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오면 지긋지긋한 폭염이 두려워서 저기 남쪽 남반구의 어느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절친의 버킷리스트에는 은퇴후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소원이 들어있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 우선 정말 가고 싶은 나라 20여개국을 추려서 딱 한달씩만
머무르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깃발을 쫓아 다니는 그런 여행말고 진짜 그런 여행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인지 서점에 가면 제일먼저 가는 코너가 바로 여행서가 있는 곳이다.
내가 닿을 수 없는 곳, 하지만 언젠가는 꼭 닿기는 바라는 그곳을 먼저 만나보고 싶은
염원때문이다.
이십여년 전 일때문에 갔던 유럽은 그야말로 주마간산같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다시 간다면 꼭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가보고 싶었다. 너무 많이 알려진 곳보다는 그 나라의 특징이 가장 많이
드러난 곳들. 그래서 한달을 머무르지 않아도 흠뻑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들을 너무도
잘 짚어낸 여정들이다.
영국은 가본적이 없지만 언젠가 꼭 가야할 나라 리스트에 담겨있다. 다만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여비가 넉넉히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그 곳을 먼저 이 책으로 만나본다.
런던에서 두 시간가량 떨어진 코츠월드는 오래전 영국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마을이 모여있다는
곳이다.
중세의 마을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그 곳에 가면 시간이 얼마쯤 정지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만같다.
그리고 첨가되지 않은 천연의 모습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꼭 가보리라
마음 먹는다.
이 책에는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한 때는 찬란했던 인류의 문명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스페인광장이며 트레비분수, 트레팔가광장을 오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흡족해진다.
오래전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의 패권을 움켜쥐었던 영국의 트레팔가르 해전은 이순신의
노량해전만큼이나 유명한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란다. 한 척의 배도 잃지 않고 스페인과 프랑스를 격파했던 넬슨제독을 기리는 넬슨 기념탑에서
영국민들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여수는 이순신광장이 있다. 거북선을 복원해놓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구석이 없지 않았는데 나라밖의 누군가도 이 광장을 찾아줄만큼 기억되는 곳이라면 좋겠다.
영화로 혹은 문화작품속에서 만났던 곳들도 자세하게 소개해주어서 막상 처음 간다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을 것만 같은 여정이었다. 다만 숙박이나 음식, 비용에 관한 조언이 조금 부족해서 아쉬웠다.
하긴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데 그깟것이야 언제든 다시 검색해도 좋을 일이다.
책을 읽는동안 나는 유럽의 호젓한 마을을 지나고 돌이 깔린 광장을 걷고 오래된 시장에서 눈요기를 실컷 했다. 갈 사람도 가지 못할
사람에게도 깊은 갈증을 풀어주는 여행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