목이기 때문이다.

이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무엇일지 나에게 되물어보았다.

단 한권만을 고른다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얼른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를 구원한 책, 혹은 내 인생의 수많은 길중에 그 길을 선택하게 해준 책.

참 꼽기가 어렵다. '제인에어'도 좋았고 '폭풍의 언덕'도 좋았고 여기 이 책의 주인공 에이바처럼

어린시절 충격적인 사건후에 겪었던 아픔을 치유해준 그 책처럼 나를 잠시라도 치유의 길로

인도해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이란 작품도 좋았다.


 


에이바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교수다. 얼마전 남편인 짐은 뜨개 크라피티라는 아주 낯선 예술을 하는 작가에게 빠져 그녀를 떠나버렸다. 아들은 윌은 아프리카로 고릴라를 돌보기위해 떠났고 딸인 매기는 전공인 미술사공부를 위해 피렌체로 떠나 에이바는 철저하게 홀로 남겨진다.

그런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소망을 이룬다. 절친인 도서관 사서 케이트가 주관하는 북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그 북클럽은 10명의 소수인원만 허용하고 있었고 결원이 생기는 경우가 너무 드물었다.  책을 좋아했던 에이바는 결국 북클럽의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해의 주제를 정하는 12월의 모임에서 '내 인생 최고의 책'을 정하고 서로 토론하기로 한다.  '오만과 편견',''위대한 개츠비', '제5도살장', '안나카레니나'등 누구나 명작으로 꼽는 책들이 정해지고 에이바는 아무도 알지못하는 생소한 작가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말한다.


 


'로절린드 아든'이라는 작가는 지금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어버린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작품만을 남겼고 그녀에 대한 정보도 검색되지 않고 심지어 책을 출판한 출판사마저 없어졌음에도 에이바는 작가인 로절린드 아든이 직접 이 북클럽에 와서 간담회까지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우연한 거짓말처럼 보였던 이 말은 사실 그녀에게 운명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로절린드 아든을 찾는 긴 여정을 끝날무렵.


 

 

 어린시절 에이바의 동생이었던 릴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던 그 날, 여러명의 인생이 망가져버렸다.

새 삶을 계획하던 두 연인, 프라이팬에 달라붙은 밀가루 반죽을 긁어내던 여인,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책을 읽던 소녀.

그냥 우연한 사고였지만 운명은 그들을 불행으로 이끌었다. 새 삶을 계획하던 두 연인은 헤어졌고 밀가루반죽을 긁어내던 여인은 어디론가 숨어버렸으며 책을 읽던 소녀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에이바라는 이름으로 늙어가고 있었다.



에이바의 딸 매기가 피렌체에서 대학을 그만두고 파리로 향해 약물로 연명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에이바와 짐의 이별 훨씬 전부터의 문제였다. 매기가 왜 약물과 섹스에 취해 인생을 망가뜨기게 되었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그녀가 굳이 파리로 오게된 것은 운명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곳에 매기를 치유해줄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우리는 때로 선택처럼 보이는 길을 걷다가 뒤늦게 운명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그 날 그 사건이후 불행해졌던 모든 사람들이 파리로 몰려든다. 왜 자신들이 그곳으로 이끌어졌는지는 후에 알게되지만.


'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 북클럽에 들어와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에이바는 말했었다.

'책이 사람의 운명도 바꾼다'라고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말할 것이다.

한 때 불꽃처럼 타올랐던 사랑도 꺼져버리고 후회라는 앙금만 남은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꼽을만한 책 한권 정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억울한 인생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책으로 만나고 책으로 치유받고 책으로 다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행복했다.  그리고 작가를 찾아 퍼즐을 맞춰나가는 미스터리한 시간들도 잠시 더위를 잊게 해주었다.

이 책이 혹시 먼 훗날 '내 인생 최고의 책'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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