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바바리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3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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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꼭 하나쯤 있는 인물들, 예를 들면 살짝 몇 프로 부족한 바보라든가 비오는 날이면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언니라든가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같은 바바리맨이 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아저씨들이라 노조같은 협회도 존재할지 모른다.

나도 바바리맨과 마주친 경험이 있다. 중학교때 꼭 비오는 날이면 학교 뒷문쪽 골목길에서

등장하셨던 그 분! 그 바바리맨이 등장하면 학교 복도에는 열광하는 아이들의 환성소리가

그득했다. 벌써 수십년 전 일이니 아마 은퇴했거나 하늘나라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마음에 왜 그런 아저씨들이 있는지 도무지 알쏭달쏭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뒤 제법 숙녀티가 나던 어느 날 다시 마주친 다른 동네 바바리맨 아저씨 앞에서 나는 이미 경험이 있던 사람답게 아주 무심한듯 그를 바라다 보았다.

오히려 당황한건 바바리맨! 작년이든가 드라마 응답하라를 보다가 덕선이가 바바리맨과 마주치자 '볼 것도 없는게'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말에 더 놀랜 바바리맨이 줄행랑을 쳤던 장면처럼 나도 좀 더 대차게 나올 것 그랬나?

 

초딩 6학년 동현은 '건물주'로 월세 따박따박 받아먹으며 살겠다는 장래의 꿈이 있다.

엄마가 즐겨보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같이 보다보니 결혼생활의 환상은 없어져 버려서 독신으로 외제차로 드라이브나 즐기면 살겠다는 미래도 이미 그려놓았다.

문제는 사업하다 쫄닥 망한 아버지와 그 뒤 가정을 책임지고 불철주야 금융업에 종사하게된 엄마의 미래가 더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한때는 남자다운 가장이었지만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진 아버지는 기가 등등해진 엄마밑에서 아무 낙이 없어 보인다.

삼촌역시 소심함을 물려받았는지 말로는 공무원시험준비를 하고 있지만 게임매니아로 하루종일 컴퓨터와 살고 있다.

그런 가정에서 동현처럼 속깊은(?) 아들이 나왔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하던 동현은 어느 날 아버지가 갈아입을 옷이 없어 무심코 걸친 바바리와 주워온 가면을 쓰고 흔히 말하는 '바바리맨'이 되어버린 장면을 보게 된다.

정말 우연히 그 앞을 지나게 된 여고생의 비명에 놀라기는 커녕 아버지는 에너지가 떨어질 무렵에는 꼭 바바리맨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황당해진 동현은 그 뒤 아버지를 뒤쫓게 되지만 누구에게도 말못하는 비밀을 지닌 채 고민에 빠진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세나에게 몰래 고백도 하지만 바바리맨은 여전히 그만둘 생각이 없다.

처음에는 흔한 바바리맨처럼 변태짓을 하는가 싶었는데 마치 수퍼맨처럼 힘없는 여자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쌀을 배달하기도 하는 바바리맨을 보면서 동현은 어쩌면 아버지가 너무 외로워서 바바리맨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자신을 좀 알아달라고...지금 많이 외롭다고...그러니 나를 좀 봐달라고..

 

 

하지만 진급을 욕심에 둔 파출소장이 추적이 시작되고 바바리면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가 찾아온다.

이미 변태 바바리맨이 아닌 영웅 바바리맨으로 추앙받게 된 바바리맨이였지만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고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데...

 

동현을 예뻐하던 이웃의 백부 아저씨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

오랜 불황을 타파하고 일자리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줄, 그리고 힘이 없어 억울하게 삶을 희생시켜야 하는 사람을 구해주는 그런 영웅!.

 

어린 동현의 눈에 어른의 세계는 이해하기 힘들고 공평하지 않다.

변태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돈만 밝히는 엄마,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강제로 빼앗는 어른들.

바바리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변태'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너무 일찍 어른들의 삶을 알아버린 동현이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응원해가는 장면이 감동스럽다.

 

월세 따박따박 받아먹는 꿈대신 좀더 멋진 꿈을 꾸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이런 바바리맨이라면 동네마다 꼭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여러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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