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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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였다는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멋있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더구나 별로 소실이 없었다는 과학을 이토록 리얼하게 펼쳐놓을 수 있다니 그녀의 겸손을

믿지 못하겠다.

1980년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실 1920년로 거슬러 올라가야 퍼즐이 완성된다.

어쨋든 이 소설의 주인공 에이더는 소설이 시작된 80년에 열 두살 이었다.

아버지인 데이비드는 당시 개발되기 시작된 컴퓨터와 같은 현대의 첨단기술의 초기단계를 연구하는  대학 부속 연구소의 소장이었다.

에이더의 출생은 아주 특이하게도 대리모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에이더에게 자궁을 빌려주기만 했던 여자의 존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데이비드는 결혼이라는 형식은 거부했지만 아이는 갖고 싶었다.  그래서 에이더가 이 세상에 나왔다.

흔히 천재들이 그렇듯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지닌 데이비드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에이더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시킨다.


 


에이더는 걸음마를 연구소에서 배웠을 정도로 연구소의 가장 나이어린 멤버였다.

데이비드의 수하에 가장 우수한 연구원인 리스턴은 아이 넷을 둔 주부였고 이혼했지만 최고의 재능을 지난 연구원으로 에이더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지켜본 인물이다.

해마다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연구소로 들어왔고 데이비는 자신의 왕국의 대장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복병이 찾아들기 전까지는.

당시 데이비드는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컴퓨터 '엘릭서'를 창조했고 소통가능한 언어를 계속 업데이트중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드에게는 '엘릭서'를 완성할만한 시간이 부족했다.

점차 기억이 사라지고 결국 요양원까지 갈 수 밖에 없었던 데이비드를 지켜봐야 하는 에이더는 심한 고립감과 위기를 느낀다. 수녀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에이더는 자신의 사회성이 현격하게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에이더의 세계는 연구소와 집, 그리고 데이비드와 리스턴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입원하고 난 후 에이더는 서너 집 떨어져 있는 리스턴의 집으로 옮긴다.

누군가 에이더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으므로. 리스턴은 에이더에게 데이비드를 대체할 가장 훌륭한 보호자였다.

데이비드의 세상이 점차 닫히고 리스턴은 에이더를 대신해 주변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데이비드의 정체는 놀랍기만 하다.

아니 사실 데이비드라는 인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에이더는 데이비드가 아직 정신이 온전했을 때 남긴 디스켓을 열려고 하지만 암호가 풀리질 않는다.

사는동안 내내 데이비드와 학습했던 그 모든 암호해결법으로도 풀리지 않고 에이더는 데이비드의 진짜 모습을 찾아 그의 과거를 쫒는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들.


데이비드의 진짜 존재를 밝히는 여정은 흥미롭기만 하다.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어두운 진실들.

그가 살았던 시간속에 깃든 아픔과 그리움, 그리고 성 정체성의 비밀.


 


에이더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거의 시간에는 아버지의 진짜 모습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파헤쳐 가는 가장 마지막 열쇠는 바로 데이비드가 개발했던 '엘릭서'에게 있었다.

그곳에 당도하기 위해 에이더는 수많은 암호를 해독했고 때로는 사춘기인 자신에게 깃든 첫사랑의 아련함도 맛보게 된다.


 


참으로 멋진 소설이다. 결국 2000년대의 어느 날에 에이더는 화려한 백조가 되어 아버지인 데이비드가 꿈꿨던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비행을 시작한다.

'아바타'의 한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한 세상으로의 화려한 비상.

'보이지 않는 세상-Unseen World-'은 누구나 닿고 싶은 가상현실의 세상이다.

그 곳에서 에이더는 그리운 아버지 데이비드와 만나고 어린시절의 자신과도 만난다.

지금 인류의 과학적인 속도로 언젠가는 닿게 될 세상을 이 소설로 먼저 만나보니 정말 간절하게

닿고 싶은 세상이다.


미스터리를 쫓는 스릴감과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행복감까지 만끽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더욱 신뢰하는 것은 번역가의 대가가 이 작품을 옮겼기 때문이다.

오늘도 폭염주의보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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