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도다! 위트있도다!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 소설이다. 작가는 책의 표지에 '이번에도 당신의
마음에 들고 싶다'라고 썼다. 하긴 어느 작가든 자식같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이런 심정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전작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분명 제법 독자들의 맘에
들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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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떠오르는 것은 천상 샌님인 함복배가 과거에 급제하여 제주에 있는 '신문물 검역소'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 겪는 일들이 그 작품만큼이나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표지의 인물 '함복배'는 이름같지 않게 아주 꽃미남 샌님이다.
누군가가 연상되지 않는가? 아마 이 작품이 드라마가 된다면 분명 이 표지와 무척이나 닮은 주인공이 등장 할 것이다.
함복배는 출생부터가 아주 비범하긴 했다. 낳는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 배내 벙어리로 여겨 성장하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연지 아씨를 보는 순간 말문을 텄다는 것 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후일에 분명 한자리를 꿰차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 되리라 예상했건만 그가 부임한 제주에서의
검역소 일상은 기대를 저버리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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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아직은 세상물정 어두운 그 시절에 조선땅에 흘러든 물건을 검역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함복배에게 신문물은 요상한 골치덩어리이다.
표지에도 등장한 브라자를 처음본 복배는 벼슬아치들의 관모라고 여겨 머리에 쓰고 다니지 않나,
치솔은 치질을 치료하는 것으로 여겨 항문을 닦아내지를 않나...더 웃기는 것은 이 치솔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박연이 이를 닦는 장면에서 터져나온다.
복배가 신문물 검역소에 등장하던 시기 하필이면 풍랑에 제주에 도착한 벨테브레-후에 조선이름
박연-와 함께 이 신문물의 쓰임새를 알아내거나 결혼을 앞둔 처자들이 연이어 살해되는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복배가 아주 찌질이는 아니었던 모양으로 신문물에 이름을 제법 그럴듯하게 붙인다.
콘돔을 '곤도미'로 이름짓고 바느질에 쓰이는 골무로 여겨 여종에게 선물하거나 그 쓰임새를
알게 하기 위해 박연이 졸지에 춘화를 그리게 되는 장면 같은 것은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시에 이런 물건들의 쓰임새를 몰랐던 조선인들이 실제 이런 엉뚱한 실수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조선시대 얼리어답터들의 예측불허 로맨스도 좋지만 연쇄살인범을 쫒는 서스펜스도 참 흥미롭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 의아스럽긴 하지만 나름 스릴러의 요소도 갖추고 있어 읽는 속도를 높힌다. 드라마가 되면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