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갓 지은 밥에다 간장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똑똑 떨어뜨려서 먹는 간장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기에 조금 호사를 부려 달걀 한 알 깨드려 넣으면

왕의 밥상이 부럽지 않았던 기억들.

소박하지만 맛있었던 간장밥같은 감사한 법정스님의 책을 만났다.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난지 7년 째 이던가. 그간 내놓셨던 책의 펴내며 남기신 글과 함께 산중에서

생활하시던 일상이며 중생들에게 당부하시는 인자한 모습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이 육신도 결국 내 것이 아니고 나와 인연을 맺은 가족은 몇 겁의 인연으로 온 것이란

말씀에 그저 100년도 안되는 삶을 나누는 단순한 인연이 아님에 감사하게 된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에 소홀했던 것'이란 말씀에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한한 시간속에 갇혀 살게 되고 언젠가 맞을 죽음이 두렵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영혼은 나이가 없다고 하시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나는 몇 번의

수레를 타고 온 것일까. 자식도 내 몸을 빌어 태어났지만 결코 내 것이 아니란 말씀에는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소유하려했던 모든 욕망들을 어찌 내려놓을까.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가'를 물으시니 답을 드려야 하는데 영 자신이 없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데로 살고 있지 못하니 나답게 살고 있다고 답을 드릴 수가 없다.

읽는 내내 마르지 않는 맑은 샘가에서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갈증이 가라앉고 마음이 맑아진다.

육신조차 내 것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육신을 떠난 스님의 혼은 지금 어디에서 머물고 계실까.

이렇게 가끔 책으로라도 그 정을 느끼고 싶다.

스님처럼 욕심없고 넉넉한 여백이 더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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