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허전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뭔가 더 남은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이 소설의 작가가 책을 덮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잠시 망설일 것만 같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반자를 말하는 건가요? 아님 내 마음에 항상 같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2006년 서른 여덟의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뒷풀이 자리에서

두 살 연상인 요코를 처음 만난다. 저널리스트인 요코는 바그다드에 파견근무를 나가 있었고

잠시 일본에 다니러 왔다가 어린시절부터 좋아하던 기타리스트 마키노의 연주회에 온 것이었다.

약혼자인 리처드가 있었지만 마키노와 요코는 첫눈에 운명같은 사랑을 느낀다.

 

늦은 밤까지의 만찬이 끝나고 요코를 들여보내야 하는 마키노는 그녀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헤어지고 마키노는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다.

마키노를 만나고 바그다그로 돌아온 요코는 폭탄테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마키노를 만난 이후 리처드와 결혼을 해야하는지 회의에 쌓였고 결국 마키노의

메일에 대한 답신은 한참후에 보내게 된다.

 

이탈리아 연주회에 참가하게 된 마키노가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요코가 바그다드에서 근무를

마치고 머무르는 파리로 향하게 되고 둘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재회한다.

두 사람은 사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만 요코는 리처드와의 약속때문에 망설인다.

결국 요코는 리처드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하고 이별을 통보한다.

 

이제 홀가분해진 요코와 마키노는 뜨거운 사랑을 향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둘은 사랑을 완성했다...고 한다면 이 소설이 이토록 아름답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할만큼 운명적인 짝이라고 서로는 확신했지만 그들의 운명에 끼어든 우연같은

필연들은 둘의 결합을 방해한다.

그리고 마치 정해진 길을 가듯 서로 다른 짝을 만나 가슴속에 서로를 담은 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꽃은 수년이 흐를때까지도 꺼지지 못한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고 그리움이라는 형벌속에 살아야 했던 마키노와 요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겠구나 싶다.

뉴욕에서의 연주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센트럴 파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슬프고 분하고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책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시간이건만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왜 이뤄지지 못하는지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 때문에 더 애틋했던 이런 사랑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그래서일까. 더 아름다웠던 이유가.

마키노의 키타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 남은 것같은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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