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
다나카 마루코 지음, 마츠이 유우코 그림, 장현주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어려서 강아지에게 물린 기억이 있던 나는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길을 지나다가 개를 맞닥뜨리면 그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꼼짝을 못할 정도였다.

혹시라도 반려견을 키우는 집을 방문하게 되면 아예 집안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못했을 만큼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벗어나 남해의 섬에 정착한 후 호젓한 곳에 자리잡은 집의 적막함이 너무

무서워서 강아지를 한 마리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황구와 백구 사이에 태어난 진돗개로 처음에 집에 올 때는 조그마했던 녀석이 지금은 혼자

끌고 밖에 나가면 내가 끌려다닐 만큼 덩치가 산만해졌다.

그런 우리 막둥이를 보면서 반려견의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

생각보다 영리하지 못해서 '앉아', '기다려'같은 말도 제대로 못알아 듣지만 유순하면서도

살가운 것은 웬만한 가족 못지 않은 정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뒤늦은 사랑을 느끼면서 제일먼저 걱정했던 것은 개의 수명이었다. 개의 1년은 사람의 10년과 같다고 한다. 막둥이의 아버지는 사람 나이로 치면 백수이상을 누린 개였으니 그런 유전자를 지닌 녀석이라면 적어도 20년 정도는 우리곁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언젠가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면 그 상실감을 어찌할까 벌써부터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런데 이런 세상을 떠난 강아지들이 사는 강아지 나라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현세에서는 개로 태어났으니 내세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개로 살았던 시간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해주는 주인을 만나야 하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운명처럼 한 가족이 된 사람과 개의 만남,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그동안 우리가

반려견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저 피동적이고 잠깐 우리곁에 머물다 가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생각도 깊고 인간의

따뜻함에 얼마나 기대고 사는지, 그동안 혹시 우리가 너무 홀대를 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렇게 가족이 되었던 강아지들이 주인에게 보낸 편지는 '위로' 그 자체였다.

혹시나 상심하고 있을지도 모를 주인에게 고마웠다고 잘 살고 있다고 보낸 편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실제 이런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버려지는 반려견들이 길을 헤매고 험하게 사육되는 현장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확인하게 된다. 나 역시 언젠가 막둥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잊지 말아 달라고 고마웠다는 편지를 꼭 받을만큼 사랑을 나눠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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